2010.09.29 09:31
* 이런건 원래 일어나자마자 써야 생생한데..
* 전 호텔의 투숙객입니다. 호텔인지 모텔인지 모르겠지만 사이즈가 제법되고 로비도 보이니 그냥 호텔이라고 할께요. 짐을 풀고 이거저거 하다가 밥도 먹고,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밤이 되어서 잠이 들었습니다. 근데 자고있을때 뭘 드르륵드르륵 긁는 소리가 나요. 뭔소리야 해서 밖을 나가보니 밖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괴물들;그러니까 좀 더 디테일하게 얘기하자면 헬레이져에나 나올법한 괴물들이 투숙객들을 해치우고 있어요. 걸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숨어 있다가 호텔에 같이 온 지인(아마 고교동창일듯)의 방으로 달려갑니다. 지인 역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호텔 방안에 있는 옷장속에 숨어 있습니다. 문에 손잡이가 달려있길래 잠금버튼을 눌렀습니다. 딸깍! 소리가 제법 큽니다.소리를 내면 끝장이라고 생각하고 숨죽이고 있는데 아침이 됩니다. 괴물들은 다 사라지고 전 밖으로 나와 호텔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호텔은 굳게 잠겨있고 창문은 보이질 않습니다.
전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데 다시 밤이 됩니다. 같이 다니던 지인은 괴물들에게 발각되어 말그대로 산채로 찢겨 죽어버리고 전 다시 정신없이 도망다니죠. 비상계단 통로에 숨었다가 조리실에 숨었다가...다시 어떤 방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에도 안쪽의 어떤 공간에 어떤 투숙객이 숨어 있습니다. 숨어있는 공간은 좀 거시기 하군요. 문으로 잠겨있는게 아니라 벽과 똑같은 색깔의 커튼비슷한걸로 장식되어 있는데 보호색마냥 눈에 거의 보이진 않지만 작은 바람에도 펄럭거릴 것같습니다. 공간을 살펴보니..오! 창문이 있습니다. 자세히보니 열고 닫을 수 있는 창은 아니고 그냥 유리같아요. 유리를 깨면 얼추 '구멍'이 생길것 같습니다. 다시 아침. 전 티셔츠를 벗어 손에 둘둘 감아다가 창문을 깹니다. 서둘러 호텔을 빠져 나오는 메피스토. 같이 있던 투숙객은 어떻게 됐는지 모릅니다.
밖으로 나온 전 나오자마자 이 사실을 처음만난 친구에게 얘기합니다. 커피숍입니다. 두명이고, 한명은 믿는거 같은데 한명은 중간에 사라집니다. 뒤를 돌아보니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어딘가로 가버리는군요. 근데 옆테이블에 앉은 왠 조그맣고 심술궂게 생긴;검은머리 할머니가 낄낄거리더니 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길 합니다. 아울러 제가 밤동안 겪은 모든 일은 호텔 어디엔가 있는 종이에 소설마냥 기록되어서 괴물들 사이에 퍼진다고 합니다. 같은 장소or비슷한 장소에 숨어봐야 결국은 들킨다는 얘깁니다. 화들짝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사고가 났는지 도로가 꽉 막혀있고, 택시나 버스도 없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건물들이 모두 그 호텔의 모양으로 스르륵 변합니다. 건물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차를 타고 어디로 가지 못하고...그냥 계속 한방향으로 뛰어가기만 합니다. 그러다 눈을 한번 깜빡였는데...눈앞에는 엄청난 미인이 있고 전 함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 뒤에 뭔가 더 내용이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