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수분 크림은 유분과 수분 중 수분 비중이 높은 크림을 말합니다.

두 가지 미끼가 있어요.

'난 유분이 없어요. 산뜻하답니다!'

'건조하세요? 수분을 잔뜩 드려요!"


1. 유분이 없어요.


첫 번째 유혹은 그래도 솔직한 편이죠. 그냥 골자만 말하고 있습니다. 유분이 적거나 없어요.

여기 딸린 함정은 수분 크림 자체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화장품 마케팅 전체의 잘못입니다.


1) 유분이 부족하지 않은 피부라면


 유분이 부족하지 않으면 구태여 유분 (크림)을 발라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외 상황에 대해서는 나중에 쓰기로 하죠.

여드름으로 고민인 사람이 '그래도 발라야 해'라는 말을 믿고 크림을 꾸역꾸역 바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본인의 몸에서 일어나며, 눈에 결과가 보이며, 그 결과 때문에 괴로워하는 일을 남이 하라니까 꾸역꾸역 합니다. 

저도 이런 멍청한 짓을 꽤 잘 하지요.


 그래도 난 발라야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수분크림이 나옵니다. 유분은 없고, -많아서 나쁠 것 없는- 수분을 주로 함유하고 있죠.


2) 기름기는 도는데 얼굴이 땅긴다면


 위에서 '예외'라고 썼지만 실은 흔한 경우죠.

 수분부족형 지성, 지복합성이라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를 위해 수분크림이 있습니다. 뭔가를 바르지 않으면 얼굴이 땅긴다면요. 


 2-1)그런데 수분크림을 바르기 전에, 먼저 얼굴에 제 때 탈락하지 못한 각질이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 보세요.

 피부는 충분히 유분을 생산하고 있지만 각질층이 두텁게 덥고 있어서 밖에서 주는 수분을 끌어당기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지성피부는 각질이 빨리, 많이 생기거든요. 이걸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발라도 발라도 발라도 땅겨. 난 악건성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우선 각질 제거해 보고, 과하지 않은 로션과 크림 류를 사용해 보고 나서 본인이 악건성인지 아닌지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나는 악건성인데 왜 여드름이 나지?' 라고 모순된 말을 하기 전에요. 수분이 아주 부족해서 뾰루지가 돋는 경우도 있긴 있습니다만.


2-2) 기름종이에 꽤 찍혀 나오고, 각질을 제거했는데도 땅긴다.

 유분은 넘치는데 수분은 부족한 그런 피부를 위해 수분크림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분'의 이름이 붙은 크림들로 해결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유분기가 '수분 크림'보다는 좀 더 함유된 제품을 고르셔야죠. 우선 히알루론산 등이 성분표 앞줄에 든 제품을 써보시고요.



2. 수분을 잔뜩 드려요


 

 
 그런데 얘들의 단점은 유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본인 피부에 기름기가 부족한데도 '으~ 청순한 내게 기름기라니' 하면서 ' 수분이 좋아, 수분이...' 이런 식으로 취향을 고집하면 피부가 계속 건조할 밖에요. 이 수분 크림 저 수분 크림 찾아 헤매다가 고가품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짚신도 짝이 있고,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습니다.

 유분이 부족한데 수분 크림을 고집하는 이들을 위해서 이름은 수분 크림이되 실은 유분기를 적당히 함유하고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무얼 쓰든 본인의 자유입니다만, 이런 경우라면 화한 (시원한) 느낌이 드는 제품은 피해 주세요. 화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알콜 성분입니다.

 알콜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피부 온도를 낮춰 주고 유분기도 제거해줍니다. 유분기 제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필요한 성분이죠. 다만, 자극이 강한 성분인데다, '아아 산뜻해' 하면서 원래 유분 부족한 피부가 쓰는 건 피부에 결코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유분뿐 아니라 수분도 같이 제거해 주니까요.

 '000사 수분 크림은 따금거려요' 하는 케이스가 이런 경우입니다.





 3. 그래서 어쩌라고?


가을이라 피부가 땅긴다고 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에게 필요한 건 실은 수분 크림이 아니라 그냥 크림, 혹은 로션입니다. 

 보습이 절실하다면 수면팩을 붙이고 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죠.  밤새 증발하지 않도록 집어넣은 성분들과 시트지가 기름기가 두려운 사람에게 기름 대용 역할을 해줍니다. 저도 아침의 기름기는 두려운 사람이라 주로 수면팩을 이용해요.


 


4. 기타 등등



화장품에 관한 질문 글을 많이 봅니다만,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것은 본인의 피부 상태에 대한 명시 없이 추천을 부탁하고 족집게형 댓글이 달린다는 겁니다. 고생고생 하다가 드디어 맞는 제품을 찾아 정착하게 된 그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네, 십분 이해합니다. 이해하고 말고요.

그러나 '저한테 잘 맞는 청바지는 무얼까요?'라고 물으려면 최소한 체형에 관한 정보는 주셔야죠.  

오프라인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족집게형으로 던져줍니다. 애정이 좀 있다면 평소 봐온 피부 상태나 소비성향 감안해서. 그게 아니라면 요새 입소문 난 제품 중에 대충 찍어서.


 딴 소리 좀 하자면, 물건에 대해서도 팬심이 작용합니다. 팬심의 영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가 쓰는, 자기가 추천한 물건에 대해서 반론 들어오는 걸 못 참는 사람이 꽤 있죠.  처음 화장품을 사용하시려는 분이라면 이런 것들도 조심하셔야 해요.

 이런 저런 거 다 감안하면 역시 그냥 딱 집어 주는 게 편합니다. 누가 뭐 좋다고 하면 대충 동의해 넘기고, 그건 너무 아닌데 굳이 자기가 권하는 제품이 맞다고 우기면 그보다 더 비싼 제품으로 진압하는 편법을 쓰죠.


 화장품 좀 잘못 바른다고 큰일 안 나요.  실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이거죠. 우린 각자 바쁘고, 각자 관심사가 다르고, 피부에 대해 바라는 정도도 다릅니다. 

 그렇지만 '좋다는 수분 크림 다 써봤는데 아직도 건조해! 도대체 왜!'라고 물으시는 분께는 약간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피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뷰티칼럼 쓰시는 이나경 씨 글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요. 거기서 출발해서 정보의 바다를 뒤지면 쓸 만한 정보들을 건질 수 있습니다.  쇼핑몰, 특히 천연 화장품  쇼핑몰의 피부 상식을 읽는 것 보다는  위키나 백과사전에서 화장품 성분 공부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무언가 빠졌거나 의도가 제대로 표현 안 된 부분이 있을 것 같으니 차차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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