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대선 후보 지지 선언 같은 심정으로 (..) 허각을 응원하는 글을 쓰려합니다.

 

 

 

시즌1,2를 모두 닥본사하며, 시즌2에 와서는 특히나 정말 top11 모두 열한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없을 정도의 애정을 퍼붓게 되었는데요,

회차를 거듭하며 미친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존박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한국에서 흔치 않은 그의 보이스와 창법을 격하게 아끼고,

그의 음반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사서 듣고 싶습니다만, 존박이 1위하는 건 보고싶지 않아요.  그에 대한 제 팬심은 여기까진가봐요 (..)

 

많은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어제 허각의 이름이 맨 처음 불렸을 때의 반전과 기쁨은 정말 시즌1과 2를 통틀어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매주 다른 후보들을 골고루 투표해왔는데, 어제는 정말 동생과 함께 일찌감치 허각을 투표해놓고도 '그래도 안될거야..허각쨔응 잘가 ㅠㅠ' 이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발표되자 좀 흥분해서 '정의는 살아있다';;며 열광할 정도였죠.

근데 제 입으로 정의라고 말해놓고도 대체 이건 무슨 놈의 정의인가..싶어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전 원래 허각 같은 보이스를 딱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허각이 음반을 낸다면 CD를 살까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게 될거란 생각이 듭니다. 

대중음악계에 어느 정도 흔한, 그래서 엄청나게 잘하는 보컬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할, 그런 보이스로서 허각은 강력한 색채가 없습니다.

게다가 보컬 외적인 요소에서도 허각은 (불꽃같은 예능감만 제외하면) 가장 슈퍼스타 같지 않은 후보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슈퍼스타 K'의 1등으로 데뷔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에겐 이런 메리트가 정말 절실합니다.

돈도 물론이지만, 이런 1등이 아니면, 아무리 잘해도 유행처럼 묻히기 딱 좋은 목소리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장재인이나 존박, 강승윤 등은 1등이 아니어도 이제 본인의 스케일에 맞게 데뷔를 할겁니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슈퍼스타'일지는 몰라도,

자신이 타고난 그릇만큼은 충분히요.

장재인은 홍대를 베이스로 언더와 오버를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가 될거구요. 그 편이 어울리고 그녀 본인에게도 좋겠지요.

존박은 마성의 매력으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월드스타(..)는 아니더라도 소울/팝 장르의 음악을 할 것이고,

한국만이 그의 시장이 아닐 것이고, 음악 외적인 성과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강승윤은 아유, 이 귀여운 녀석은 뭘해도 미소를 짓게 만들 것 같습니다만 나이도 어린지라 앞으로도 더 포텐이 터질 가능성 충분하죠.

씨앤블루같은 밴드 아이돌이 되든  윤도현밴드를 꿈꾸는 록커가 되든 소녀팬&누나팬&매니아층을 잡을 겁니다.

그 외에 은비나 앤드류 같은 아이들도...전 뭐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쟤넬 가만 둔다면 바보겠죠. 

(+아 엄청 사랑하는 김지수를 빼먹었네요 이런 ㅠㅠ 이 친구는 뭐랄까 허각과 장재인 사이인거 같은데 좀 불안해요 넘 빨리 떨어졌죠 ㅠ

하지만 믿기지도 않게 21살이니까(?)  아직 기회가 있을겁니다. 참고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해서 기대됩니다.)

 

그렇지만 허각은 좀 얘기가 달라요.

 

그가 2등에 그친다면...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가 조문근을 기대하는 만큼 1년 후 그의 데뷔를 기대할까요?

'아 걔 그래 노래 잘했었지?' - 끝.

저는 그럴거 같아요.

허각이 현재 가장 완성된 목소리 같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거에요. 별로 더 이상 발전이 기대가 안되거든요.

조문근은 당시에도 물론 잘했지만 덜 다음어진 느낌이 있었고, 또 그때 당시의 음악과 뭔가 조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됩니다. 

지금의 존박도.. AA에서보다 지금 더 잘하는걸 보면, 그는 더 두고 봐야될 사람 같아서라도 또 볼거 같아요. 

 

그러면 허각이 솔까말 1등하기엔 매력도 부족해보이고,

그렇다고 발전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정도에서 내려오는게 맞지 않냐, 라고 반문도 해봅니다.

 

저는 그러기엔 허각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엔 단순히 노래를 젤 잘하니까, 그 이상이 있어요.

전 마치  '그가 젤 불쌍하고 경쟁력도 없으니까 1위를 만들어주자', 라는 것처럼 방금 말했지만, 사실 그게 다는 아닙니다.

허각의 성공스토리는 아무리 잘해도 데뷔하기 힘들었을 사람의 데뷔를 보는데서 오는 폴 포츠적 감동일 수도 있어요.

분명 허각이 1위하면 많은 기사들은 '한국의 폴포츠'라고 그를 얘기하겠죠.

하지만 폴포츠와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어요. 전 이 프로그램의 다른 취지에서 그 이유를 말하고 싶어요.

그는 대중가수로서 정말 폭넓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대중음악으로써' 감동을 줄 수 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진영이 소름끼쳤다고 한 그 지점, 혹은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뭔가 모르게 저절로 느껴지는 한(?)과 울림이랄까.. 

이른바 한국인이 좋아하는 목소리..한국적 창법이라고도 불릴 뭐 그런거. 

저는 그걸 지닌 허각을 통해서, 우리가 어쩌면 무시했던 대중음악을 들으며 다시금 감동을 받는 일이 생겨날거 같아서, 허각을 응원하고 싶어져요.

폴포츠는 사실 외모와의 반전이나 불우한 스토리와는 더불어, 그가 부른 장르의 음악이 또 흔히 배울 수 있는게 아니라서  새로운 감동을 준 부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물만의 스토리에 가깝기도 하고, 그 노래가 지금은 차트를 석권했지만 그의 노래가 나중에도 오래도록 듣고싶을 정도로 대중적이진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허각은 딱 그냥, 우리를 관통하는 흔하디 흔한 노래를 부르며 그걸로 오래도록 감동을 줄거라고 생각해요.

전 그점이 <슈퍼스타K>가 지향하는 (혹은 지향했으면 하는) 대중가수로서의 슈퍼스타라고 생각해요.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미션으로 불렀던 많은 노래들... 이문세, 심수봉, 한동준, 박진영, 이승철, 윤종신, 엄정화, 김태우, 에코, 뭐 CNBLUE까지도...

어떤 사람들은 무시할지 몰라도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온국민이 사랑했던 노래들을 부른 가수들이죠.

시간이 지나도 좋은... 그래서 미션을 통해 다시 들었을 때도 기쁘게 흥얼거렸던,

고백할 때 듣고, 실연당했을 때 듣고, 노래방에서 부르면서 아 이노래 나 좋아해!!, 하는 그런 음악들이요. 부모님도 기억하는 그런 노래요. 

영화로 치면 작가주의 영화가 아니라 '왕의 남자'나 '선생 김봉두' 같이 나름 대박도 났고,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들이죠.

 

전 슈퍼스타K를 통해서 그런 노래들이 주는 감동을 우리가 참 잊고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꼭 싱어송라이터는 아닙니다. 이승철 엄정화도 그렇죠. 김연우도 유희열이나 윤종신의 노래를 받아서 부르죠.

전 사실 뮤지션 스러운 장재인보다 보컬리스트같은 허각 (외 다른 많은 출연자들)이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좀 싫었어요.

일단 지금은 자신의 곡을 갖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창법과 성량, 곡을 해석하는 해석력으로 승부를 하는건데

거기에 '음악성'이라는 평가를 넣는건 결국 이미지 얘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악기를 다룰 줄 알면 음악성이 더 있다? 작곡을 하면 음악성이 더 있다? 딱 그렇게 단정지을 수 만은 없잖아요.

- 물론 이와 별개로, 음악 차트에 흔치 않은 포크라는 장르에 대해 일관적인 지지를 보내고 분명한 색깔을 지닌 장재인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죠. 

많은 사람에게 주류 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재인의 목소리나 취향, 음악관 등이 더욱 신선하게 들리는 거 같구요.

한국음악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새로운 장르의 부흥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창법, 신선한 피 수혈... 사람들은 그런걸 기대하기도 하지만

시즌1,2를 지켜본 결과 전 그런건 음악프로 하나로, 스타 한 명으로 되는거 같진 않아요.

이 프로그램은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라기보다는 그냥 음악을 소재로 한 서사에 가까워서 말이죠.

하지만 전 <슈스케>가 주류 음악의 순기능을 맡아준다면, 그것도 충분히 의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질 역량이 안되면서 비주류를 실컷 조명해놓고 책임지지 못한다면 그건 더 나빠요(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저도 주로 듣는 음악은 홍대 애들인데 (아이돌도 좋아합니다), 이게 또 밖에서 말할 때 있어보이기도(?) 한다는 생각을 솔직히 해요.

뭐 꼭 그래서 듣는건 아니고 진짜 좋아서 듣는 거지만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인기음원차트를 들으면 좋은 곡도 있고 별로인 곡도 있지만, 듣는다는거 자체가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해요. 어떤 치기어린 마음에서는..

하지만 지금 그 정신없는 차트 속에서도,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와 어떤 목소리는 모든 사람에게 오래도록 기억될겁니다.

단지 유행처럼 흘러가기만 하는게 아니라요.. 

시즌2의 허각이 우승한다면, 시즌1의 서인국보다 그런 목소리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의 씨디를 사지 않더라도, 음악프로를 보다가 어느 순간 감동을 받는 그런 목소리요.

주로 듣는 음악이 아니지만 '그래도 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목소리요.

 

특정 팬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노래만으로 

모두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

 

전 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참가자는 허각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이런 가수들이 많아서 묻힐 수 있지만, 인디씬의 누구만큼의 개성은 없지만, 그런 재능의 소중함이 평가절하되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좋은 기획사와 좋은 작곡가를 만나야겠지요.........서인국의 뒤를 밟지 않으려면 ㅠㅠ)

 아 물론 앞에선 다르게 말했지만, 허각의 1집이 나온다면 꼭 CD로 살겁니다. 응원하고 싶어요. 나중에 손발이 좀 오그라들더라도;;

 

존박이 1위를 해서, 

소위 말하는 슈퍼스타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멀끔한 청년이 화려하게 한국의 연예계에 입성하는 것도 

뭐 충분히 논리적으로 합당하고, 가능성이 높은 얘기입니다만

저는 우리가 열광하는 <슈스케>의 의미가 이런거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제 결과를 봤을 때, 허각의 우승이라는 기적도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한번도 1위인적 없던 애가 1위) 너무 떨립니다. 

 

그래도 <슈스케>의 대국민투표가 대통령 선거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에요.

떨어진다고 끝이 아니라,

붙는다고 대한민국을 말아먹는 지배하는게 아니라,

그냥 모두의 크고 작은 시작을 열어주는 기회라서요.

 

 

 

 

 

아아 다음주 금요일이 지나면 무슨 낙으로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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