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부터 회자가 끊이지 않는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보고, 이 간지러운 느낌을 처음 얻었던 TV광고인 정우성, 임수정의 맥심 커피광고를 연동하여 느끼는 개인적 감상은…… 나는 죽어도 (남자 앞에서) 저런 표정은 지을 수 없겠구나. (저는 이성애자이므로) 저렇게 남자 마음 흔들어 놓을 만한 처연하고 청순하고 가련하여 이른바 ‘보호본능’ 자극하는 표정 같은 것은 내 뇌구조에 불구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돌이켜보니 한 번도 그런 느낌으로 이성에게 어필해본 적 없는 저에겐, 저 경지는 정말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아마 난 안 될 거야. 그런데 그게 꼭 그렇게 되고 싶으냐하면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뭔가 불편하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어쩌면 나는 한 번도 자신을 손아귀에서 온전히 내려놓고 나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맘 놓고 나를 부려놓은 적이 없다는 생각에 가끔 고단함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요소가 결여된 것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눈을 지그시 내리 깔고 머리카락을 음전하게 쓸어 올리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것으로 누군가의 가슴에 돌을 던져보는 것도 타고난 재주라면 정말 그런 것은…….

 

   난데없이 이런 얘기하는 건, 이영애나 임수정과는 또 상관없지만 나름 동류일 것 같은 손예진을 가장 좋아한다는 주변인의 멘트가 떠올랐기 때문이죠. 저는 그녀에 대한 호불호조차 불분명하지만 그녀에 관한 몇 가지 루머들을 차치하더라도 뭔가 느낌 자체가 개운치 않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런 타입의 여성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입에서 나온 평정의 끝. 소문 같은 거 상관없어요, 그녀가 눈 내리깔고 머리카락만 한 번 쓸어 올리면. 세상엔 별별 아름다움이 다 있어도 결국에 먹히는 건 가련한 청순미 한 방이라는 생각. 우직하게 측근과 주변인들의 웃음과 평화를 염려할 줄도 아는 앙칼미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고단함.

 

   3.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지 않는 건 예술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제게 보낸 메일에 그렇게 썼어요. 저는 그 구절을 소리내서 몇 번이나 읽어봤습니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고 이지적인 어떤 예술가들에겐 웃기는 소리일지 몰라도 가진 게 몸뚱아리 뿐인 어떤 사람들에겐 절대절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이든 예술이든 체화 돼 본 경험이나 노력없이 단지 대상화하고 분석하기 좋아하는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얼마나 촌스럽고 우습게 들릴까요. 정작 당신들은 타다 버린 연탄재만큼 뜨거워 본 적이, 존재를 걸고 단 한 번이라도 극진해 본 적 있느냐고, 삶에서 그렇게까지 비장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늘 우아하고 고상한 양 그저 응시할 뿐인 표정 없는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적의가 느껴지는 밤입니다.

 

*은 변진섭의 노래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의 첫 소절.   

** 구독률 낮은 글이지만 넘버2는 너무 개인색 짙어서 삭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5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94
115876 (종료)음악방송합니다.(Jazz) jikyu 2010.10.20 1420
115875 리브로 주문 어떻게 하는거에요? [4] 보이저1호 2010.10.20 1779
115874 듀게 대세: 리브로 16만원 지르고 왔네요. [6] 르귄 2010.10.20 2717
115873 흥 제게는 아마존이 있어요. [1] 빠삐용 2010.10.20 1567
115872 취미생활 종결자.jpg & 지금 방송중인 EBS 다큐 <제트맨> [6] 푸른새벽 2010.10.20 2229
115871 It Gets Better: Google Employees [5] Jekyll 2010.10.20 1275
115870 그래 24도 가만히 보고 있을까요 [12] 브루크너 너마저 2010.10.20 2707
115869 만일 제가 리브로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이렇게 지를랍니다. [6] soboo 2010.10.20 2848
115868 저도 리브로 잡담 [5] august 2010.10.20 1855
115867 [펌] 밑에, 첫단추의 익명익명님께 드리는 글 [23] 캐스윈드 2010.10.20 3207
115866 [리브로] 책 검토 및 추천 부탁 [4] gourmet 2010.10.20 2186
115865 [악담] 부디 리브로 사장님... [4] 브루크너 너마저 2010.10.20 2705
115864 [대세동참]리브로 카트놀이중 [1] 보이저1호 2010.10.21 1647
115863 (바낭) 고독의 정점에 서있는 기분 [2] 사람 2010.10.21 1674
115862 혼자 영화보기. [4] 꽃띠여자 2010.10.21 1876
» 표정없는 세월을 보며 흔들리는 너에게* [3] Koudelka 2010.10.21 2303
115860 리브로 대세를 거스르는 오늘의 야식 [14] 푸른새벽 2010.10.21 2891
115859 리브로사태 : 단편소설집.. 추천받습니다. [11] 르귄 2010.10.21 2934
115858 보컬리스트 종결자.? 살짝 기독교 쪽 음악이긴 합니다만.. [1] 서리* 2010.10.21 1471
115857 AC360° - Lt. Dan Choi & Alexander Nicholson - Gays Allowed to Serve Openly in Military Jekyll 2010.10.21 12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