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 일기를 자주 쓰는 이유는 두가지예요. 첫번째는 듀게가 요즘 활기를 되찾아서 리젠이 빠르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같은 페이지에 글이 두개 넘으면 눈치보이니까요. 


 두번째 이유는 내게 시간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2.내게 시간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죠. 내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예요. 노동자는 남에게 노동력과 시간을 팔아야 해서 늘 바쁘거든요. 이렇게 쓰면 어떤 노동자들은 부러워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게 정말 부러운 일일까요?


 내가 남에게 시간을 '팔지 않는' 것일수도 있겠죠.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것처럼 보일거예요.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면 나는 남에게 시간을 '팔지 못하는' 것이기도 해요. 누군가가 내 시간을 비싼 값에 팔라고 제안한다면? 그 금액이 마음에 들면 나는 시간을 팔거거든요. 내가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할만한 인력이 아니라서 못 그럴 뿐인거예요.


 요는, 나의 시간을 마음에 드는 가격에 사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내 시간은 전부 내거인 거고요.



 3.어린 시절이라면 이게 좋을수도 있겠죠. 시간이 몽땅 자기것이라면 자유롭기도 하고, 시간이 곧 자원이기도 하니까요. 시간을 들여서 바이올린을 켜면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고 시간을 들여서 그림을 연습하면 화가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무엇도 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어요. 무엇도 되고 싶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고요. 시간이라는 건 이제 자원이 아니라 짐일 뿐이죠. 내가 가진 시간을 매순간 때워내야만 해요.



 4.휴.



 5.어쨌든...내 시간을 누군가 돈주고 사가지 않으니 내가 가진 시간을 내 스스로 때워내야만 하는 신세죠. 누군가가 나를 고용하지 않았다는 건 내가 누군가를 고용해야 외로움이 덜어진다는 뜻이고요.


 

 6.어쨌든간에 나는 무언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무언가 빛나보이는 사람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빛나보이는 건 아주 잠깐이고, 빛나보이는 만큼 책임이 뒤따르니까요. 무대에서 멋지게 바이올린을 30분 연주하려면 300시간을 연습해야 하는 것처럼요.


 트위터에서 날뛰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그걸 모르는 모양이더라고요. 걔네들은 높은 사람이 되는 게 무슨 꿀빠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높은 직위를 가지는 건 꿀을 빠는 것에 비해 져야 할 책임만 많아지는 일인데 말이죠.


 

 7.일을 하는 동안은 심심하지 않았는데 이제 퇴근 시간이 왔어요. 정확히는, 내가 퇴근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돈들이 퇴근하는 시간이지만요. 어쨌든 또다시 심심해지는 시간인거죠. 


 7~8시경에 마포구로 고기나 좀 먹으러 가야겠네요. 혹시 마포구에서 고기(돼지or소) 사주실 분이 있으면 쪽지해주세요. 7시까지 확인해 보죠. 없다면...뭐. 혼자 먹어야겠죠.



 8.밤에는 놀아야 하는데 노는 것도 지겨워요. 왜냐면, 노는 게 즐거웠던 이유는 그것이 스케줄이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강제된 스케줄과 스케줄 사이에 비는 시간, 또는 농땡이피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든 카페에서 노가리를 까든 즐거웠던 거예요.


 하지만 스케줄이 없어지고 노는 것이 스케줄이 되면, 노는 것을 강제로 한다는 기분이 들게 되니까요. 어렸을 때 강제로 하던 스케줄처럼 노는 것이 일이 되어 버리면 그것에 즐거움은 없는 거죠.


 이러면 누군가는 이러겠죠. 그럼 안 놀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선택지 중에서 논다는 게 그나마 제일 나은 선택지라, 그냥 놀수밖에 없어요. 인생이 원래 그런 거거든요. 좋은 선택지들과 나쁜 선택지들이 있는 게 아니라,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제일 덜 나쁜 선택을 고르는 거예요.






 ----------------------------------------------


 



 

 아니면 홍정욱의 딸처럼 마약을 한다는 선택지를 선택하거나요. 걔도 인생이 지겨우니까 했겠죠.


 하지만 마약의 문제는 이거예요. 마약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그 후에는 마약을 한다는 게 선택이 아니게 된다는 거죠. 


 마약을 해버리게 되면 그후엔 '마약을 한다'와 '마약을 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마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마약이 나를 선택하게 되어버리는 거고, 그후엔 파멸할 때까지 마약을 하는 것밖에 남지 않으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20년 게시판 영화상 투표 [19] DJUNA 2020.12.13 21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649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4659
5717 우린 링반데룽(윤형방황) 중~ [17] 어디로갈까 2019.10.01 668
5716 82년생 김지영 영화 예고편 [2] eltee 2019.10.01 478
5715 별로 정치에 관심없는 개인의 정치적 지향 [22] 어떤달 2019.10.01 869
5714 오늘의 Zegna 카탈로그 (스압) [1]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01 179
5713 서초동 집회 100만, 200만이 사실이 아닌 이유 [5] 도야지 2019.10.01 830
5712 어휴~ 검찰놈들 이거 알고보니 그지새X들이었네요 [5] ssoboo 2019.10.01 894
5711 [스포일러] 애드 아스트라, 다운튼 애비 [10] 겨자 2019.10.01 619
» 이런저런 일기...(선택지, 마약, 고기) [1] 안유미 2019.10.01 340
5709 예언자 안철수님이 오십니다. [11] 왜냐하면 2019.10.01 873
5708 중국 70주년 중국군 열병식을 보고있자니 [2] 가끔영화 2019.10.01 332
5707 [넷플릭스바낭] 간만에 망작을 골라봤습니다. '너브'를 아시는지 [6] 로이배티 2019.10.01 513
5706 [속보] 이낙연 "대통령 지시에 천천히 검토하겠단 반응 전례없어" [41] an_anonymous_user 2019.10.01 1238
5705 [박형준 칼럼] 누가 멈춰야 하는가? [15] Joseph 2019.10.01 855
5704 [회사바낭] 찬찬히 검토해 볼게요. [3] 가라 2019.10.01 599
5703 [펌] "멍청아, 이건 계급 투쟁이라구!" - 이진경 페북 [50] Metro마인드 2019.10.01 1357
5702 이런저런 이슈잡담 [3] 메피스토 2019.10.01 409
5701 [단문핵바낭] 개인적인 민주당과 자유당의 차이점 [16] 로이배티 2019.10.01 943
5700 오늘 MBC PD수첩 한 줄 요약 - ‘검찰의 공소 자체가 가짜’ [2] ssoboo 2019.10.02 924
5699 꼭 야구 못하는 것들이 남들 다 쉬는 가을에 야구 한다고 깝쳐요. [4] 룽게 2019.10.02 621
5698 이번 주말에는 몇백만명 모일 예정입니까? [4] 휴먼명조 2019.10.02 7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