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지 않은 곳

2021.09.28 10:55

Sonny 조회 수:884

얼마전 '뻑가'라는 사이버 렉카 유튜버가 이달의 소녀 멤버인 츄를 페미니스트라며 공격을 유도했다는 글을 봤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고 분노보다는 황당함이 치밀어오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건 다짜고짜 상대를 자신의 진영론적 기호에 끼워맞추는 무성의함 때문이었습니다. 츄가 환경보호를 이야기한 게 페미니즘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으며, 그렇게 끼워맞춘 기호가 맞다한들 그게 무슨 문제거리가 되며... 


이 세상 어디에나 진영은 있고 그 진영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진영론이 해로운 이유는 그 진영론이 주장과 근거의 핵심을 지우고 무조건적인 적대 혹은 반대로 몰아가는 반지성주의적 행동의 근거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환경보호의 필요를 주장한 누군가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이 찍혔을 때 환경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근거는 순신간에 휘발되고 메신저에 대한 편견만이 남겠지요. 누구는 무엇이고 어떤 진영에 속해있으니 그 주장은 통째로 틀려있을 거라는 이 판타지는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


저는 트위터를 포함한 sns와 듀나게시판을 하는 온라인 유저입니다. 듀나게시판의 상당수 유저들은 아마 트위터를 겸하고 있으리라 추정이 되는데 그건 이 게시판의 운영자되는 듀나님이 트위터를 (더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사회적 평균에 맞추어봤을 때 꽤나 급진적인 트위터의 사상적 토양과 단문을 갈겨놓을 수 있고 적당히 호응만 얻으면 자동으로 퍼져나가는 트위터의 간편함 때문에 아마 많은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욕망을 트위터에서 해소하고 있을 겁니다. 


듀게의 많은 분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여성인권, 소수자인권의 의제는 이 곳 듀게에서 생각만큼 활발하게 유통되지 않습니다. 그건 이 곳의 사람들이 위선자이거나 유령회원이어서가 아니라(윽...) 그와 같은 논의를 트위터라는 곳에서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꼭 장문으로 쓸 필요가 없이 재잘거리듯 짧게 털어놓을 수 있는데 그게 같은 당사자들끼리 쉽게 공유되고 또 비당사자들에게 굳건한 공감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대부분 그 곳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소비할 겁니다. 듀나게시판은 생각보다 전혀 이상적이지 않고 단순한 문제의식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드글대는 곳인데 뭐하러 여기서 피곤하게 기싸움을 하겠습니까.


저도 한창 치고 박을 때는 하루에 하나씩 해서 매번 범죄 기사나 칼럼들을 올릴까 싶었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을 잘 안합니다. 왜냐하면 듀나게시판의 사람들이 그 문제의식이 충만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으니까요. 그냥 다 잠복하고 있을 뿐이고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듀나게시판읜 사회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성토의 장으로 선택되지 않는 거죠. (저는 그래서 다른 데다 분노의 업로드를 미친 듯이 합니다. 하고 나면 저도 진빠집니다)


---


안타깝게도 여기 듀게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키배의 장이 아닙니다. 일단 참여자들의 숫자가 작고, 게시판 자체의 네임밸류나 외부전파력도 형편없이 낮습니다. 평균 이용자들의 나이는 활성화되는 게시판들에 비해 적지 않은 편이고 그 덕에 사람들은 생업에 집중하며 온라인에서의 친목도모와 반목결투에 큰 열을 올리지 않습니다. 게시판 리젠율 좀 보세요. 엄청 장사가 안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듀게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어떤 쟁의가 펼쳐져야 한다는 전제가 아예 성립하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슈의 유행에 당연히 편승할만큼 기본적인 숫자와 참여도가 충족이 안되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이죠. 저도 이건 되게 안타까운 일이고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습니다만 저 역시도 게으른 눈팅러로 점점 떨어지고 있는 판국이라 다른 분들한테 참여를 독려할 자격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구독자로서 꾸준한 업로더들에게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살죠.


여기는 억울하면 자기가 자발적으로 뭘 해야합니다. 어떤 논쟁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주장들이 당연히 튀어나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 뭐가 당연히 팔리고 있어야 하냐는 질문은 정말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뻔뻔한거죠. 


---


민주당 지지자들, 이라고 호명하는 것조차 진영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심상정과 정의당을 공격하는 대다수의 논리가 이분법으로 상관관계조차 없는 사건들을 심상정과 정의당에게 책임을 묻는 흐름은 아주 많이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정의당, 심상정은 여기에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느냐는 나태함과 무책임을 질타하는 글들 말이죠. 


가만 보면 모든 게 미러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그칠 수 없습니다. 여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 어떤 문제에는 왜 침묵하고 있냐는 그 질문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방에게 뒤집어서 던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렇게나 관심이 많으면 본인들이 실책으로 판정하는 침묵과 다른 말들만 조명할 게 아니라 심상정의 주4일제 공약 같은 것들이나 더 열심히 지켜보아야 말이 되는 게 아닌지...  원래 논리의 영역이 아니니까 이런 설명도 구구절절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만은. 하기사 대한민국에서 노무현을 가장 사랑하는 건 일베 아니겠습니까. 모욕을 하기 위해 노무현의 기일과 생일을 기억하고 '중력절'이란 이름까지 붙여가며 기리는 그 정성을 노무현 지지자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죠. 


김어준이 더민주 지지자들에게 잘 팔리는 건 그의 영업력 때문이 아니라 세계관이 완전히 동일한 결과인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선택과 행동이 즉각적으로 눈에 띄어야 하고,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실천이 보이면 그건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아주겠지만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방향성이 다르면 그 순간 바로 꿍꿍이 가득한 적폐세력이 되고 모든 것이 정당과 특정 정치인을 위한 실익을 위한 노림수로 작동하는 그 세계... 이 게시판의 심상정주의자들에게 늘 주의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곽상도 사건을 쉬쉬하느라 다들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우윳빛깔 심상정!!! 절대지켜 심상정!!! 억울하시면 듀게에 글을 쓰시든가 다른 sns에서 곽상도 사건을 떠든 기록을 제출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957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9160
610 <축구>더비의 여파 [4] daviddain 2021.09.28 139
609 온라인 잉여의 시간여행자 [3] 예상수 2021.09.28 210
608 선진국 입장료 [4] 사팍 2021.09.28 592
607 [넷플릭스바낭] 드디어 '어둠 속의 미사'를 다 보았습니다 [6] 로이배티 2021.09.28 704
606 어머니께서 유투브를 시작하시고, 구독/댓글/좋아요를… [7] 진유 2021.09.28 659
605 더불어민주당 2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하는 중입니다 [2] 예상수 2021.09.29 250
604 예쁜 사과를 보면서 든 생각 [3] 현존 2021.09.29 295
603 [강력스포일러] '어둠의 미사' 관련 강력 스포일러성 질문 및 잡담글입니다 [6] 로이배티 2021.09.29 444
602 뜨거운 것이 좋아 (1959) [4] catgotmy 2021.09.29 200
601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1.09.29 463
600 ' 어둠 속의 미사' 잡담 [6] thoma 2021.09.29 509
599 화천대유 [6] 異人 2021.09.29 781
598 영화와 멀어진 사람 [17] 어디로갈까 2021.09.29 762
597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보고(스포약간) [5] 예상수 2021.09.29 640
596 <러브레터>에 출연했던 전설의 일본 여배우의 전성기 시절의 걸작인 시노다 마사히로의 <말라버린 꽃> 초강추합니다! (오늘 한국영상자료원 마지막 상영) [10] crumley 2021.09.30 476
595 미접종자 다중이용시설제한, 백신 6개월매다 투여 [4] 현존 2021.09.30 726
594 내 마음은 매일매일 fuss 2021.09.30 211
593 오늘도 윤석열(주택청약 통장 해명) [4] 왜냐하면 2021.09.30 571
592 <넷플릭스 바낭> 어둠 속의 미사 잡담 저도. (스포 있습니다) [6] will 2021.09.30 926
591 [넷플릭스바낭] 장안의 화제, 안 보면 간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봤습니다 [31] 로이배티 2021.09.30 11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