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당 50분쯤 되는 에피소드 열 개로 되어 있어요. 시리즈 특성상 지난 시즌들의 스포일러는 피할 수가 없는데요, 완벽한 스포일러 회피를 위해 세 줄 요약 먼저.


 1. 시리즈 다 보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보실 텐데, 괜찮습니다. 특별히 망가지거나 그러지 않아요.

 2. 초반은 유머가 강해서 아주 재밌었고 중반은 그냥 재밌었고 다 좋은데 궁서체로 끝나는 결말은 살짝 아쉽습니다.

 3. 세 시즌 통틀어 말하자면 그래도 이 정도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 분명히 봐줄만한 축에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 이제 아래 포스터짤을 넘어가면 시즌 1, 2의 스포일러가 함유된 글이 나옵니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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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글라스 속 저 분 1초 홈랜더...)



 -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그대로 이어집니다. 멋모르고 자기보다 더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임신 시키고 발목 잡혀 결혼해버린 조가 캘리포니아 북부의 부자 마을로 이사를 가고, 세상 끝난 것 같은 표정을 하다가 담장 너머로 옆집의 독서 좋아하는 여성을 발견하고 흐뭇해하는 걸로 끝났었죠. 그게 시즌 3의 시작점입니다.


 이번 시즌에서 조는 정신 차리고 살아 보려고 노력합니다. 뭐 사실 모든 시즌에서 그랬긴 합니다만, 이번엔 결혼 & 육아라는 빡센 조건이 주어졌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른 시즌들보다 훨씬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에요. 게다가 아내 '러브'씨가 보통내기들을 아득히 넘어가는 스파이더 센스(정말로 이 표현을 씁니다 ㅋㅋ)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죠. 어쨌거나 조는 언제나 말로는 '무의미한 폭력과 무고한 희생자를 원치 않는다'는 녀석이니까요.


 하지만 조가 제 버릇을 개 줘 버리면 이 시리즈가 존재할 수가 없죠. 결국 조는 또 지 맘대로 사랑에 빠지고, 피바람을 불러 오고, 뒷수습에 쩔쩔 매면서 시즌 내내 쉬지 않는 독백으로 어처구니 없는 정신 승리를 하며 시청자들을 웃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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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육아다!! 사상 최악의 육아가 시작된다!!! ...요즘엔 이런 카피 보기 힘드네요)



 - 이번 시즌에도 조는 상류층 속물들을 만나 열심히 조롱하고 풍자합니다. 사실 이것도 이 시리즈의 기둥 중 하나죠. 주인공이 싸이코패스 살인마 주제에 남들 까대는 건 또 제법 그럴싸하게 잘 하는 녀석이니까요. 그 대상이 시즌 1에선 뉴욕의 엘리트 부자들이었다면 시즌 2에는 LA의 막장 갑부 가족들, 이번 시즌에는 젊어서 대박 치고 인생이 무료해서 뻘짓거리(...)들에 집착하는 IT 갑부들이 타겟입니다. 사실 뭐 그렇게 근본적인 차이는 없이 다 비슷비슷합니다만. 나름 스타일이 좀 다르긴 해요. 'IT 갑부들' 이라는 설정 때문에 sns 중독 풍자도 나오고. 결혼 & 육아 중이라는 설정이니 부잣집 사람들이 자식 키우는 문화에 대한 풍자도 좀 나오고 그래요. 미국식 '교외 생활'에 대한 투덜거림도 꽤 비중이 크고요.


 근데... 솔직히 이 시리즈가 이런 풍자를 뭐 그렇게 각잡고 진지하게 하는 시리즈가 아니죠. ㅋㅋ 이런 건 걍 양념일 뿐. 길게 언급할만한 부분은 아니구요. 다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조는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들을 통렬하게 까주기 때문에 듣다 보면 공감을 하게 되면서 기분이 복잡해집니다. 내가 저 놈에게 공감해도 되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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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 밸리 갑부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 기분이 어떨까 조금 궁금했습니다. ㅋㅋ)



 - 그리고 이번 시즌은 결혼과 육아에 대한 시즌이기도 해요.

 솔직히 미국식 결혼과 미국식 육아는 한국의 그것과는 결이 많이 달라서 그렇게 격하게 공감이되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어쨌거나 그 동네 기준으로 상당히 정성들여서 소재를 다룬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뭐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이 됐든 뭐가 됐든 갸들이 겪는 어려움은 보편적으로 미쿡 기혼자들이 겪는 통과 의례 비슷한 것이고. 그걸 나름 그럴싸하게 엮어서 보여줘요.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 시리즈 작가들은 게으르지 않습니다. 매번 뭔가 새로운 걸 그럴싸하게 덧붙이고 비틀어서 보여주고 전 그게 맘에 들더라구요.



 - 서두에 적었듯이 초반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제게 있어서 이 시리즈의 핵심은 주인공 비웃기거든요. 자기 혼자 세상 잘나고 정의로우며 유능한 줄 아는 사이코패스놈이 오만가지 수난을 겪으며 쩔쩔매고 어떻게든 정신승리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꼴을 낄낄거리며 구경하는 것인데요. 시즌 3의 초반 내용이 그런 걸 아주 잘 보여줍니다. 자기보다 한 수 위이면서 예측불허, 통제불능의 살인마인 '러브'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꼴이라든가. 부자 동네 속물들에게 진저리를 치면서도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인정 받기 위해 어색한 미소를 띄고 발버둥치는 모습이라든가. 꼴에 또 아빠는 아빠라고 자식한테 정 붙여 보려고 애쓰는 모습이라든가... 조의 캐릭터를 고려할 때 시즌 초반의 전개는 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맞춤형 지옥이고 그래서 참 웃기고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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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영화, 드라마 많이 보시는 분들은 이 분들 앉아 있는 폼과 풍경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다 눈치채실 듯.)



 - 하지만 당연히도, 시리즈의 정체성을 아예 벗어나려는 시도는 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초반을 넘어가면 이제 다시 평소의 조가 되어 새로운 사랑(...)을 찾아내고, 다시 '똑똑한 척 하지만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살인마' 모드로 돌아가는데. 이 부분도 분명히 재미는 있습니다. 초반에 재미를 줬던 조의 새로운 고난들도 그냥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 아니기 때문에 익숙하게 흘러가던 와중에 중간중간 튀어나와서 지난 시즌들과는 조금씩 다른 재미를 주고요.


 바로 전에 한 얘기지만 이 시리즈 작가들이 그걸 잘 해요. 뻔하게 흘러가는 듯 하다가 살짝씩 비틀어주는 거. 그래서 결국 하던 얘길 또 하는데도 식상함은 많이 덜어내는... 그래서 여전히 재미란 것이 있습니다. 초반이 워낙 좋아서 상대적으로 중반이 좀 아쉽긴 하지만요.



 - 문제는 마무리입니다. 

 이게 결국 악당이 주인공인 시리즈잖아요. 그리고 시즌이 세 개나 나왔구요. 그러니 결국 계속 보는 사람들은 이 주인공놈이 아무리 소름끼치게 나쁜 놈이라고 해도 약간은 정이 들게 마련인데. 문제는 그 와중에 이번 시즌에선 이 주인공놈이 나름 '성장'까지 해버린다는 겁니다. 아니 뭐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주인공이 그 흐름 안에서 성장하는 건 역시 당연한 일이지만... 악당이잖아요. 사이코패스 살인마이고 지적 허영심만 쩌는 모질이잖아요. 그리고 분명 나쁜 짓을 계속 하고 다니잖아요. 근데 그 와중에 '어쨌거나 조금은 인간됐음' 같은 전개가 나오니까 지켜보기가 좀 거시기해집니다. 심지어 이 양반 어린 시절을 틈틈이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면서 얘가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까지 보여주는데 당연히도 그건 주인공 입장에선 불가항력이었던 비극이거든요.


 그나마 '얘도 알고 보면 좋은 놈이었어!' 까진 안 가고 적절히 선을 지켜주긴 해요. 끝까지 결국 조는 천인공노할 악당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애매해지는 거죠. 이제 그만 슬슬 운빨 좀 떨어뜨려서 벌 받게 하고 마무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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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나오면 섭섭한 우리의 깔끔 단정한 감금실)



 -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시즌의 상류층 조롱하기는 살짝 선을 넘는 감이 있습니다. 이전 시즌들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시즌의 부자님들은 너무 격렬한 캐리커쳐거든요. 나름 개성도 넣어주고 입체성도 부여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노골적이구요. 또 얘들이 하는 짓들이 너무 상식 밖이라 나중엔 '그냥 자극적인 소재를 넣으려고 이러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더라구요. 뭐 시즌을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매 시즌마다 수위를 높이려다 보니 어쩔 수 없기도 했을 것 같긴 한데. 그래서 더더욱 이젠 좀 끝내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더군요.



 - 다시 한 번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일단 재밌어요. 시즌 2까지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큰 고민 없이 재생 버튼 누르셔도 됩니다.

 다만 '참신한 소재'로 시작한 시리즈들이 다 그렇듯 시즌이 누적되다보면 신선함은 줄어들고 점점 식상함이 찾아오기 시작하죠.

 성실한 작가들의 노고로 이번 시즌까진 그게 그렇게 심각하게 재미에 악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이젠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다... 는 생각은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아예 하나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시즌 1부터 한 번 시험삼아 구경해 보세요. 사악하게 비틀린 유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좋아하실 겁니다.




 + 계속 말하지만 조는 사실 지나치게 운이 좋아요. 작가들이 솜씨가 좋아서 '대충 넘기기'를 능숙하게 해치우긴 하지만 그것도 에피소드가 이만큼 쌓이면 한계가 있죠. 이번 시즌엔 그런 조의 행운을 대놓고 농담처럼 우습게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작가들의 자학 개그 같은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ㅋㅋ



 ++ 아마도 제작진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라는 맘으로 이야기를 쓴 것 같은데요. 정말로 다 보고 나면 이번 시즌이 완결이라고 생각해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만. 시즌 4는 이미 확정되었다는 거. 거기선 정말로 완전히 끝내줬음 좋겠는데. 작가들 인터뷰를 보면 본인들은 아직도 할 얘기가 많은 모양입니다. 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잘 했죠. 원작 소설이 있지만 그건 시즌 1의 내용으로 끝이고 시즌 2와 3은 그냥 오리지널 스토리인데, 이 정도면 썩 잘 해냈다고 봐요.



 +++ 아주 매력적인 배우분 한 분을 발견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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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게 매력적이신데 예쁘게 나온 짤이 없어서 그나마 나은 걸로 고르고 고른 게...)


 타티 가브리엘이란 분인데. 구글에 배우 이름을 넣으면 자동 완성으로 'korean'이 따라붙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 엄마가 한국인인데 해외 입양된 경우래요. 그래서 엄마가 엄마 찾으러 한국에 왔을 때 함께 다녀가고 그랬더군요. 그 와중에 '실화탐사대'라는 프로그램 출연도 하셨다고. 역시 대세는 한국!!! 오오 국뽕이 차오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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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으러 온 주체는 미국 배우가 아니라 그 엄마인데 말입니다) 



 ++++ 주인공 배우님은 여기서 한심하고 허세만 쩌는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이젠 잘생겨 보이지도 않습니다. 얼굴 보면 웃음만 나와요. ㅠㅜ

 반면에 러브 역의 빅토리아 페드레티는 이번 시즌이 거의 비주얼 리즈 느낌이었습니다. '힐하우스'랑 이 시리즈로 제겐 익숙한데요, 이번 시즌에는 보다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유독 예쁘게 나오더라구요. 연기도 좋구요. 똘기 발동 했을 때도, 평범하게 성질 낼 때도, 평범하게 귀여울 때도 모두 다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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