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부어맨 아닙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리메이크 아닙니다. 이건 넷플릭스에 있는 버전의 원작이고 넷플릭스엔 없어요. 2010년작이고 런닝타임은 84분. 스포일러 없을 거에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절박한 남자란 위험한 짐승이다!)



 - 다짜고짜 총을 맞고 도망가는 한 남자를 보여줍니다. 무슨 킬러처럼 보이는 악당 둘이 그 뒤를 쫓구요. 죽어라고 도망가던 그 남자는 오토바이에 치이는데, 모여든 구경꾼들과 때마침 우연히 나타난 경찰차를 보고 자객들은 도망가요.

 장면이 바뀌면 매우 푸근한 인상의 동네 아저씨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아내가 출산이 얼마 안 남았네요. 직업은 간호조무사이고 직장에서 아까 그 오토바이 치인 남자 곁에 의사 가운을 입은 수상한 남자가 서성이는 걸 발견하는데... 그 양반이 호흡기 줄을 잘라버리고 튄 걸 보고 바로 수습해서 목숨을 구해줘요. 그래서 경찰이 출동하고 어쩌고 한 후에 집에 가서 아내에게 '오늘 내가 사람 목숨을 하나 구했는데 말야~' 하고 뽐내려는 순간 괴한이 나타나 주인공을 때려눕히고 아내를 납치해갑니다. 아까 그 환자를 병원에서 빼내서 우리에게 넘겨라. 아니면 네 아내와 뱃속 아가의 목숨은 없다!

 우리의 푸근한 간호조무사 아저씨는 과연 이 과도한 설정을 극복해낼 수 있... 겠지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야말로 친근한 우리들의 이웃 비주얼을 장착하신 우리 마음씨 고운 간호조무사님)



 - 사실 전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요. 넷플릭스에 있는 '포인트 블랭크'를 볼까 말까 고민하다 검색을 해보고는 다들 '원작을 망쳐놨다'고 얘기하길래 원작을 찾아본 경우입니다. 확인해보니 원작이 평가가 더 좋긴 하더군요. 원작은 넷플릭스에 없어요. 또 올레 티비로 봤죠.



 - 보면서 처음에 좀 당황스러웠던 건 개연성을 대하는 이 영화의 태도입니다. 없어요 그게. 앞장면과 뒷장면은 논리적으로 계속 이어지지만 '그게 현실에서 가능하겠냐'를 철저하게 무시합니다. 물론 간호조무사 아저씨가 하룻 동안 경찰들과 조폭들의 추격을 다 따돌리고 심지어 몸싸움에서까지 승리해가며 이룰 걸 다 이루는 이야기에 '현실에서 가능하겠니?' 같은 기준이 별로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런 척을 해주는 게 이 바닥의 기본 도리 아닙니까? 근데 안 그래요. 아니 뭐 주인공 아저씨가 갑자기 입에 성냥개비를 물고 슬로우 모션으로 몸을 날리고 이런 정도는 아닙니다만. 다 보고 나서 그랬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됩니다. ㅋㅋ 


 그 대신에 영화가 얻은 것은 속도감과 호쾌함입니다. 초반에 살짝 배경 깔아주는 부분을 통과하고 나면 영화는 계속 쉴 새 없이 달려요. 주인공도 달리고 얼떨결에 동료가 된 범죄자 아저씨도 달리고 이들을 쫓는 부패 경찰과 악당들도 달립니다. 이걸 재밌다고 느끼는 건 각자의 몫이겠지만 최소한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성실한 영화라는 건 분명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끼요옷!!!! 액션 히어로!)



 - 또 한 가지 재밌었던 건 두 주인공. 그러니까 간호조무사님과 이 분이 살려준 범죄자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입니다. 전 당연히 그 범죄자 또한 주인공의 적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 분 되게 따뜻하시더라구요. ㅋㅋㅋ 무자비한 킬러지만 인륜과 도리를 아는 따스한 도시 킬러에요. 처음엔 본인의 필요에 의해 주인공과 함께 다니지만 막판쯤 가면 거의 상냥 친절하게 챙겨주는 수준. 뭐 표정과 말투는 계속 무뚝뚝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연히도 무진장 세고 튼튼하십니다. 분명 전날 밤에 총 맞고 오토바이에 치여 사경을 헤매는 중이었는데. 아드레날린 주사 몇 방 맞고는 그냥 쌩쌩하게...


 그리고 액션에서 둘 역할 나누는 게 재밌어요. 우리 간호조무사님은 어디까지나 선량한 시민이라 폭력을 싫어하거든요. 절대로 사람을 안 죽여요. 그냥 붙드는 악당들로부터 벗어나고 도망치는 액션 담당이시구요. 그런데 함께 다니는 범죄자님은 원래부터 청부업으로 먹고 사는 분이라 그딴 거 없습니다. 그냥 다 죽임. 이렇게 불살 & 몰살 콤비가 함게 다니는 걸 구경하는 게 나름 독특한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암튼 뭔가 이 두 분. 보다보면 옛날 홍콩 느와르 속 '짧은 시간 함께했지만 의리로 엮인 두 남자' 느낌이 나는 게 재밌더라구요. 물론 홍콩 느와르처럼 막 끈적거리는 건 전혀 없지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뜨거운 피를 나눈 쏴나이의 우정!!! 까진 아니어도 대충 비슷한 느낌을 잡아줍니다.)



 - 그리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은 두 남자 각자의 드라마에서 나옵니다.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내, 그것도 만삭의 아내를 무사히 돌려받기 위해서라면 사람 죽이는 거 빼곤 뭐든 다 하겠다는 한 명과. 자기를 함정에 빠트려 누명을 씌우고 또 개인적으로 복수할 거리까지 얹어준 흑막에게 정의의(?) 쓴 맛을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다른 한 명. 이렇게 각자 사연과 목적이 있는데 그 사연과 목적이 아주 단순 명쾌하면서도 설득력 있어서 이들이 그렇게 죽도록 무리해가며 소동을 부리고 다니는 게 쉽게 납득이 돼요. 나름 응원해줄만도 하구요. 주인공이야 말할 것도 없고 파트너 악당도 뭐, 갸가 얼마나 나쁜 놈이든 간에 이 영화 속에서 보이는 장면들만으론 분명히 피해자거든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피도 눈물도 있는 놈인데 그렇게 사람 막 죽이면 사실 좀 이상하지만 그런 덴 신경 쓰지 말아달랍니다.)



 - 그러니까 대충 이런 영화입니다.

 그냥 니들 좋아할 액션 장면들, 특히 스피디하게 쫓고 쫓기는 장면들 배불리 보여줄 테니까 개연성은 잠깐 신경 꺼주세요.

 그냥 부수고만 다니면 또 심심할 테니 아주 직관적인 동기를 만들어주고, 또 니들 맘 편히 응원할 수 있도록 캐릭터 설정도 신경 써드릴게요.

 뭔가 되게 90년대 액션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액션이 화려하고 막 멋진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막 재밌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 시절 느낌으로 살짝 싱거운 듯하면서도 부담 없고 시간이 참 잘 갑니다. 거기에다가 우리 갸륵한 주인공 아저씨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나름 응원할 맘도 생기구요.

 뭐라도 하나 튀는 요소가 있어야 흡족해하는 제 성향상 좀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흥행 코드 잘 맞춘 가볍게 즐길만한 오락물이라는 점은 인정할만 했습니다. 나쁘지 않았어요. 가끔은 그냥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구경'하는 영화가 땡길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임신한 아내를 구하겠다는데, 그래도 사람 하나도 안 죽이고 착하게 구해보겠다는데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꽈...)



 + 두 주인공들 캐릭터도 그렇고 악당들 설정도 그렇고. 여러모로 한국식 액션 스릴러 같다... 는 생각을 좀 했었는데 이미 한국 버전 리메이크가 있었네요. 제목은 '표적'이라고. 별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마찬가지로 헐리웃 버전도 별로 안 보고 싶구요. 



 ++ '포인트 블랭크'라고 하면 늘 생각나는 영화가 '그로스 포인트 블랭크'인 것인데요.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없단 말인가!! 하고 검색해보니 유튜브에 있네요. 와하하 있구나!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5000원. 엄...



 +++ 빌런 아저씨가 멋지더라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실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생긴 게 멋지고 목소리도 멋지고... 



 ++++ 글 다 적어 올려 놓고 제 글 제목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건데...

 요즘 어린이들은 '불란서'가 뭔지 몰라요. 하하. 그냥 그렇다구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