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상

2023.02.02 16:29

영화처럼 조회 수:380

애니 리뷰/추천]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설 : 웹툰 매거진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저는 '슬램덩크' 세대입니다만, '슬램덩크'에 대한 특별한 애착은 없고, TV판 애니메이션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흥행작이니만큼 출간될 때마다 꼬박꼬박 챙겨보며 실시간으로 열광하긴 했지만, 그런 작품이야 '드래곤볼'부터 '원피스'까지 수없이 많죠. 

오히려 우라사와 나오키나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에 애정이 더 큰 편입니다.

그래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극장 개봉에도 그닥 흥분하지 않았고, 좀 기다렸다 OTT로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영화관에 가자네요. 아이는 '슬램덩크'를 책으로도 애니로도 보지 않았는데요. 제 취향을 고려한 배려라 느껴져 기특했습니다.

다행히 원작을 모르는 아이도 충분히 즐겁게 영화를 감상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 장면들을 만화 컷과 비교하며 감탄했고, 다음 컷이 어떻게 영상화 되었을까 궁금해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시합의 하일라이트인 마지막 1분 장면에 이르렀고, 혼자였더라면 눈물이 터져 나왔을 겁니다.



영화는 북산과 산왕의 전국대회 2회전 한 경기, 그 중에서도 후반전 20분의 내용을 집중해서 거의 리얼타임으로 중계합니다. 

거기에 원작에 없던 송태섭의 서사가 병행되고, '나머지' 네 명의 이야기도 플레시백으로 펼쳐집니다.


송태섭은 원작에서 서사가 부족하죠. 정대만과 싸워 입원했다 복귀했고, 이한나를 짝사랑해서 채소연을 짝사랑하는 강백호와 의기투합 한다는 것 뿐입니다.

연재 종료 후 외전 '피어스'에서 어린 시절 형이 죽었다는 서사가 추가되었고, 그 내용을 발전시켜 이번 작품에 담았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원작에서 길게 다루어졌던 서사가 압축되고 일부 수정되어 플레시백으로 짧게 첨가됩니다. 

원작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객에게는 불친절 할 수도 있고, 원작 팬들에게는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리얼타임의 진행 속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스포츠물로서 빼어난 만듦새를 보여줍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그림체를 3D로 잘 살렸고, 만화책의 질감을 영화의 문법으로 잘 담아 냈습니다.

동영상으로 묘사되면서 산왕 질식수비의 압박감은 만화 컷보다 훨씬 생생하게 전달됐고, 그 수비를 뚫고 돌파해 내달리는 송태섭의 속도감도 배가되었습니다. 

부상을 아랑곳 않고 달려드는 강백호의 집념과 허슬 플레이, 바닥난 체력에도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의 불꽃 3점슛,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을 동료와의 패스와 팀 플레이로 돌파하며 성장하는 채치수와 서태웅의 각성이 

상상만 했던 동영상으로 눈 앞에 펼쳐지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다만 교차 편집으로 진행되는 플레시백 때문에 템포가 늘어지고 리듬감이 흐트러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리얼타임으로 연출되는 후반전의 진행입니다. 

슬로우와 일시정지 없이 리얼타임을 살리려다 보니 중요한 장면에서 극적인 연출로 악센트를 주기 어렵지만, 생생한 현장감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합니다.

강백호의 부상부터 이어지는 원작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만화책 몇 권 분량에 해당하지만 실제 경기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고, 

타임아웃을 감안해도 실시간으로 10분 이내에 담아내야 하는 스피디한 전개가 필요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합니다.

그렇다보니 시그니쳐 대사인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가 삭제되었고, 마지막 슈팅 전 '왼손은 거들 뿐' 대사는 묵음 처리되었습니다.

앞 쪽에서도 조재중 스토리가 생략되면서 '보고있는가 재중군...자넬 능가하는 뛰어난 인재가 여기에 있네... 그것도 무려 둘이나'라는 대사와 서태웅의 서사도 생략되었고, 

변덕규 가자미 씬도 건너 뛰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작에서 마지막 1분을 대사 없이 그려낸 탁월한 연출을 어떻게 영화로 담았을까 하는 점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시합의 마지막 1분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현장음은 사라지고 긴박한 효과음과 팬터치가 더해지면서 박진감 넘치는 연출이 펼쳐집니다.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 관객석에서는 숨소리도 사라지고, 남은 경기 시간이 줄어들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호흡이 가빠집니다. 

강백호와 서태웅이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에 이르르면, 목이 메어 오면서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게 되고, 안구에 습기가 차오릅니다.


한 편의 농구 만화가 독자들을 열광시키며 농구 불모지인 일본에 농구 열풍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만화는 무려 1억 7천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고, 만화를 보고 농구에 입문한 선수들이 꿈의 무대인 NBA에 진출하는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슬램덩크 재단은 영화의 에필로그처럼 재능 있는 선수들의 유학을 지원하고 있고,

연재 종료 후 26년이 지난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슬램덩크'의 영광의 시대는 여전히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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