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0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아니 뭐 결말이 뻔한 이야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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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이미지부터 폰트까지 그 시절 느낌이 물씬 나서 좋네요.)



 - 뉴욕입니다. 자유의 여신상 얼굴을 대빵 크게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고, 그대로 바다를 향해서 페리를 타고 출근하는 '테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죠. 대략 주식&투자 회사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고 이제 곧 30살. 일개 비서직에 명문대는 못 나왔지만 나름 빡세게 혼자 돈 벌며 야간 대학 다니고 해서 지식도 많이 쌓았고, 또 언젠가 높은 자리로 갈 날을 꿈꾸며 정말 쉬지 않고 정보 수집하고 공부하며 사는 불타는 '워킹걸'이에요. 하지만 그딴 거 필요 없고 현실에서 돌아오는 건 커피 심부름에 남자들의 성희롱, 그리고 '얼른 괜찮은 남자 잡아서 결혼이라 하라'는 식의 주변 시선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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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들이 월도인 주제에 여자라고 주인공을 무시하는 나아쁜 직장 사람들 나와야죠. 우측 분은 '유혹의 선'에서 유일하게 안 유명한 애 역을 맡았던 분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회사가 스카웃한 인재로 자신과 동갑의 보스 '캐서린'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느 보스들과 마찬가지로 오만가지 잡다한 일로 부려 먹으며 귀찮게 하지만 제법 그럴싸한 말들을 꽤 합니다? 기회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잡는 거라느니, 여자들끼리 뭉쳐야 한다느니, 뭐든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놓아 보라고, 함께 이루어 보자느니... 뭐 어찌 보면 다 그럴사한 개소리로 들리지만 그 말을 하는 게 간지 쩌는 시고니 위버라서 테스는 홀딱 반해 버리고 자신의 필살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해요. 하지만 알아 보겠다던 캐서린은 그 아이디어는 망했다는 답변을 전해주고,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부상을 당해 회사에서 잠시 사라집니다. 이때 캐서린의 집 관리까지 맡아 버린 테스는 거기에서 캐서린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몰래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게 뭐꼬!!! 하고 열 받아서 캐서린이 돌아 오기 전에 자기가 스스로 그 프로젝트를 완성해 버리기로 결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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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들 혐오하시는 그 분이 나옵니다만. 극초반에 잠깐 나와서 추잡하게 굴다가 봉변 당하고 사라지는 단역이니 오히려 즐기실 수 있을지도?)



 - 여성의 사회 진출을 다룬 인간 승리 스토리죠. 근데 별로 진지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한참 쓰이다 사라진 용어로 '트렌디 드라마'라고 있잖습니까. 딱 그 스타일에 그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주인공은 평범하면서 좀 안 좋은 환경에서 스스로 힘으로 일어나려 노력하는 씩씩한 여성이구요. 곁에는 방방 튀는 성격의 절친 하나가 머물며 서포트 해주구요. 직장에서 화려한 비주얼의 빌런을 만나 일과 연애질 양면에서 배틀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다정다감한 흑기사를 만나 신분 상승 연애(...)를 하며 알콩달콩하겠죠. 결국 마지막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게 주인공이겠고. 이 모든 과정에서 오만가지 상황과 핑계를 만들어서 화려하고 예쁘고 비싼 걸 입고 먹고 들고 다니며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배경은 또 뉴욕 도심이잖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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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몸으로 80년대를 뿜어내고 계신 두 분입니다. 보시다시피 또 쿠삭 집안 사람들이 암암리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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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장면에서 상황을 전해 듣고 쌩뚱맞게 "xx이가 해냈대!!!"라고 환호하는 친구의 클리셰... 는 이 장르의 전통인가봐요.)



 - 보는 내내 한국의 세기말, 세기초를 장식했던 그 '직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들이 떠올랐습니다. 정말로 비슷해요. 그런 드라마들의 스토리 기본 공식이 거의 몽땅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궁금해지더군요. 미국에선 이 영화 전에 이런 스토리, 이런 스타일이 더 많이 있었을까요. 별로 없었다면 이게 그 한국산 트렌디 드라마들의 원조이자 조상격이 아닐까 싶어서요.


 근데 그렇다는 것은, 그 트렌디 드라마들의 한계나 단점도 다 그대로 담겨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별로 진지하지 않고 깊이도 없어요.

 사회에서 홀로 서려고 몸부림치는 여성의 애환 이야기는 전반부에 적당히 보여준 후 조용히 물러나고 런닝타임의 남은 2/3를 채우는 건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캐서린과 테스의 피 튀기는 싸움 & 해리슨 포드 왕자님과의 로맨스거든요. 덧붙여서 테스의 노력과 능력이 증명되는 부분은 현실성은 고이 접어 날려 버린 환타지로 채워지구요. 기업 인수 합병이 장난이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ㅋㅋㅋ 뭐 21세기에 다시 봐서 그런 게 크기도 하겠지만 애초에 진심으로 진지하게 만든 이야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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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까이 거 대충 자신 넘치고 전문적인 표정(?)으로 전문 용어 좀 읊어주면 그것이 리얼리티!!)



 - 하지만 또 21세기에 이걸 다시 보니 오히려 이런 단점들에 관대해지는 게 있더라구요.

 어쨌든 이게 그 시절 미국 여성들을 격려하는 이야기라는 건 분명하잖아요. 또 그 시절엔 이 정도로도 충분히 위안 받고 힘내는 사람들도 많았을 거고. 또 보면 어쨌거나 시작부터 끝까지 요 환타지 성공담에서 중요한 역할은 테스가 다 합니다. 포드 할배는 서포트 정도에요.

 그리고 딱 80년대스럽게 과장되고 호화로운 차림새와 뉴욕 풍경들을 지금 보니 참 재밌어요. 어떤 건 웃기고, 어떤 건 '아 그래 저런 느낌이었지'라는 식으로 반갑고, 또 어떤 건 지금 봐도 그냥 보기 좋구요. 거기에다가 음악도 적절하게 잘 쓰니 대체로 보기 좋고 듣기 좋고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도 좋아요. 조연 자리로 물러나 앉아서 자기 매력 포인트를 적절히 발산하는 해리슨 포드 영감님도 좋고, 과장되게 화려한 악역을 맡아서 맘껏 오버액션 연기를 펼치는 시고니 위버도 아주 좋습니다. 그에 비해 멜라니 그리피스는 좀 약하긴 한데, 특유의 살짝 아기 고양이 같은 얼굴이 귀엽고 똑똑한 테스 캐릭터와 적당히 어울려서 나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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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이 분이어서요. 이 분 역할이 재밌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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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 따위가 어딜 감히!!!!! 라는 장면인데 두 정장남의 영혼 없는 표정이 시선을 빼앗네요.)



 -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마이크 니콜스 영감님에겐 죄송한 얘기지만 그냥 작품성으로 칭찬 받을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름 시대상을 반영한 소재에 적절한 메시지를 담고서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그 시절 오락물... 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어차피 이딴(?) 이야기, 21세기에 누가 만들어주길 바라긴 어려우니 말입니다. ㅋㅋ

 결론적으로, 80년대식으로 아주 나이브한 이야기에 거부감이 없거나 오히려 그걸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 큰 기대 없이 가볍게 즐길만한 괜찮은 오락물이었어요. 저는 즐겁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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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좋은 세월이었던 것이었습니다.)




 + 이 시절 영화들이 그랬던 건지, 그냥 그 시절의 제가 그랬던 건진 몰라도 80~90년대엔 제게는 'OST 한 곡으로 다 끝난 영화'들이 있고 이 영화도 그 중 하나입니다. 


 들어도 들어도 좋고 영화 속에서 울려 퍼질 땐 두 배로 좋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덧붙여서


 제가 이 노랠 어떻게 알게 됐는지도 까먹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친구의 약혼 파티 장면에서 잠깐만 나와요.

 암튼 이 곡도 한참 좋아했던 기억이.



 ++ 아 까먹을 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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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도 나오십니다. ㅋㅋ 테스의 찌질한 구남친 역이구요.



 +++ 이 분도 나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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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누구신지는... 알아 보시겠죠? ㅋㅋ '테스의 친구 4' 쯤 되는 역할로 대사 하나 없이 도합 3초쯤 얼굴만 비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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