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9 10:32
오늘 아침 얘긴 아니고 어제 저녁 얘기입니다.
아는동생이랑 같이 헬스/수영을 다니는데,
야외수영장이에요. 레인도 없고, 그리 크지 않은 수영장이거든요. (네 여긴! 아직 덥습니다. 최저기온이 20도;;)
요가수업 마치고, 바람도 쐴겸 동생과 수영장에 갔어요.
저는 수영을 본래 할줄 몰랐었는데, 더운나라 와서 1년가까이 살다보니 배워지더라구요.
간신히 평영을 개조한 - 고개를 넣었다 빼었다 하는게 아니라 계속 쭉빼고! 말도 하고 숨도 쉴수 있는 하하! -
저만의 수영으로 수영장 반쯤 건넜을러나?
동생이 계속 한 군데를 뱅뱅 도는겁니다.
저는 분명 그동생이 수영을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반 넘게 따라왔길래! 오홀!!! 하고 있었는데
아뿔사, 네! 이 친구, 수영장 깊이를 몰랐던 거에요.
맨 처음 3분의 1지점까진 1.25미터, 그리고 나서 갑자기 2미터 가까이로 깊어지고, 최종 3분의 1지점은 2.1미터거든요.
1.25에서 그 다음단계로 깊어질때, 계단형이 아니고, 대각선형태? 언덕처럼 깊어져서 갑자기 발이 안닿게 되죠.
그 부분에서 멈춰서 바닥에 발을 닿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첨엔 지켜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가갔는데 저까지 죽을뻔 했어요.
정말 농담이 아니고, 물귀신이 뭔지 알것 같더라구요.
필사적으로 저를 잡고, 누르는데 그 힘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둘이서, 거의 바둥바둥, 그 친구가 저보다 키도 크고, 등치도 조금 있는 편인데다가
저도 수영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니고, 게다가 어젠 컨디션도 너무 안좋았었거든요.
그친구를 구하러 갔다가 되려 필사적으로 그 친구를 뿌리치고 있었어요. 물론 뜻대로 잘 되진 않았죠ㅠ
풀안에는 다른 여자 2명이 있었는데, 지켜만 보더라구요. 간신히 그 친구 피해서 고개를 내밀고
헬프!라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 시큐리티가 없는 수영장이에요.ㅠ 위험은 니가 감수해 우린 책임없어란 사인이 곳곳에 걸려있구요)
직원이 튜브하나를 던지고, 다이빙해 들어와, 그나마 정신이 있던 저는 튜브를 잡았고, 동생은 그분에 끌려 수심 낮은 곳으로 갔습니다.
정말 저는 그 친구 큰일이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이 멀쩡하더라구요.
둘이서, 우리 정말 죽다 살아났다. 웃고 말았는데
정말 죽음이 손끝에 거의 살짝 닿은 것도 같았어요.
그상태로 1-2분만 더 지속됐다면;;
아마 전 이글을 쓰고 있지 못했겠죠?
물놀이 사고에 보면, 구하러 갔던 분들이 함께 변을 당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절감했어요.
앞으론 어설프게 구한다고 들어가지 말고, 얼른 튜브를 던지거나 직원을 불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막상 눈앞에서 친구가 버둥버둥 대니깐, 주제파악이 잘 안되더라구요.ㅠ
어쨌거나 살아서! 참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