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쓸데없는 이야기- 그러니까, '바낭'이 될까요? (정말 죄송하지만 '바낭'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십.... 쓰더라도 알고 사용하고 싶습니다.)

 

결혼 전 이야기니까, 2년은 더 된 에피소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텁텁하고 건조한 늦은 봄이었을 거예요.

결혼 얘기가 오가던 어느날, J (남편 이니셜)가 느닷없이 반바지를 입고 약속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경악했습니다.

강호동씨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알통이 거대한(..) 다리통에,

감자만한 엄지발가락 (과장이 아니라, 정말 왠만한 사이즈의 中싸이즈 알감자와 맞먹습니다),

그리고.... 무성한 다리털. . 털!!

 

현빈처럼 얄쌍한 남자분들이 매끈한 종아리(?)를 자랑하며 반바지를 입어도, 뭔가 '....' 알 수 없는 이물감이 느껴지던 저로서는

몇 개월 후 웨딩마치를 올릴 J의 초특급 울트라 어글리 룩킹한 헤어리 레그를 용서하기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리저리 끊임없이 움직거리는 감자발가락들도 용서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딴은, 아저씨 양말(..)을 신고 왔더라도 마찬가지 용서하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합니다.)

감자발가락 윗부분에 호빗처럼 수북히 덮힌 털들도 끔찍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튼, 저 자신, 내노라 하는 무다리긴 하지만

남들 시선을 생각하여 삼복 더위에도 긴바지로 가려주는 미덕은 갖추고 있단 말입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 긴 바지를 입으심이 어떠한지?

J가 대꾸했습니다. - 덥습니다. 땀띠가 납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 그래도 통풍좋은 면바지가 있지 아니합니까?

J가 공손히 예를 갖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그렇긴 하지만, 저는 면바지를 입지 않습니다. 짧은 다리가 더 짧아보입니다.  

제가 운을 띄웠습니다. - 그럼 차라리 양말이라도 신으심이..

J가 민망한 듯 살포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 .... 더워서 무좀이.... (아아악!)

 

제가 원망을 했습니다. - 그럼 계속 이대로 반바지만 입으실 작정입니까?

J가 놀란 토끼눈으로 저를 바라보며 말하길 -아니됩니까? 저의 건강한 숏다리가 미우십니까?

제가 통사정을 했습니다. - 그럼 좋습니다. 제모라도 하십시오.

 

그 날, 귀가하기 전에 이마트에 들러 Veet 와 여성용 제모기를 사주었습니다.

 

 

 

밤. 메신저에 접속했더니 J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J> 접니다.

Me> 네.

J> 큰일났습니다.

Me> ??

J> 깎다보니 수챗구멍이.... 

J> 막혀버렸습니다.

Me> ......

Me> 건져올리셔야죠..

J>  그런데 면도기 칼날도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뒤.

J의 아버님이 대수술 (뇌출혈이셔서..)을 받으셨습니다.

 

J>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Me> 아.. 아버님 경과는 좀 어떠신가요?

J> 제 다리를 보시고

J> 수술실 들어가시기 전에

J> '다리 털이 어디갔냐. 이 얼빠진 놈' 이라고 한 마디 하셨습니다.

Me> ...;;;;

 

 

덧> 지금 J는.. 더욱 무성하게 자란 다리털을 휘날리며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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