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광주에 사는 학생이 올린 글을 보고 전라도에 대한 혐오, 편견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아주 멀리 보는 사람들은 고려 태조 왕건이 남긴 훈요십조 8번째 조항에서 찾기도 합니다. 8번째 조항은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죠.

‘차령이남과 공주강 밖은 산과 땅이 모두 배반하니 그곳 사람 또한 배반한다. 따라서 그곳 사람들이 조정에 들어오면 변란을 꾀하고 임금이 행차하는 길을 막아 난을 일으키니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벼슬을 주지 말라’

하지만 왕건이 남겼다는 훈요십조의 원본은 1010년 거란의 침입으로 모두 불타버렸다고 합니다. 아니 왕실자료가 그때 모두 불타버려서 훈요십조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현종 때 태조실록을 편찬하면서 불타버린 것으로 알려진 훈요십조가 홀연히 나타난다고 하는군요. 현종을 왕위에 옹립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신라계 출신들이었고 훈요십조를 발견한 인물도 신라 혈통의 경주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훈요십조 8조항은 현종과 그 측근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있다는군요. 실제 고려 태조는 다른 지역과 차별 없이 호남지역 사람들을 등용했고 측근에 두고 신임했다고 하니까 훈요십조 8번째 조항은 태조 스스로가 지키지 않은 셈이랍니다. 훈요십조 8항이 사실이든 조작이든 최소한 호남지역에 대한 고려 태조 아니면 현종 때부터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두번째 설은 박정희 정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반을 고립시키고 장기 집권을 꾀하기 위해서 지역감정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은 이미 민심 기반에 흐르고 있던 호남지역에 대한 편견을 정권에 이용하여 증폭하였지 이것이 호남지역 혐오의 기원이 되기는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예전에 80대 노인분한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미 일제 강점기 때부터도 호남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 겉으로는 간이라도 뗴어 줄것처럼 살살거리지만 반드시 뒤통수를 친다는 말이 돌았다고 하니까요.

 

저도 여지껏 살아오면서 호남 분들을 많이 접했지만 특별히 이 분들한테 뒤통수를 맞았던 기억은 없습니다. 대학 다닐 때 피해의식이 강해서 좀 짜증났던 친구는 있지만 그렇다고 나쁜 아이는 아니었어요. 그 피해의식이라는 것도 지속적인 타지역의 말도 안되는 편견에 접한 결과라고 하면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었고요. 짜증나기도 했던 피해의식 이면에 지독한 집단 따돌림이 있었던 거니까요. 특정 지역에 대해 이토록 오래동안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집단 따돌림을 행한 케이스가 다른 나라에도 있나 싶어요.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란 말을 많이들 쓰는데 그건 말을 바꿔야 할거예요. 지역감정이 아니고 호남 혐오감정이라고 해야 정확한거죠. 막연히 지역감정이라고 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데 묶어서 비난하는 거니까요.

 

제가 저 밑에서 썼던 박근혜를 찍었던 분들과의 저녁식사와 관련한 글에서 빠뜨린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대선 직전 새누리로 넘어간 한광옥과 한화갑, 이 사람들한테 한 자리씩 주면 호남사람들을 달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한광옥, 한화갑에게 자리 준다고 호남분들의 의분이 풀릴거면 애초에 그 지역에서 박근혜한테 그런 지지율이 나오지도 않았겠죠. 그냥 속으로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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