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 시너스 4k디지털(영사기 기준이고 소스는 여전히 2k해상도입니다.)로 재관람했습니다.

화질은... 여전히 아쉽지만, 용산 아이맥스보다는 일단 나았습니다.

나중에 왕십리 아이맥스에서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주말인데다 동네 극장이라서 그런지 관객들 반응이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웃음도 용산에서 볼 때보다 많이 나왔고,

설산에서 맬이 등장할 때는 다들 경악하더군요.

결말에서는 여전히 웃음. 근데 전 인셉션 엔딩에서 웃는 관객들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비웃는 게 아니라 허탈함이랄까, 일종의 공감이니까요. 호의적인 웃음이라고 느꼈습니다.

 

 

 

# 어머니랑 같이 봤어요. 어머니의 반응:

 

1. 디카프리오 늙었다.

 

2. 부부는 역시 같은 일을 하면 안되는 건가?

 

근데 한참 후 식사하시면서는 "그래도 부부가 같은 일하면서 애들 키우고 늙어가면 좋긴 하겠더라."고 코멘트.

 

워낙 피곤한 상태에서 관람하신 터라 영화 보는 내내 조셨는데,

제가 옆에서 슬쩍슬쩍 보니 액션 장면에서는 맘 편히 주무시고

액션 장면 끝나고 맬이 등장할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자세를 갖춰가며 관람하시더라구요.

역시 영화광 어머니라서 그런지 이 영화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더 무서운 건, 영화 끝나고 저한테 이것 저것 질문하시는데,

영화 내내 졸다 깨다 하셨는데도 제가 첫번째 봤을 때보다 내용을 더 날카롭게 파악하고 계시더라는 거. -_-;

 

 

 

# 다시 보면서 느낀 건데 얘네 팀 입이 너무 싸지 않나요? 설산에 도착하자 마자 "이건 임스 니 꿈이니까 어쩌구 저쩌구."

근데 눈치없는 피셔 주니어도 만만치 않아요. 왠만하면 그 시점에서

'어랏, 임스인가 저 친구는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경호팀 중 하나 아니었어? 근데 저 친구가 만든 꿈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잠깐, 지금 이 이상한 요새가 브라우닝 삼촌 꿈이라는 게 말이 안되는 거 같은데?'라고 의심할 법도 한데...


현실은 "응 그래 나 열심히 따라가서 금고 열게요. 쫄래 쫄래." -_-;

 

 


# "입이 싼 우리편 vs 호구" 구도로 치면 피셔 주니어가 림보에 빠진 직후, 사이토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이토가 바로 앞에 있는데 "그때까지 사이토는 못버티겠지"라고 대놓고 말하더군요. 사이토는 "이게 뭥미"하는 표정.


근데 더 웃기는 건 "이제 나는 치매 노인될텐데 알게 뭐람?"이 아니라

막판까지 수류탄 던지면서 열심히 열심히 협력 중.

사실 사이토는 전형적인 사람만 좋은 호구가 아니었을까... 좀 불쌍해지려고 합니다.


게다가 애초에 인셉션을 하려는 이유도 "우리 회사가 세계를 지배할 거라능!"도 아니고

"쟤네 회사가 짱 먹으면 독재자가 됩니다. 민주적인 기업 문화 만들어봅시다."라니.

진짜 놀란 감독이 "배트맨 비긴즈 때 실속없는 배역 준 게 미안해서" 이번 영화에서는 젠틀큐티스마일리 배역을 주고 싶었던 걸까요.

 

 

 

 

# 아래 로이배티님이 올리신 글을 보고 든 생각.

극중에 나온 토템들 말고도, 다른 캐릭터들도 토템이 하나씩 있지 않았을까요?

 

오랫만에 애인 집에 찾아가서 쭈그리고 앉아 쓱싹쓱싹 가위질을 하고 있는 사이토.

"자기야 뭐해?"
"응 토템 만들어. 쓱싹쓱싹."
"응? 토템? 그게 무슨 말... 악! 내 카페트!!!"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공항에서.

"엄마, 엄마. 저기 서 있는 동양 아저씨 이상해."
"얘, 남들한테 함부로 손가락질 하는 거 아니야."
"그치만 저 아저씨 진짜 이상해. 주머니에서 카페트 조각을 꺼내더니 계속 냄새를 맡고 있어요."

 

사이토는 변태로 몰려 체포되었고 짜증난 사이토는 결국 공항까지 사버렸습니다. 끝.

 

 

 

# 생각해보니 임스는 카지노 칩이 토템이라는 설이 있고, 아서는 주사위가 토템.

둘이 영화 내내 아웅다웅하는 것도 그렇고 도대체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동인녀분들이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옵니다. :-)

 

 

 

 

# 킥의 개념은 여전히 헷갈림.

근데 첫번째 관람하고 이해했던, 킥이 상위 레벨 -> 하위 레벨 only라는 제 생각이 틀린 것 같습니다.

설산에서 림보로 갈 때, 대사로 분명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쪽에 가면 여기로 나올 킥을 고안해내야 해."

여기에서 킥을 하는 게 아니라, 그쪽에서 킥을 해야 한다는 걸 또렷하게 말하고 있어요.


게다가 폭탄도, 작전 준비 중에도 설치하고 있고,

작전이 실패하고 피셔 주니어가 죽을 때도 터뜨리려고 하고, 

피셔 주니어가 돌아온 뒤에도 결국 터뜨리고...

작전 성공이나 실패, 피셔 주니어가 폭탄 터뜨리는 장면을 보느냐 안보느냐와 상관 없이,

하위 레벨에 간 사람을 깨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위 레벨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폭발이었다는 이야기.

(애초 계획에서는 거기가 마지막이었으니까요.)


결국 인터넷에 돌고 있는 킥 이론 중에서는

"약이 쎄기 때문에 동시-연쇄로 일어나는 킥이 필요하다"는 쪽이 그럴듯해 보이네요.

 

 

 

 

# 킥의 개념이나 엔딩의 정체보다도

영화보면서 가장 궁금했고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의문 하나.

대체 오프닝에서 코브가 먹었던 그 맛 더럽게 없어보이는 죽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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