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라는 말, 쉽게 쓰기에는 너무 강한 말이지만 근래 몇몇 한국 인디 음악을 듣거나, 어쩌다 앨범을 사고 나면 자주 드는 감정이에요. 

오늘 우연히 데이브레이크 라는 밴드의 라이브 클립 (밴드의 시대 영상) 을 보고 나서 든 감정은 역시나 '혐오'였어요. 오아시스의 리암 식으로

말하자면 개수작을 부리면서, 근사한 양복을 맞춰입고 화려한 조명 앞에 서서 맞춘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요. 팝 사운드를 가지고 와서, 듣기 좋은 편곡으로 포장하고 

리액션을 유도하고...몇몇  팬들은 환호하고...


밴드의 시대 니, 밴드 의 형식을 취하면서 정작 하는 짓은 주류 메이저 씬의 양식을 어설프게 흉내내요. 팝밴드 니까 라고 하기에는 어설픈 개폼을 너무 잡구요.

'밴드의 시대' 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하는 음악프로에서, 팝음악을 근래의 락 장르적 변형으로 담아내는 시도를 한 것은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팝 이라는 멜로디 중심의 장르에 기초한 곡을 밴드의 형식으로 변주 했을 때는 충분히 그런 리메이크를 납득시킬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가 락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살리든지, 밴드 만의 개성을 보이든지, 뮤지션 만의 색을 입히든지,

굳이 본곡 만으로 충분한 곡을,  다시 리메이크 하면서 1회성으로 끝날 이벤트로 음악을 하는 것은 밴드 자체로서의 실격 같다고 느껴요. 


그런 그네들만의 감성과 능력이 없는 밴드가, 본곡 자체의 훌륭함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는 그 능력부재를 과장되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숨기는 꼴이 정말 토나왔어요.

마치 그 과장된 퍼포먼스가 자신들의 강점인 것마냥, 자신들만의 개성인것 마냥.... 

온갖 화장을 하고 퍼포를 벌이는 kiss 니 마릴린 맨슨 같은 밴드도 음악으로 퍼포를 납득시키지, 퍼포로 음악을 납득시키지는 않아요.

하지만 위에 언급한 데이브레이크의 경우는 그냥 탑밴드의 경우도 그렇고 그냥 후자에 해당하는 수작을 부려요.


노래가 좋으면 팬들은 알아서 소리 지르고, 굳이 짜여진 퍼포와 조명을 벌이지 않아도  밴드 음악은 충분히 화려한 음악인데,왜 저딴 짓을 하는 걸까.

이미 퍼포먼스 에 중심을 둔 음악은 주류 씬에서 그들이 흉내내지 못할 만큼 화려하게 잘하는데, 왜 저들은 그짓을 어설프게 따라하는걸까.


이런 생각을 하며  영상을 보다가, 게시글에는 담지 못할 욕을 하고 꺼버렸죠. 



혐오의 문화


사실 요즘 시대에 혐오나 부정의 감정을 내비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좋아요'란 평가와 강박적인 긍정에 대한 통념 때문인지 몰라도

공공연하게 "좋아요"라고 표현하는 것은 용인되지만 (그 좋아함에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만약 누군가가 강한 혐오를 내비치거나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 만큼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을 내색하면 금방 분위기는 무거워지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죠. 저는 이런 분위기가 근래의 문화 라고 생각해요. 

과도한 긍정성에 기초하여 무한한 좋아요는 가능하지만, '싫어요' 란 표현은 항상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되고,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이 느껴지는 문화.


저는 이 부담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그런 표현을 하는 이 조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좋아요 의 경우에 보통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좋아하는 경우가 흔하듯,

싫어요 의 경우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주관적인 취향에 근거한 경우도 많은데, 

왜 이 혐오와 싫어요 란 감정은 '부담'이 된 것일까요? 


유난히 싫어한다는 말에는 '왜 싫어하는지 5지 선다형으로 묻는 리액션이 쉽게 나오고, 싫어한다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워하고,

만약 누군가가 자신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면, 그것은 '아 그렇구나; 의 차원으로 인정하면 되는데,

갑자기 이유없는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경우도 흔하구요. (미학이나 비평의 영역의 논쟁이 아니라면) 


가령 제가 위와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달았다면 아마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페이스북 만큼 '좋아요'란 인정 방식만이 존재하는 소통 매체 에는 위와 같은 분위기가 더 강하죠. 그곳에는

이유 없는 좋아요는 가능하지만, 싫어요 는 항상 이유가 필요하고 상대방과의 논쟁도 일어나니까요.)


물론 이러한 저의 판단 또한 굉장히 주관적인 일반화에 근거합니다. 


다시 한국인디


몇몇 한국인디,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 놀이를 하거나. 구태의연한 형식을 괴상한 퍼포나 아이돌식 꾸밈으로 새로운 음악인양 하거나

센치해지는 것을 '감성있는 음악'처럼 부리거나, 자기 방에 골몰한 나머지 혼자만 알아듣는 소리만 중얼대거나, 그 혼자만 알아듣는다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거나, 그들만의 리그에서 말하는 '진정성' '음악성'에 골몰하거나, 아무런 납득가지 않는 기준으로 무조건 박수치는 평론가들이나

이제는 지겨워 질 때도 된 것 같아요. '아아 친구야...아아 떠나버린 사람아...흙흙' 식의 소녀풍 가사도, '너는 비싼 차를 타는구나 난 썩은 차만 먹어' 식의

구린 음악에 재미있는 가사를 덧붙여서 관심을 유도하는 한국인디가 혐오스럽게 느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꼭 웃긴 가사를 집어넣고 웃긴 퍼포를 해야

관심을 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자기 연민에 빠져 '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야; 라고 외치는 가사를 지겨운 멜로디에 넣는 음악을 '인디음악'이라고

스스로 칭하면서, 또는 그걸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걸까요? 해외 에서 성공한 인디음악 장르 가져다가 번안해서 부르는 습관 포함해서 말이죠.



다시 혐오 "너 미친거 아니냐?"


  '하이 피델리티'와 '스쿨 오브 락'의 잭블랙. '올모스트 페이모스'의 필립 호프먼 이 맡은 편협한 오덕 들은 이 혐오와 광분을 오가며 좋아요 와 싫어요를 표현하는

전형적인 캐릭터 들이죠. (특히 잭블랙은 이런 역할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자 라고 생각해요) 하이 피델리티에서는 '벨레 세바스찬' 노래를 들으며 '아 xx 이게 무슨 청승이냐'

'가장 최악의 곡들은 80년대 스티비 윈더' 라고 외쳐대면서 혐오를 드러내고, 올모스트의 필립은 lp판을 내던지면서 "garbage" 라고 판을 내치다가 , "이기팝!!!!" 에는 흥분하며

레코드를 바꿔 들어요. 저는 이런 오덕들이 정말 귀엽거든요. (?) 그들은 좋아하는 것 만큼의 싫어함을 내색하고, 또 그 증오는 '부정적이고 편협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관과 취향의 표현 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문화에서는 그런 '싫어요'와 '혐오'가 의도적으로 억압되거나 내쳐지고 있는 태도 중 하나 인 것 같습니다. 


왜 대체 좋아한다는 말보다 싫어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어려울까요? 이 질문이 이 글의 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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