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사건과 부모의 책임

2012.09.01 16:05

메피스토 조회 수: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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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12시에 자기 집에서 자고있던 아이를 방임상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피해자 부모가 무조건 두둔되어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모든 일엔 원인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 사건은 대로변에서 뛰노는 아이를 말릴생각 않고 기특한 듯 바라보는 부모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사건이 아닙니다.

아이는 자기 집에서 자고 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자고있다고 하지만 집안에는 다른 성인도 있었습니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상태라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 봤던 대부분의 기사에선 그냥 술에 취해 잠들었다 쯤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술에 취할정도로 마셔서 잠이 든건지, 잠자리 들기전에 술을 마신건지, 아니면 밖에서 한잔하고 온건지, 이거저거 떠나 진짜 안드로메다로 간건지..이런건 안써있군요.

 

어쨌든 인사불성이라는 표현이 나온 기사는 못찾았습니다. 사실 인사불성 여부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더군다나 원래 언론이라는 것들 중 일부는 뭔가 트집거리만 잡는다면 어떻게든 인과관계를 만들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우린 이미 "PC방 전원내렸을때 게임중독자들이 보이는 반응"이라는, 참으로 과학적이며 심오한 취재의 선례를 알고있죠 :-p.

 

문을 잠그고 나가지 않은 사람의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네. 실수가 맞습니다. 실수는 실수죠.

하지만 이런 실수는 그 실수가 불러오는 결과를 떠나 우리 일상에서 늘 일어나는 실수입니다.

잊어버렸을수도 있고,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하고 저지를 수도 있는, 그런 실수죠.

너무도 불보듯 뻔한 위험들에 아이들을 내놓는 행위가 아니라는겁니다.

 

만일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 정신좀봐, 문도 안잠그고 나왔어"정도의 자책만 있었을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안좋게 발전해봐야 부부싸움이었겠죠.

 

네. 아이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의미만 본다면, 사전적인 의미에서 방임이 맞을 수도겠죠.

보호를 소홀히했다? 결과적으로 험한 일을 당했으니 소홀히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기로 작정한 범죄자가 모두가 잠든 시간에 남의 가정에 침입하여 아이를 들쳐업고 나간 범죄를 가지고 부모의 책임운운하는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만일 부모 둘 모두가 집에 잠들어있었는데 문단속만 안한걸로 비극이 일어났다면?

몇몇 사람들은 그럼에도 비슷한 주장을 펼치겠지만, 인터넷의 비난은 훨씬 수그러들었을겁니다.

 

어쨌든 언론과 일부 네티즌은 게임중독이니, 술에 취해 잠들었다느니(혹은 인사불성이라느니)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씁니다.

물론 이 사람들이 가해자를 두둔하기 위해 이런 얘길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부모의 책임 운운하는게 변호되는건 아니죠.

 

다르게 생각한다면 문단속을 소홀히했고 몇시간 자리를 비웠을 뿐이며, 불행하게도 그 시간에 그 실수를 범죄자가 이용하여 비극이 일어난 것입니다.

범죄자가 작정하고 가정집에 침입하여 아이를 납치하여 성폭행한 사건을 두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표현하며 피해자 부모를 비판하기 바쁜 현상.

 

이런 현상;일련의 비판이나 논리들이 정상적인 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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