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동물농장'에, 동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 하이디가 여러차례 나왔었어요. 정말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사람들이 애완동물에게 궁금해하는 것을 동물에게 직접 물어보고 말을 전해주고 사건도 해결하고 뭐 그런 내용들이지요. 처음에는 '공중파에서 저게 뭔 헛짓이야...'하고 보기 시작해서, 다 보고 나면  '동물 마음을 읽는게 가능하긴 한가보군-_-' 하는 결론을 내리면서 인터넷으로 '하이디'를 검색해서 다른 동영상까지 찾아보곤 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작이나 사기나 편집이나 연출에 의한 화면들이라기엔 지나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진데다, 뭣보다 동물들은 연기 시키기 좀 그렇다는 핑계를 들어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냥...사람이 동물이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나요? 나는 못할지언정. 

 

하여간 '그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서점에서 하이디의 스승이 지은 책을 발견했습니다. 책 제목은 [엄마 내맘 알지?] ...  음, 까..깜찍하구나;; 잽싸게 사왔어요.

 

책의 구성은 아멜리아 킨케이드(책의 저자이자 에니멀커뮤니케이터)의 동물과의 대화 경험담이 중간중간 삽입되면서 '누구나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 ^0^ 당신도 가능하답니다~'하는 전제 하에 동물과 대화하는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 식이랍니다. 한마디로 에니멀커뮤니케이터 교육의 대중 버전인 셈이죠.  마지막에는 '동물실험이 안 된 화장품 사용' 이라던가 '채식의 필요성' 같이 일상 생활에서 동물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나고요. 스테이크 광이던 저자는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서 동물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를 상상도 못하게 되었다고 하던데, 이건 당연한 귀결일테죠.

 

책을 막 뒤적이면서 동물과의 대화 경험담만 골라읽기를 한 터라 동물과의 대화 기술에 대해 자세히 파악은 못했지만, 얼핏 본 방법들을 보니 명상프로그램과 성격이 좀 비슷해서 재미있었어요. 기본적으로는 몸과 정신을 충분히 이완하고 머리 속의 생각을 정지시키고 (해보신 분은 충분히 아시겠지만,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죠-_-)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고요하고 빈 공간을 마련해 놓아야 하죠. 알고 보니 저자는 오랜 시간 명상을 수련한 명상가이기도 하더군요. 여기에 더불어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과 자신의 육감을 믿는 것도 중요하고요.

 

동물과의 대화는 여러 체널로 가능하지만 주로 이미지가 가장 많이 쓰인대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니?' 하고 물어보고 빈 그릇을 상상하면서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강아지에게 대화를 청하면) 머리속에서 저절로 빈 그릇 속에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식이 잔뜩 담겨있는 그림이 떠오르는...뭐 그런 식이라고..동물농장에서 하이디 역시나 강아지나 고양이가 전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죠. 어쩔 때는 동물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고 하고요.  음..제가 우리집 강아지를 데리고 오기 얼마 전에 강아지가 나오는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강아지가 저에게 말을 건 적이 있었어요. 음성으로는 아닌데, 그냥 텔레파시처럼 그 의미가 전달되는 식이었죠. (이런 강아지 꿈을 몇 번 꾸고 나서 결국 못 참고 강아지 입양..) 뭐 이런 것 비슷한걸까 싶기도 하고.. 환생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흠. 여기까지 가면 완전 소설 수준..

 

그래도, 사기에 개(-_-) 뻥일 가능성이 크다 해도, 그냥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 집 강아지와 그런 대화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그런데..아직 책에서 해보라는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 익히기'를 직접 해볼 생각은 아직 안드는군요. 믿지 못하는 마음도 클테고, 재미로 읽고 치울 내용에 진지하게 들러붙는다는게 참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고(별자리 점을 보고 나서 진지하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느낌?), 게으르기도 하고...혹여 해봤는데 강아지는 멀뚱멀뚱 반응이 없으면 얼마나 무안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도 한번 진지하게 시도 해 보고 '에이 안 되잖아..' 싶어해도 될 텐데 말이죠. 그러면 이런걸 진지하게 믿고 진지하게 반응한 내 자신이 너무 바보천치 같을까봐 미리 몸 사리는걸까요? 그냥 명상 훈련의 사이드버전으로 해봐도 될텐데 말이죠 ㅎ

 

 

그래도요..가끔은 키우는 반려견 반려묘와 의사소통이 된다 싶다는 느낌을 받으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그런 느낌 가..아끔 받아요. 저 아이가 내가 하는 말을 알아 듣는구나..나도 저 아이의 무언가를 저절로 알아차리고 있구나..뭐 이런 느낌이요. 반려견, 반려묘를 둔 사람의 고질적인 착각이라 해도..뭐 기분 좋은 착각이니 상관 없을 듯 ^^

 

아..저자가 추천하는 "동물과의 대화의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제가 제 강아지에게 늘 하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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