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사촌동생을 만났습니다

2024.03.26 12:28

Sonny 조회 수: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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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듀나게시판에서 시간의 흐름을 가장 체감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사촌동생의 성장입니다. 예전에 처음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중학생이었고 저랑 같이 놀이동산을 갔었죠. 그랬던 녀석이 어느새 군대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올해 4월 중순에 군대를 가고 지역은 강원도 화천입니다. 이제 이노마는 한국이 얼마나 눈이 많이 오는 나라인지 온몸으로 체험을 하게 되겠죠... 제가 군생활을 했던 곳과 그리 멀리 있지 않아서 저도 괜히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ㅋ 아마 나중에 저도 면회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심란해할 것 같았는데 별 생각이 없나봅니다. 자기도 아직 실감이 안난다고 하네요. 하기사 아직은 시간이 남았으니... 머리를 빡빡 깎아야 알 것 같답니다ㅋ 저도 군대갈 때 바로 전날에 머리를 빡빡 밀었긴 했습니다. 엄마랑 동생이 엄청 웃었어서 슬프고 말고 할 것도 없었는데 사촌동생도 그렇게 가면 좋겠더군요.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을 군대 보내는 고모 마음은 허하겠죠. 카츄사를 가라고 말했지만 영어실력의 부족으로 결국 현역 지원... 군대가서 쓸데없이 담배를 배우거나 헛짓거리를 하지 않기만을 빕니다.


일요일 오후, 서울 핫플레이스는 이미 모든 식당이 복작복작한 다섯시 반에 용산역에서 사촌동생을 만났습니다. 가고싶은 곳을 못정해서 일단 돌아보고 결정하자고 했는데... 용산역 근처 골목부터 용리단길을 한바퀴 싹 돌았는데 갈만한 곳이 없더군요. 가고 싶은 곳은 웨이팅이 이미 몇십개가 있고, 다른 곳들은 전부 주점이거나 영 끌리지 않고. 그렇게 밥먹기 전 운동을 제대로 했습니다. 거의 한시간 반을 돌아다녔으니까요. 하이브 건물도 구경하고, (외쳐 BTS!!) 용리단길 베트남 식당이 사실 [범죄도시 2]의 촬영지였다는 것도 알려주고... 둘이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삼각지 역 근처의 작은 돈카츠 집을 갔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녀놓고... ㅎㅎ 하지만 소담하고 돈카츠도 맛있어서 대만족했습니다. 


대화의 주된 화제는 사촌동생의 취향계발입니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맛있어하는지, 어디에서 뭘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느니 하는 것들입니다. 속으로는 하이고~ 하면서도 또 성장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사촌동생은 이제 소주가 싫답니다. 최악이래요ㅋ 하기사 학교 근처에서 돈이 넉넉치 못한 사내놈들이 가성비 안주로 마시는 소주가 뭐가 맛있겠습니까. 사촌동생의 말에 뭐는 뭐가 맛있지~~ 라면서 잘난 척 하려다가 관뒀습니다. 다만 인스타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 혹은 0리단길 같은 것들은 맛에 비해 이름만 너무 유명하니 차라리 우리 동네의 작고 맛있는 가게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고는 했습니다. 용산 쪽 고기덮밥집은... 진짜 비추입니다. 박나래씨가 왔다갔다는 걸로 홍보하는 곳인데 값에 비해 너무 평범해서 어이가 없었네요...




그리고 국힙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저스디스란 랩퍼가 있는데, 이 랩퍼가 사랑 노래나 장르가 짬뽕된 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컨셉과 완전 반대되는 "발라드 가수 도전" 이런 유튜브를 찍었던 적이 있거든요. 랩퍼의 정통성을 백날 부르짖던, 락커로 치면 메탈리카가 거의 이문세 노래 부르는 셈인데요. 사촌동생이 자긴 엄청 실망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또 일장연설을 했죠. 데프콘!!! 한국 1세대 힙합!! 그렇게 강한 랩 쏟아내던 그런 랩퍼가 지금은 나는 솔로 엠씨를 한다!! 락커가 왜 골반댄스를 추냐면서 김경호랑 실제로 싸우고 손절쳤던 박완규는 지금 강형욱이랑 예능 찍는다!! 너도 세월이 가면 정통파의 무상함을 알게 될 것이야!! 여기서 또 어쩔 수 없는 라떼 이야기를...


그리고 일본 만화 이야기도 했습니다. 주술회전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서로 같이 엄청 씹었습니다. 스토리도 없고 그냥 등장인물들 배틀 시키는데만 여념이 없는 미친 파쿠리 만화다... 거기서 또 저는 최근 타계하신 조산명 선생님을 비롯해 일본 만화의 미래는 어둡다고 일장연설을 할 뻔했으나 참았습니다. 허허...


사촌동생 핸드폰 사진첩을 허락받고 좀 둘러봤는데 재미나게 살더군요. 여자친구분의 셀카도 많이 있고... 젊은이들의 삶은 별 거 없어도 참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 수다를 떨다가 말차라떼 마시고 집에 갔습니다. 되게 만족스러웠는지 사촌동생이 다음에 꼭 다시 보자고 하더군요. 사촌 형이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른이랑 자기가 소비하는 문화를 이야기한다는 게 또 색다른 재미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고모랑 연예인 이야기하고 영화 이야기하는 게 그렇게 좋았거든요. 다음에 만나면 주술회전이 어떤 만화들을 베꼈는지 피피티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지만... 저도 사촌동생이 군대 가기 전에 또 보고 싶습니다. 갈 수록 어른이 되어가는 걸 보니 이상하게 아쉽고 어른이 안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도 들고 그러네요.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그 사이에 저희는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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