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8 01:18
불펜에서 퍼왔습니다.
전근대 사회의 지배계급, 귀족 전사들의 상징인 검은 위엄 넘치고 고압적인 어떤 마력이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학교 다닐때 발굴장을 오가며 삼국 시대의 무덤과 성채들에서 출토된 장군들의 검 '환두대도'들을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곤 했는데, 그건 바로 사라저버린 옛 고대의 전사들, 신비로운 그들의 무용담과 무훈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그 무엇인가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죠.ㅋ
요즘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근데 국제시장이 버티는 건 어쩔...;; ) 판타지 영화 호빗의 주요 소품들입니다.
바로 주인공들의 검이죠!
가운데 땅을 수호하기 위한 수 차례의 전투에서 공을 세운 검들은 이름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는 북유럽 신화에서 유래한 것인데, 무엇인가 소중한 나의 물건에 이름을 붙인다는 건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빌보의 검 '스팅'입니다.
발린이 "이건 종이 자르는 칼"이라고 했지만....이렇게 멋진 문구 칼 하나 갖고 싶군요ㅋ
나즈굴의 대장 위치킹의 검입니다.
원래 유럽 무사전통에는 전투에 패한 장수의 검은 이긴 자가 차지하는 것인데, 에오윈이 위치킹의 검을 빼앗았던가요?^^;;
소린의 두번째 검 '오르크리스트' (갠달프의 검 글람드링과는 형제검이죠.)
이 검 정말 사연 많았죠. 소린은 원래 요정이라면 질색 팔색을 해서 이 명검도 집어던지려고 했는데 갠달프가 말리죠. 이렇게 좋은 검은 다시 없으니 있을때 챙기라고.
후에 리븐델의 영주 엘론드가 소린과 갠달프의 검을 알아보고 누가 만들었는지, 거기다 검들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알려주죠ㅋ
그런데 어둠숲에서 레골라스가 소린 일행을 잡아들이면서 이 검을 압수합니다. 거기다..."어디서 훔친 거냐"고 끔찍한 모욕도 주면서. (그게...레골라스가 우리가 전에 알던 밝고 명랑한 청년이 아니라 웬 성질 드러운 아저씨 얼굴로 나와서...-_-;;)
저는 이번 호빗3편 보면서 이 오르크리스트가 어떻게 소린에게 돌아가는지 정말 궁금했답니다. 꼴을 보아하니 레골라스가 절대로 예전의 그 밝고 명랑한 얼굴로 친절하게 돌려줄 것 같지는 않은데...근데 오! 정말 멋지게 돌려줬어요.
듀나님 표현대로 남의 이야기에 들어와서 고생하던 레골라스...-_-;; 오르크리스트 소린에게 돌려줄 때 표정 참....;;
그래도 소린이 전에 한 번 레골라스를 구해준 적이 있으니까 레골라스가 그 은혜 멋지게 갚더군요. 서로를 끔찍히도 싫어하던 이 난쟁이와 요정 전사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 한 번 상대의 이름 한 번 언급한 적도 없으면서 기가 막히게 서로를 도와줍니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요.ㅋ
(인간 관계에 대한 피터 잭슨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소린의 검 (이름 미상, 원래 사용하던 검)
이건 소린이 에레보르 시절부터 사용하던 검인데 난쟁이 특유의 곧은 직선이 돋보이네요. 아르데코 스타일이라고 하던가요? 딱딱한 직선이 주가 되는. 요정들의 검이 곡선인 아르누보 스타일이 주류인걸 생각해보면 이 두 종족의 갈등을 디자인에 담은 세심함이 돋보이네요. 난쟁이들은 갑옷도 직선이고 요정들은 갑옷 무늬도 곡선. 그런데 그렇게 원수 같다면서 왜 헤어 스타일은 둘 다 똑같이 켈트 족의 땋은 머리....ㅋ
갠달프의 검 '글람드링'
생각해 보면 어느 분 말대로 트롤 세 형제가 소린 일행에게 정말 큰 선물을 줬네요. 이른바 요정의 검 삼종세트.
오르크리스트는 소린이 가지고 에레보르에 누워있지만 그의 형제검 글람드링과 스팅은 갠달프와 프로도까지 이어지며 반지 시절에도 대활약을 하죠.ㅋ
누가 나한테도 이런 트롤짓 좀 해준다면ㅋㅋㅋㅋㅋㅋ
세오덴의 검 '헤루그림'
요즘 반지 시리즈 원작 소설을 읽고 있는데 세오덴 왕이 사루만의 마력에서 깨어나자 그의 조카 에오메르가 삼촌이자 주군인 세오덴에게 저 검을 바치며 예를 표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마치 시를 주고 받는 듯한 대화가 오가는 사극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가 돋보였습니다. 과장되고 상투적인 장면이었음에도 멋지고 인상깊더군요. 중세 유럽 궁정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어서ㅋ
아라곤의 검 안두릴
그의 조상 이실두르가...(이름 수정했습니다.^^;;) 최후의 동맹전투에서 처절한 전투 끝에 사우론의 손가락을 베었는데....그만 절대 반지를 탐내고 그걸 갖겠다고 뻗대자....
먼 삼촌인 요정왕 엘론드는 그만 조카를 막아내지 못하죠....아버지와 형제들을 잃었으니 그 대신 반지라도 갖고 싶다고 그 난리를 부려대니....;;
그래서 절대반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나저나 조각조각 부러져 있을때 보다는 훨 낫군요^^
엘론드의 검 하다팡 (후에 아르웬이 쓰기도 하죠)
아르웬이 이걸 언제 썼더라....그 파도 일으킬 때?
이번 호빗 3에서는 엘론드가 돌 굴두르에서 나즈굴들과 격전을 벌이는데 넘 멋지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검술을 정말 좋아합니다. 긴 검들이 부딪히며 마구 격전을 벌이는 광경은 어린 시절부터 저를 매료시켰는데 이번의 돌 굴두르 소탕 작전에서 엘론드의 검술은 정말 대단했어요^^ 메이킹 필름 보니까 잭슨 감독이 일일이 무술 지도를 하던데...감독님이 검 휘두를 때는 그냥 막대기 내지르는 줄 알았....;;
스란두일의 검 (이름 미상)
오로페르의 아들 레골라스의 아버지 스란두일의 검입니다. (아들보다 두 살이 젊은건 어쩔....;;)
누구누구의 아들...이렇게 호칭을 붙이는 건 중세 바이킹 귀족들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반지 때도 그랬지만 호빗 시리즈에서도 계속 스라인의 아들 소린, 스란두일의 아들 레골라스....뭐 이렇게 부를 때마다 정말 격식 있고 위엄있고 가부장적이고 여튼....나 잘난 남자의 아들이라서 넘 대단하다고 외치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전에 공자 선생이 말했죠. 지배 계급은 예의를 격식있게 차려서 자신들의 지배권을 효과적으로 과시한다고. 영화 보는 내내 그거 절감했습니다.ㅋ
원작 동화에 이 요정왕은 하얀 보석만 보면 사족을 못쓸정도로 좋아한다고 나오는데 검도 주인의 심성을 닮아서 온통 은빛이네요ㅋ
영화 설정이긴 하지만 중간계 최고 전사인데 이번 다섯 군대 전투에서 보여준 그의 무공은....근사하더군요. 쌍검을 쓰시던데 무슨 춤 추는것 같으면서도...멋졌어요.ㅋ
근데 용병술은 시망....초장부터 난쟁이들에게 쌍욕을 쳐먹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대박 실수를 저지름....-_-;; 근데 이 얘기는 다음에....-.,-
2014.12.28 01:49
2014.12.28 02:20
제 취향은 오르크리스트ㅋ
난쟁이들 갑옷 입으니까 정말 무적의 전사들 같아 보이더군요.^^
2014.12.28 01:56
비터와 바이터
2014.12.28 01:57
그게 뭔가요?
2014.12.28 02:24
고블린어로 칼과 망치, 즉 글람드링과 오르크리스트입니다. ^^
2014.12.28 02:50
아, 그렇군요^^ 감사!
2014.12.28 01:59
이 칼들은 소품은 아니고 레플리카네요. 유나이티드 커틀러리의...아마 워크래프트의 서리한도 이 회사 제품이던가요. ^^;;
처음의 독침은 프로도의(?) 독침과 다릅니다. 프로도의 독침 칼날에는 요정문구가, 칼집에는 덩굴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빌보의 독침에는 이런 것들이 없죠. 그래서 호빗 2편에서 빌보가 자신의 칼에 이름을 붙여줄 때 스스로 새겨질 줄 알았는데 그냥 그대로더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무슨 문제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오윈과 마술사왕의 대결 당시의 마술사왕의 무기는 철퇴였습니다.
아무튼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1470&document_srl=5217956
2014.12.28 02:18
오! 근사한 검을 갖고 계시네요.^0^
근데 레플리카가 뭔가요...^^;; 잘 몰라서요....
2014.12.28 02:23
재현품이요. 유나이티드 커틀러리에서 라이센스를 따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2014.12.28 03:02
아, 그러니까 제가 가져온 사진들이 다 광고 사진...;; 영화 소품이 아니고.....--;;
2014.12.28 12:27
그게 전사들끼리 싸울때 무기가 무엇이든 승자가 패자의 검을 빼앗는 것이 유럽 전사들간의 관례라서^^;;
문득 미드 <밴드오브브라더스> 생각나네요. 미군의 독일 점령 지역에서 항복한 한 독일 장성이 윈터스 대위에게 정식으로 항복하겠다고 하면서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서 주는 장면.ㅋ
깨알같이 재밌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원작 책 찾아보니 그 장성은....항복을 해도 부사관이나 일반 보병에게 할 수는 없다면서 장군인 자기 직책에 걸맞는 대상, 아무리 계급이 낮아도 좋으니 미군 장교를 하나 데려오라고 땡깡중....--;;
결국 근처에 있던 윈터스 중위-대위였나? 여튼 진급한지도 얼마 안되는 윈터스가 그 자리에 불려가서 독일군의 정식 항복을 받긴했는데;;
뭔가 좀 많이 웃기는 에피라 기억에 남네요ㅋ
그 독일군 장성이 융커인듯ㅋ
2014.12.28 12:34
엘론드도 호빗 1편에서 소린 일행을 쫒던 오르크 일당들을 소탕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르크군 수장의 검을 빼앗아 옵니다.
리븐델에 도착했을때, 엘론드가 말에서 내리면서 부관 린디르에게 그 검을 맡기는 장면이 나오죠. 거기서 제가 유심히 봤는데, 톨킨의 원작 소설 묘사대로 정말 오르크의 검 손잡이를 흉측하게 만들었더군요--;; 소설에 흡사 괴물의 얼굴 모양처럼 흉악한 조각에 메리와 피핀이 몸서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과연 그대로더군요.
깨알같은 세심함ㅋ
오르크의 검은 모형을 팔지 않나요....;; 만들어도 아무도 안 사려나...-_-;;
2014.12.28 14:08
에오윈과 대결할 때 다른 손에 칼을 들고 있긴 하더군요
2014.12.28 02:49
아라곤의 조상은 이실두르이고 그는 사루만의 목을 벤게 아니라
반지가 껴 있는 손가락을 자른 거 아닌가요.
오크가 다가오면 시푸르둥둥해 지는 스팅이 활용성면에선 최고.
그치만 하나만 고르라면 스란두일의 검.
아, 사루만이 아니라 사우론.
이쪽 사씨 집안이 가끔 좀 헷갈려요.
2014.12.28 02:52
이실두르 였군요. 알려주셔서 감사ㅋ
그렇죠. 손가락만 잘랐군요....투구가 떨어지길래 목도 벤 줄....;;
2014.12.28 09:54
제 취향은 간달프 검과 검중의 검 이실두르의 검이 멋지네요 ㅎㅎ
드워프 굿즈들이 멋지더군요.
막판 전투씬의 소린의 갑옷은 세인트세이야의 전사들 갑옷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