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당 25~30분 정도의 에피소드 열 개로 한 시즌 구성이고 시즌 2까지 나와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이야기지만 시즌 1의 메인 스토리는 시즌 1으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는 관계로 시즌 1까지만 보고 일단 글을 적습니다. 스포일러는 없게 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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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쪽이 넷플릭스보단 포스터 이미지에 그래도 신경은 좀 쓰는 느낌이죠)



 -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전형적인 상담실의 모습이 보입니다. 상담사처럼 보이는 줄리아 로버츠가 내담자처럼 보이는 훈훈한 흑인 청년을 맞이하고 있어요. 이 청년은 군인이고 파병에서 갓 돌아온 모양입니다. 근데 어째 줄리아 로버츠도 뉴비처럼 보이고... 알고 보니 이 곳은 '홈커밍'이라는 이름의 귀환 장병 사회 복귀 지원 시설이에요. 막 문을 열었고 보스는 줄리아 로버츠. 긴 파병 임무에서 방금 돌아온 십여명의 젊은 군인들을 상대로 복귀 프로그램을 시행합니다만... 이게 겉모습 그대로 멀쩡한 곳이라면 이야기가 전개가 안 되겠죠.

 

 장면이 전환되면 갑자기 화면비가 1:1로 변해서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잠시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치채게 되는데, 이게 '현재'에요. 아까 본 풍경은 대략 3년쯤 전의 과거. 국방부 소속이지만 권력도 권한도 없는 시다바리 아저씨가 몇 년 전에 들어왔던 민원에 대해 (이제사!!) 조사하는데, 그게 바로 '홈커밍' 시설에 대해 들어온 민원인 거죠. 어찌저찌해서 그 아저씨가 찾아간 줄리아 로버츠는... 쌩뚱맞게도 시골 동네 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하며 입에 풀칠을 하고 있네요. 그리고 과거의 일에 대해 물어봐도 모른다. 모른다. 라며 잡아떼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런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이 영 수상한 직원 아저씨는 작정하고 이 일을 파헤쳐보기로 맘을 먹는데...



 - 도입부가 참 근사합니다. 갓띵작의 아우라를 마구 풍긴다고나 할까요.

 히치콕이나 드팔마 스타일(동어반복인가요;)의 스릴러 분위기를 풍기다가 스필버그가 가끔 만드는 현대사 관련 작품들 같은 비주얼과 스타일을 뽐내기도 하고. 동시에 블랙미러나 환상특급 같은 불가해한 미스터리물 느낌을 주다가는 또 감당할 수 없는 거대악 앞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려는 인간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하구요.

 예측 불허로 흘러가며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초반부에 비해 중반에 가선 좀 늘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마무리는 또 나름 극적이면서 진지하고 감동도 있어서 최종적인 인상은 '아주 좋았음'이었습니다. 또 편당 런닝타임이 짧다 보니 살짝 늘어지는 게 그리 티도 안 나요.



 - 배우들이 아주 좋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원래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아닙니다만 이 작품에선 아주 건실하고 믿음직스럽더군요. 클라이브 오웬의 못된 버전처럼 생긴 빌런 아저씨의 정신 없는 소악당 연기도 좋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고르게 괜찮은 가운데 특히 그 국방부 시다바리 아저씨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사실 이야기 구조를 보면 실제로 사건 해결을 위해 싸우고 몸부림치는 건 이 아저씨가 다 맡아서 하고 있는데, 특별한 능력도 없고 탁월한 도덕성을 뽐내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나는 내가 해야할 일, 올바른 일을 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태도 하나로 끝까지 우직하고 밀고 나가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살짝 미국 고전 영화들의 주인공 내지는 스필버그 영화 속 영웅 같은 느낌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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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되게 생긴 클라이브 오웬... 이라고 혼자 우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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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히어로 아저씨. 매력 포인트는 저 안경입니다. 가운데가 분리 합체되는 기믹이 있는데 볼 때마다 신기했던 ㅋㅋ)



 - 특정 사건을 모델로 삼아 사회 비판을 시도하는 이야기라기보단 그저 보편적인 교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흑인 청년, 그리고 국방부 아저씨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나름 건전하면서도 올바른 해답을 진지하게 들이미는 거죠.

 원래는 이렇게 건전한 이야기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드라마 자체가 재밌고 캐릭터들이 설득력 있다 보니 납득하고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그렇죠 뭐.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고 책임이 무서워 도망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용기를 내서 끝까지 책임은 져야 하는 거죠. 아무리 가망 없어 보여도 그게 본인이 맡은 일이라면 할 수 있는 한계까지는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거구요. 또 아무리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희망 하나 쯤은 품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두 다 초등학교 교육 과정 중에 다 배웠을 당연하고 진부한 얘기들입니다만. 그걸 꽤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살짝 감동을 줍니다. 좋았어요.



 - 동시에 꽤 스타일리시한 볼거리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얘기했던 1:1 비율 화면도 그렇고. 롱테이크, 화면 분할, 교차 편집 등등 좀 과시적인 테크닉이 자주 쓰여요.

 하지만 뭐 일단 이야기와 배우들이 단단하게 받쳐주니까, 그리고 그게 과하지는 않은 선을 잘 유지해줘서 나쁜 느낌 없이 즐길 수 있었구요.


 음악도 상당히 좋습니다. 기존 유명 영화들의 OST나 대중 음악들을 자주 인용하면서 필요한 장면에선 분위기를 잘 잡아주는 오리지널 스코어도 넣고, 또 어떤 장면에선 아예 음악을 배제해버려서 사람들을 집중시킨다든가... 암튼 구성이 다양하면서 대부분 잘 먹히게 잘 썼어요.



 - 뭐 당연히 단점도 있습니다.


 이게 SF도 아닌데, 내용 전개에 중요한 핵심 장치로 등장하는 '무언가'는 그 효과가 지나칠 정도로 편리하면서 강력해요. 이야기 전개상에 살짝 트릭을 넣고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로 슬쩍 덮고 넘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보다보면 문득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드는 건 막을 수가 없더군요. ㅋㅋ

 

 몇몇 캐릭터들 이야기는 막판에 허망하게 끝나거나 그냥 사라져 버리구요. 어차피 다음 시즌이 나올 예정이라고 해도 살짝 과하게 튀는 반전들 같은 것도 있었어요. 사실 그 중 상당수는 '걍!' 그렇게 해버린 것이고 영원히 수습이 안 될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만. 뭐 이미 시작해버린 시즌 2를 다 보고 나면 알게 되겠죠.


 또 결말을 분명히 호불호가 많이 갈릴만한 결말이었구요. 전 맘에 들었습니다만, 보고 나서 화내는 사람들도 꽤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는데, 또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을 배신하는 결말이었거든요.



 -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넷플릭스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접한 오리지널 컨텐츠 중 손꼽을 정도로 맘에 들었습니다.

 물론 저라는 사람이 작품의 완성도 보다는 제 취향에 근접한 정도로 작품을 평가하는 놈이라는 걸 감안해주셔야 합니다만. ㅋㅋㅋ

 어차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구독 중이시라면 첫 회만 한 번 시도해 보세요. 고작해야 30분인데요 뭐.




 + 더못 멀로니, 시시 스페이식이 조연으로 나옵니다. 사실 더못 멀로니는 특별 출연이라고 표시되고 출연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요.

 줄리아 로버츠가 제작하고 주연을 맡은 시리즈에 더못 멀로니가 보이니 괜히 웃음이 나더라구요. 한국 관객들이 대체로 이 분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으로 기억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줄리아 로버츠 리즈 시절의 히트작이잖아요. ㅋㅋ 맡은 캐릭터가 그냥 구질구질한 소시민 캐릭터라 잘생김을 뽐내고 그런 건 전혀 없구요. 생각난 김에 그 시절 사진을 찾아보니 참... 



 ++ 바로 위에서 말했듯이 줄리아 로버츠가 총괄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입니다. 음. 요즘 헐리웃 중견 여배우들에겐 '내가 찍고 싶은 영화 걍 내가 만들어서 연기할 테다'가 트렌드인가요. 뭐 어쨌거나 좋은 작품 만들고 좋은 연기 보여주니 좋더라구요. 일생동안 딱히 이 분에게 가져본 적 없는 호감이 좀 많이 피어났습니다.



 +++ 시즌 2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교체되고, 말하자면 '같은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건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시즌 1까지만 보고 관두셔도 괜찮아요. 속는 셈 치고 한 번 봐주십... (쿨럭;)



 ++++ 이 훌륭한 연출가님은 도대체 어떤 작품을 만들고 계셨단 말인가!! 하고 검색해봤지만 아는 작품은 하나도 없고... 그저 배우자가 에미 로섬이라는 것만 알았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한국에서 반짝 했던 건 벌써 16년 전의 일이고. 이제는 셰임리스가 인생 대표작인 것 같은데 이건 당최 볼 엄두가 안 나네요. 시즌이 열 개라니 ㄷㄷㄷ



 +++++ 아마존 프라임 쪽이 넷플릭스보다 대체로 화질(?)이 좋다고 느끼는 건 저 뿐인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아마존 오리지널 컨텐츠들이 화면 느낌이 더 좋더라구요. 제작비를 더 많이 준다... 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그냥 말 그대로 화질이 더 좋아 보이는데. 이유가 뭘까요. 비트레이트가 더 높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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