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데드 라이즈 Evil Dead Rise 


미국-아일랜드, 2023.   ☆☆☆★


A New Line Cinema/Renaissance Pictures/Pacific Renaissance/Pacific Atlantic Pictures Production,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Pictures. 화면비 2.35:1, 1시간 36분. 


Director & Screenplay: Lee Cronin 

Cinematography: David Garbett 

Music: Stephen McKeon 

Production Design: Nick Bassett 


CAST: Lily Sullivan (베스), Alyssa Sutherland (엘리), Nell Fisher (캐시), Gabrielle Echols (브리지트), Mirabai Pease (테레사), Anna-Maree Thomas (제시카), Morgan Davies (대니), Noah Paul (브루스), Mark Mitchinson (폰다 씨), Bruce Campbell (녹음속의 당황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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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연구서 초고 완성이 지금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고, 또 대구에서 개최된 아시아연구자 학회와 부천영화제가 일부 겹쳤기 때문에 2023년에는 부천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가긴 가서 [독친]을 비롯한 한국산 신작들은 꽤 볼 수 있었습니다. 단지, 지난해와는 달리 개최일보다 조금 전 또는 개최일에 맞추어서 리뷰를 올리는 타이밍은 놓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점 양해 바라고요. 


여전히 금년도 계속되는 부천영화제 리뷰의 1호는 기대작인 [이블 데드 라이즈] 입니다. [이블 데드] 시리즈는 현재 [에일리언] 시리즈의 최신작의 감독으로 내정되어 있는 페데 알바레즈의 데뷔작으로 2013년에 리부트 된 이후로 (꽤 괜찮은 퀄리티입니다. 이 한편도 언젠가 리뷰해보고 싶네요) [애쉬 대 이블 데드] 라는 샘 라이미가 직접 제작한 스타즈 TV 시리즈 (2018년에 방영 종료) 를 제외하면 신작이 없었는데, 요번에 역시 괜찮게 본 적이 있는 “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다” 서브장르의 호러영화 [The Hole in the Ground] (2019) 를 감독한 아일랜드출신 리 크로닌을 기용해서 새로 내놓았군요. 


[이블 데드 라이즈] 는 뉴 라인 픽처즈가 제작에 참여하고, 워너 브라더스가 북미 배급을 한 꽤 중급의 예산을 투자한 한편입니다. 언더그라운드적이고 그래픽 아트 (만화) 적인 색채가 눈에 띄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각적인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고, 샘 라이미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지녔던 카메라가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면서 캐릭터들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신체훼손-파괴-분해적 액션을 이리저리 찍어내는 워너 브라더스 만화영화적인 접근 방식은 많이 지양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한편이 점잖은 영화라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지요. 아마도 신체훼손 및 막장 고어 폭력묘사의 수위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2023년에 공개된 모든 북미 영화중에서도 열 손가락안에 거뜬히 들어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니 말입니다. 


크로닌이 직접 집필한 각본은 숲속의 오두막에서 남녀혼성의 여행자들이 악령들에게 빙의되어 참사당한다는 원작의 설정을 프롤로그에 배치하고, 영화의 본론은 [블레이드 런너] 에 등장했던 브래드베리 빌딩을 연상시키는, 낡아 떨어지고 폐기처분되어야 마땅하지만, 버젓이 많은 입주자들이 들어가서 살고 있는 LA 의 고층 아파트에서 시작됩니다. 락 밴드의 기타 테크니션이고, 음악을 할 주제는 못되는데 그냥 밴드를 따라 다니는 그루피라는 멸시를 당하는 것이 일상인 베스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세 명의 어린 자식들과 고생하면서 살고 있는 언니 엘리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되는 데서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지진으로 인해서 아파트 지하실에 봉인되었던 네크로노미콘 (이 한편에서는 ‘네크로노미콘’ 이라는 명칭은 쓰이고 있지 않고 대신 Naturom Demonto 라는 이름이 나옵니다만, 이것은 대충 ‘자연의 파괴자’ 그런 의미인가 봅니다) 을 엘리의 아들이 발견하게 되고, 이 책에 그려진 대로 악령들이 차례로 일가족의 멤버들에 빙의하여 온갖 처참한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리부트 버전의 알바레즈는 샘 라이미와는 준별되는, 육감적이고 신체적인 형태의 세련된 호러연출을 선보였었지요. 크로닌도 알바레즈보다 전통적이고 클리세적인 기법을 좀 더 자주 원용하고 있긴 하지만— 아파트 문의 어안렌즈 핍홀을 이용하는 방식이라던가— 쭈빗거리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팍팍 보여주는 장쾌함과 더불어, 전편을 통해 미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시간 30분의 런닝타임이 길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액션이 허름하고 어두컴컴한 한 호실의 아파트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관객들의 흥미를 붙잡아 둘 만한 감독의 연출력이 관건인 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런 측면에서 크로닌의 실력은 칭찬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한편에서 가장 관객들에게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 시퀜스는 고목 처리기에 사람 몇명을 완전히 다 햄버거처럼 갈아버리는 등의 울트라 고어 장면이 아니고, 부엌에서 악령에 빙의한 큰 딸 브리지트가 모종의 요리 도구 (칼 아닙니다) 로 베스를 습격하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북미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물품들을 교활하게 이용해서 위에서 신물이 나올 것 같은 과격한 폭력신을 구축하는 데에서 호러영화작자의 장르적 공력을 가늠할 수 있지요. 


빙의된 엘리와 다른 가족들의 특수 메이크업과 연기지도도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려서, 오랜 동안 말하지 못하고 쌓여온 직계가족 특유의 울굴과 불만을 통해 악령의 사악함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어요. 개인적으로 엘리역의 알리사 서덜랜드가 무척 잘 캐스팅되었다고 여겨지는데, 길죽한 팔다리와 예각적인 얼굴형태를 충분히 활용해서 새디스틱하게 자기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그야말로 귀밑까지 찢어진 웃음을 선보이는 어머니 악령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쿼런틴]의 제니퍼 카펜터를 연상시킵니다. 사실 [이블 데드] 시리즈에 진지한 캐릭터들간의 드라마를 기대하고 보러 오시는 분들은 별로 없으실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한편의 캐스팅도 좀 기능적인 부분— 연기자들의 “생김새” 나 “분위기” 등— 이 강조된 부위가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러나 그걸 고려에 넣더라도 이 정도면 준수하게 빠져나왔다고 봐줄 만 합니다. 


이 한편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오리지널 [이블 데드] 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는 나의 이 시리즈에의 불만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들을 설정한 다음에 그들을 악령이 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주 아주 잔학하고 새디스틱한 방식으로 살육-해체—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다시피 문자 그대로 “갈아” 버리는 장면도 나오니까요— 하는 모습을 집요하게 극명하게 보여주는 접근 방식이 나에게는 일면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있습니다. 특히 그런 캐릭터들이 여성이나 이 한편처럼 기본적으로 어린 소년 소녀들인 경우는 더 그렇지요. 전작 [Hole in the Ground] 의 경우에서는, 아들이 괴물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뭇 사람들에게 설복시켜야 하는 어머니의 심리적 고뇌와 공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약간 더 관객들의 공감을 하기가 수월했던 바가 있죠. 물론, 이 한편의 베스를 자신의 정체성을 옭아매는 가족력을 폭력적이고 과격한 방법으로 떨쳐내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만, 나는 [이블 데드 라이즈] 의 수퍼 고어 막장 클라이맥스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낮] 처럼 즉물적인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데 까지는 가지 못했고, 샘 라이미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캐릭터들에의 관객들의 공감이라는 요소를 거의 무시한 장르적인 덕후기질의 현시와도 좀 다른, 약간 피로감을 주는 장르적 충성도의 과잉? 그런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만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하드 고어나 끔직하고 매서운 호러연출에 거부감을 느끼시지 않을 관객분들께는 적극 추천드릴 수 있을만한 정통적인 호러영화라는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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