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zilla Minus One  ゴジラ―1.0


일본, 2023.  ☆☆☆☆ 


A Toho Studios/Robot Communications Production. 화면비 2.35:1, 2시간 5분. 


Director, Screenwriter & Visual Special Effects Supervisor: Yamazaki Takashi 山崎貴 

Producers: Ichikawa Minami 市川南, Kishida Kazuaki 岸田一晃, Moriya Keiichirō 守屋圭一郎 Yamada Kenji 山田兼司, Abe Takeshi 阿部豪 

Cinematography: Shibazaki Kōzō 柴崎幸三 

Visual Effects Director & Company: Shibuya Kiyoko 渋谷紀世子 & Shirogumi, Inc. 

Production Design: Jōjō Anri上条安里 

Music: Satō Naoki 佐藤直紀, Ifukube Akira 伊福部昭 


CAST: Kamiki Ryūnosuke 神木隆之介 (시키시마 코오이치 소위), Hamabe Minami 浜辺美波(오오이시 노리코), Yoshioka Hidetaka 吉岡秀隆 (노다 박사), Aoki Munetaka青木宗高 (타치바나), Sasaki Kuranosuke 佐々木蔵之介 (아키츠 선장), Andō Sakura 安藤サクラ (스미코), Yamada Yūki 山田裕貴 (미즈시마), Tanaka Mio 田中美央 (“유키카제”홋타 함장), Suda Kunihiro 須田邦裕 (긴자 빌딩 옥상의 리포터), Mizutani Sae 水谷咲笑 (아키코). 


12월 1일 개봉 이래, 북미에서 아시아영화 기준으로 보자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화제작이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미국에서 공개된 일본 실사영화의 극장흥행 최고기록을 갱신하였고, 미국 극장에서 벌어들인 1천7백만달러의 수익만으로 이미 순제작비— 1천5백만달러 (또는 야마자키 감독이 내비친 바에 의하면 그 이하) 라고 한다. 이정도 규모로 뽑기에는 말이 안되게 적은 돈이다. 참고로 레전더리판 최근작 [고질라 대 콩] (2021) 의 제작비는 대충 2억달러— 를 다 회수했으며, Box Office Mojo 에 의하면, 비교적 비수기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헝거 게임스] 신작과 비욘세 도큐멘터리 등을 제치고 1주일 중 3일동안을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이정도면 “헐리우드영화들을 토오호오 고지라가 밟아버렸다” 라는 수사가 무색하지 않다. 실제로 북캘리포니아의 교외 멀티플렉스 극장을 꽉 채운 연령, 성별, 인종이 다양한 관객들이 고지라라는 캐릭터에 대한 낯익음 등에 좌우됨이 없이 바짝 몰입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에 비로소 화면에 드리워지는 [Godzilla Minus One] 이라는 타이틀에 맞추어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열렬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고편을 보고 받은 인상은 1954년작 오리지널 [고지라] 의 리부트 내지는 리메이크라는 것이었는데, 실제 감상한 [고지라 마이너스 원] 은 그런 인상에 부합한 나의 기대치를 까마득하게 넘어서는, “걸작” 이라는 표현이 부끄럽지 않은 한편으로 결론지어졌다. 내가 평소에 괴수영화 내지 특촬영화 장르에 불만이었던 점들을, 마치 내 뇌의 전두엽의 이미지들을 스캔해서 작품에 반영한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황당하게 해소해주는 그런 쾌감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사상적으로 보나 기술적으로 보나, 심지어는 역사인식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레전더리의 몬스터버스 시리즈 (지금 애플티븨에 걸려있는 [모나크] 도 포함해서) 는 말할 것도 없고, 안노 히데아키 팀의 [신 고지라] (참 [신 울트라맨] 도 블루 레이로 관람했는데 이 작품에 대해서도 할말이 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를 가뿐히 능가하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일본 역사와 문화를 27년 넘게 미국 주립 대학에서 가르쳐 온, 나라는 사람의 주관적 관점에서 본 판단임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게 뭘 의미하냐면 나는 특촬팬이냐 아니냐 그것과는 상관이 없는 더 기초적인 시각의 토대라는 측면에서, 한국에서 성인 남성 관객들이 이 한편을 바라볼 제 서있을 그 자리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 서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내 리뷰를 지속적으로 읽어오지 않은 독자분들께서) 행여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또, 이 리뷰에서는 한국인 일반 관객 입장에서 일본의 패전과 그 직후의 역사적 경험에 의해 직설적으로 다루는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예 다루지 않기로 한다. 단지 왜 이 한편의 역사의식이 훌륭한지 나의 의견, 그리고 일부의 관객들은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이 역사의식을 오히려 “클리세” 라고 곡해하거나 폄하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맨 밑에서 아주 짧게만 건드리고 넘어가기로 한다. 


GODZILLA MINUS ONE- ããã...ã´ã¸ã© 


먼저, [고지라 마이너스 원] 은 닳고 닳은 괴수-특촬-전쟁영화의 컨벤션들을 그냥 새롭게 윈도우 드레싱을 드리워서 복기하는 “보수파” 작품도 아니요, 그 반대로 설정, 캐릭터, 플롯의 “현대화” 를 지향하면서, 이러한 장르영화들의 패턴들을 아이러니칼하게 또는 패러디를 통해서 해체-재구성하는 “쿨” 하고 “힙” 한 한편— [신 고지라] 가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겠다— 도 아니라는 점부터 지적하고 싶다. VFX 필드에서 그야말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야마자키 타카시의 각본과 연출은 지금까지 익히 보아온 괴수영화의 장면들을 재구현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꼼수를 쓰지 않고 정도를 걷는다. 그와 동시에, [마이너스 원] 은 1954년의 오리지널 명작 [대괴수 고지라] 가 보여준 초심 (初心) 에 극력 회귀하는 한편일지언정, 그것의 단순한 리메이크라거나 심지어는 리부트라고도 볼 수 없다. 


[마이너스 원] 은 최근의 마블영화가 완전히 한심하게 말아먹고 있는 스타일의, 스스로의 레퍼런스에 함몰되면서도 계속 관객들에게 윙크를 던지는 식의 바로크한 “세계관” 들을 기대하고 관람하기 시작한 관객들에게는 완전히 구태의연한 멜로드라마 (그것도 일본이 처절하게 패망한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한 암울하고 비참한 종류의!) 와 “진지함” 에 풍덩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루한” 영화로 다가올 수도 있다. 야마자키는 이러한 (상업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카미카제 특공대로 배정되었다가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쳐나온 주인공 시키시마가 암시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전쟁고아 노리코, 그리고 미군과 제국해군이 일본 근해에 뿌려놓은 수만개의 기뢰 (機雷) 제거라는 위험한 일을 맡아서 수행하고 있는 아키츠, 미즈시마 그리고 노다 박사 등 주요 캐릭터들과의 인간적 유대와, 구체적인PTSD 의 묘사를 동반한 전쟁의 트라우마에 관한 심리 묘사에 대폭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일면 투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쇼오와 3-40년대 고전 만화를 연상시키는 절제되고 군더더기가 없는 각본은, 이러한 “인간들” 쪽으로 할애된 비중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나 집중의 흐트러짐을 가져오지 않도록 버텨준다. 


여차직하면 평면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주요 캐릭터들의 연기 스타일에도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캐스트는 TV 나 영화의 장르 베테랑 및 애니메이션의 성우로 알려진 연기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무슨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중의 야쿠쇼오 코오지 연기자 풍의 “자연체” 스타일은 기대할 수 없지만, 상황의 논리와 시니시즘에 충실한 대사들을 프로페셔날하게, 역시 꼼수를 쓰지 않고 정공법으로 굴리면서 나아간다. 카미키 류우노스케는 [요괴대전쟁] 의 어린 소년부터 [르로우니 켄신]에 이르기까지의 아니메이션적인 캐릭터 노선과는 많이 다른, 울굴과 죄책감, 그리고 공포에 짓눌린 채, 주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갈등과 고뇌를 겪어야 하는 마이너스적 측면이 강한 캐릭터를 혼신을 다해 표현해주고 있다. 사실은 [마이너스 원] 에서는 인간 캐릭터들간의 상호 교섭보다도, 그들이 절대적이고 경외스러운 공포의 대상으로 현현되는 고지라에 대해 보여주는, 순수하게 감정적이고 거의 육체적인 반응의 묘사가 뛰어나다. 


물론 인간 드라마에 공을 들였다고 해서, 고지라가 등장하는 세트피스들의 중량감과 오썸한 박력이 감쇄되는 것이 전혀 아님은 당연하다. [마이너스 원] 의 고지라는 거의 추상적으로, 실루엣 또는 카메라에 잡히는 신체의 일부 (거대한 꼬리, 딱 벌린 입 등) 로 표현되었던 [대괴수 고지라] 와는 달리, [쥬라식 파크] 의 공룡들처럼 충분히 명료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한다. 그러나 그 디자인은 엽기적인 괴생물체였던 [신 고지라] 의 그것이나 유인원처럼 인간에 수렴하는 꼴을 하고 있는 몬스터버스 판 고지라와는 달리, 고열에 타버린 채 아물지 않은 살점이 비늘처럼 경화 (硬化) 되어 전신을 뒤덮고 거대한 다리와 작은 팔을 지닌 채 약간 뒤뚱거리면서 지상을 활보하는, 이것 역시 최근의 버전들보다는 훨씬 정통적인 용자를 과시한다. (우리 바깥분 왈 “이 고지라는 꽤 핸섬한데?” 라고 하신다. 바깥분께서는 실제로 전시회도 여시고 한 미술가시니까, 나보다는 보는 눈이 있으시겠지) 


설정이나 기능에 있어서 [마이너스 원] 의 고지라는 거의 살아서 움직이는 핵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헤이세이판 고지라에 비해서도 더 흉측하고 날카롭게 돋아난 등지느러미가 마치 원자로의 출력이 단계적으로 올라가듯이 꼬리부터 하나씩 돌출하면서 푸른빛의 섬광을 발하는 묘사는 “생물병기” 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며, 카네코 슈우스케 감독이 [고지라-모스라-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 (2001) 에서 시도했던 “고지라= 핵무기” 라는 직설적인 은유를 더 장대한 규모로 확장해서 보여준다. 고지라가 방사능 화염으로 직격한 토오쿄오의 긴자 지역은 문자 그대로 초토화되고, 방사능 재를 포함한 “검은 비” 가 내리기까지 하니,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일본인 관객들에게는 그 함의를 놓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한편의 최고의 세트 피스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인공들이 탄 기뢰 제거용 목선이 물살을 가르면서 헤엄쳐오는 고지라의 추격을 받는 해양 액션 신을 선택할 것 같다. 이 시퀜스는 북미의 평론가들이 언급했듯이, 스필버그의 [조스] 및 그 후속작들, 특히 만고의 망작인 [조스 3-D]를 직접적으로 레퍼런스하고 있지만, 극장에서 관객들과 같이 보면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 편집 그리고 연기의 시너지 공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혁신적이거나 오리지널한 측면은 부족할 지 몰라도, 모든 것이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 고급 서스펜스 연출에 괴수영화 특유의 장대하고 경외스러운 비주얼이 기가 막히게 잘 배합되어 있다. 


GODZILLA MINUS ONE- SHOOT IN THE MOUTH


[마이너스 원] 의 주제와 제작진 및 야마자키 감독이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서 언급해야 될 듯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한편은 뭔가 혁신적으로 고지라의 캐릭터를 재해석하거나, 괴수왕을 둘러싼 인간들의 군상에 대해 새로운 장르적이나 드라마적인 실험을 시도하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007시리즈의 [카지노 로얄] 과 [스카이폴] 이 원작자 이언 플레밍이 창조해내고 또 고전적 영화판에서 갈무리된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의 원형에 회귀함으로써 그 전의 다른 작품들을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듯이, [마이너스 원] 은 1954년도판 [괴수왕 고지라] 가 방사능화염을 뿜는 돌연변이 거대 괴수라는 “원자력시대” 의 은유와 상징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를 21세기의 일본이라는 시점에 서서 다시 한번 따져 묻고, 진솔하게 천착하고자 한다. 


그동안의 고지라 시리즈에서는 거대 괴수라는 “재해” 에 대처하기 위해서, 애초에 그 괴수를 배태한 (미국과 “재무장” 된 일본의) 군사력과 기술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모순점이 (이러한 시점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정부 조직과 비밀 조직 모나크가 암약하는 몬스터 버스 시리즈도 다르지 않다) 항상 존재해 왔다. [마이너스 원] 에서는 애초에 “미국” 과, 또 패전에 대해 제대로 책임도 지지 않는 일본 정부를 배제해버림으로서 이 문제의 싹을 잘라버린다. 임무수행에 실패한 카미카제 특공대 파일럿을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것은 자칫하면 (한국의 많은 일제시대 배경의 장르영화들이 “제국-식민주의를 비판” 한다고 하면서 “민족주의의 탈을 쓴 워너비 제국주의 멘탈리티” 를 시전하는 것처럼) 전쟁을 비판한다고 말로는 늘어놓으면서도, 그 전쟁에 동원될 때 써먹힌 비장감, 희생정신, “절도있는 군인정신” ([우주전함 야마토] 등의 아니메를 관통하는 종류의) 을 은근슬쩍 되살리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일 위험성이 아주 컸다. 나는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이 설정을 놓고 머리속에서 야마자키 각본-연출가의 선택지를 여기저기 굴려보았다. 그 결과, 나는 이미 여러 대중문화 작품에서 타협안으로 내놓은, “행동 양태는 군국주의고 국가주의라도 주인공의 태도에 있어서, 그 방향성을 살짝 ‘모두 (“민나” 皆)를 위하여’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라는 식으로 현대적 휴머니즘으로 바꿔놓는” 전략으로 가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해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야마자키는 아주 대놓고 이러한 타협안을 지지밟아버린다. [마이너스 원] 은 원래 이길 수도 없는 전쟁이라는 허황되고 위선적인 “국가적-민족적 (일본제국이야말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족주의”국가였다. 한국의 역사학자 분들 중, 민족주의가 식민지 당한 사람들만 지니게 되는 이념인 줄 착각하는 분들이 제발 없길 빈다) 목표”에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나라의 국민들에게, 거대괴수 고지라라는 은유로서 다시금 당신들이 이제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할것인지, 인간성을 파괴하는 허탈감과 아노미에서 떨치고 일어나서, 그리고 과거의 (어차피 개쓸모도 없는) 제국주의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 폐품처리되어야 할 고철 쓰레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민간인들의 힘으로 이 종말적인 파괴력에 맞설 것을 주문한다. 


노다, 아키츠, 노리코, 시키시마 등 모두 망가나 아니메이션상의 여러 변주를 통해 익숙해진 전형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이러한 모든 위선적이고, 미반성적이고, 자기 모순적인 태평양전쟁에 대한 “작극적 꼼수”가 탈색된 상태에서, 그들은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가 얄팍하게 제시하기 십상인 “휴머니즘” 의 외피를 두르는 대신에, 살아남기 위해서 고지라와 싸우는 “보통사람” 들로 재구성된다. “나라의 부름을 받잡고” “절도있게” “자기 목숨들을 초개같이 버리는” “애국자” 들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1947년도에 적합한 과학적 이론과 기술에 걸맞는 방식으로 고지라를 퇴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서 죽을 힘을 다해 맞서는 모습에 이 한편의 주제의식 (역사의식) 이 집약되어 있다. 그러므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클라이맥스에서 시키시마의 특공대적 자살원망을 야마자키 감독이 다룬 방식은,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해피 엔딩을 가져오기 위한 각본상의 복선의 한가지로 받아들이고 끝날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 원]에서는 “나라를 위해 죽어서는 안된다,” (노다 박사의 대사에서 나오듯이) “이 나라는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을 너무나 가볍게 여겨왔습니다” 라는 주제의식의 발현이다. 그냥 관객들 영화 끝날 때 기분 좋으시라고 넣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GODZILLA MINUS ONE- HEATING UP


물론, B-29 등의 폭격기 공략용으로 개발되었다가 실전에는 사용되지 못한 엔테식 (꼬리에 프로펠러가 달려있는) 전투기 신덴 (震電)이 고지라 유도용으로 등장하는 등, 군국주의적 미학의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아니다. 그런 덕후-장르적인 요소를 따져서 책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지만, 나는 [고지라 마이너스 원]이 1930-40년대의 “전시체계” 로부터 비롯된 현대세계의 진정한 자화상에 대중문화적인 접근 방식으로 다가간다는 점에서는, [오펜하이머] 보다 그렇게 떨어지는 한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헨리크 구레츠키를 연상시키는 어둡고, 공포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면서도, 최후의 한 줄기 희망의 빛살을 놓치 않는 사토오 나오키의 극단적으로 모더니스틱한 음악을 비롯하여, 아직 하고 싶은 얘기가 더 있지만 지금은 여기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한다. 


[고지라 마이너스 원]은 조금만 과장해서 얘기하면 일본 대중문화의 장래에 대해서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당대의 걸작이며, 고지라라는 일본 전후 대중문화가 빚어낸 거대한 은유, 거대한 상징으로 하여금 마침내 그에 걸맞는 위용과 역사적 의미를 되찾게 해주는 최고의 괴수영화이다. 강력하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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