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제가 올렸던 리뷰입니다.

 

몽골 (Mongol, 2007) ☆☆☆

 

제가 가진 모니터의 크기는 전에 비해 커졌긴 했지만, 영화를 작게 본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토요일 밤에 [몽골]을 볼 때 화질은 주인공들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좋았지만, 큰 상영관에서 봤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아마 두 [적벽 대전] 영화들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CG의 도움을 받아 아무리 배들과 사람들을 많이 보여주어도, 본 영화에서 보여 지는 그 넓기도 한 진짜 풍경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밖에 그지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눈에 빤히 보이는 결점들에 저는 살짝 이들을 눈감아주게 되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중국, 독일, 그리고 러시아의 제작사들이 협력해서 만든 [몽골]는 징기스칸을 주인공으로 한 대하 역사극 3부작 중의 1부입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내몽고, 중국, 카자흐스탄 등의 로케이션에서 촬영했고(어떤 곳은 너무나 동떨어진 곳이라서 제작진이 직접 길을 깔아놓아야 했습니다), 이 역사극에 알맞은 배경들을 연달아 제공해 줍니다. 대규모로 판을 펼칠 기세를 서둘러 보이기보다는 영화는 2시간 동안 느긋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그런 동안 영화엔 전투 장면들이 후렴구들처럼 등장합니다. 칼들이 휘둘러지고, 창들이 불쑥 내밀어지고, 화살들이 날아가고, 말들이 달리고, 그리고 피를 많이 보게 됩니다. CG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한 클라이맥스에 비해 나머지 장면들은 비교적 소박하지만 거칠고 힘이 넘칩니다.

 

 

 

 

 도입부에서 9살인 어린 테무진(Odnyam Odsuren)은 아버지와 함께 메르키트 부족을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할 때 메르키트 부족을 화나게 했었는데, 자신의 아들이 그 쪽에서 나중에 결혼하게 될 신부를 택함을 통해 화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은 예정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던 도중에 다른 부족의 구역에 손님으로 머물게 될 때, 거기서 테무진은 자신의 아내가 될 보르테(Bavertsetseg Erdenebat)와 금세 눈이 맞고 결혼을 약속합니다(그 어린 포뇨와 소스케도 가능했는데 안 될 게 뭐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버지는 길 가던 도중에 사망하게 되니 어린 테무진 앞에는 험한 인생이 놓이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그에겐 적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가 아직 어리니 클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고 이는 여러 반복들로 이어집니다. 적들에게 잡히고 결박당하다가 도망치고 또 그러다가 그런 일 또 생기고.... 그리고 그의 가장 최근 고난은 중국으로 노예로 팔려가서 갇힌 것입니다. 이런 동안 어른이 된 테무진(아사노 타다노부)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은 보르테(Khulan Chuluun)와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 후에도 여러 일들이 있는 듯하지만 그들 관계는 변치 않습니다. 끝에 가서도 잠시 머물렀다 앞으로의 큰일을 이루기 위해 또 가버리는 남편에게 그녀는 헌신적입니다.

 

 

 

 영화 줄거리에 대해서 말하는 게 이렇게 심심한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이야기는 꽤나 단순합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여전히 징기스칸으로 불리지도 않는 테무진의 이야기는 전형적 영웅담인 가운데, 아주아주 진지하게 무게 잡는 대사들로 가득 찼으니 심심한 편입니다. 전투 장면이나 그 광활한 풍경들 보다는 캐릭터들 간의 대화 장면이 오히려 막간극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시대극으로 꼼꼼한 면이 보이고 사진들에서 봤던 천막이 영화에 나오는 것에 재미있어 했지만, 이 스펙터클에서는 전쟁이라면 모를까 사람이나 인문사회과학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국내에서는 10부작 몽골 다큐멘터리 DVD를 쉽게 구할 수 있고 한 영화가 모든 것을 다 얘기할 수 없기 마련입니다.

 

 

 여러 단점들에도 불구 [몽골]은 생각보다 괜찮은 대하 역사극 영화입니다. [적벽대전 1부]만큼이나 떡밥이지만, [몽골]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틀 안에서 나름대로 독립적 위치를 유지합니다. 테무진에 대해 경건하다 보니 이야기는 구식이고 진부하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광활한 풍경들을 큰 화면에 잡아내었고 그를 배경으로 남부럽지 않은 전투 장면들을 제공합니다. 작년에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본 영화는 할리우드만 할 수 있다고 여겨진 것들이 다른 곳들에서 점차 하나씩 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IMDB를 검색해 보니 계획대로 이에 이은 속편을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야기나 캐릭터 개선에 별 기대는 안 하지만 적어도 본 영화만큼이나 좋은 풍경들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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