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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양들의 침묵일까? 하물며 포스터도 이상하다. 여자의 입술을 나방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 괴상하기 짝이 없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두 연쇄살인마 모두 죽인 시신에게 2차적인 훼손을 가한다는 점과 초반에 등장하는 애벌레와 후반에 등장하는 나방 모두 의미심장하다. <양들의 침묵>에서 주목해야할 인물은 3명이다. ‘스털링한니발 렉터’, ‘버팔로 빌이 바로 그들이다. 여자가 되고 싶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빌과 법, 도덕, 양심따위 버린지 오래이면서도 누구보다 완벽한 지성을 가진 한니발 렉터, 어린 날의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스털링. 그들은 무엇일까?


 먼저 스털링은 제일 고치에서 나방으로 변태중인 인물이다. 한니발은 그녀에게 ‘your self’라는 창고로 들어가 모펫이란 자를 찾으라 했고 그녀는 창고에 들어가 모펫으로 추정되는 처참한 상태의 사람머리를 찾게 된다. 이는 어두컴컴한 창고의 이름인 ‘your self’의미 그대로 너 자신의 어두컴컴한 내면 안엔 모펫이라는 흉측한 모습을 가진 너 자신의 일부분(Miss Hester Mofet=the rest of me)’이 있다는 뜻이다. 스털링의 모펫은 바로 어린날의 트라우마였다. 스털링은 어릴적 도축되는 양들을 풀어주려 했지만 울타리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양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한 마리의 양이라도 탈출시키기 위해 어린양 한 마리를 앉고 도망가던 스털링은 얼마가지 못해 잡히게 되었고 어린양은 도축되었다. 도축되는 양들의 비명이 언제나 그녀를 괴롭혔고 그로인해 그녀는 악몽에 시달려야했다. 양들이 도망가지 않았던 것, 즉 양들의 침묵이 스털링에겐 큰 트라우마이자 상처였던 것이다. 스털링이 빌을 잡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이유는 이 상처를 극복해 상처를 이겨내지 못했던 고치에서 성숙한 나비로 넘어가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버팔로 빌(이하 빌)은 스털링과 비슷한-더 성숙한 모습으로 가고 싶다는-맥락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한니발은 빌에 대해서 완벽한 범죄자가 아닌 사회의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그의 연쇄살인은 폭력과 관련된 불우한 어린시절과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수술거절당한 성적굴욕감의 삐뚤어진 표출이기 때문이다. 그의 예로 그는 희생자들의 가죽을 꽤매어 옷을 만들어 입고 춤추었고 비명지르는 캐서린에게 윽박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손에 새겨진 문신(LOVE)대로 심각하게 애정에 굶주린 사람이었다. 그가 희생자의 입에 나방고치들을 넣은 것은 희생자들의 가죽으로 고치자신(남자)나방’(여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경고이자 희망이었다.


 한니발은 나방이다. 고치시절에 겪는 고통과 인내 모든 것을 경험했고 결국은 완전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방이 된 한니발은 감옥에 있다. 한니발은 자기가 원했던 것, 즉 살인이 자길 파멸시켰다는 것을 아는 데에도 불구하고 살인을 멈출 수 없다. 이미 그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고 방관하며 탈출할 기회를 엿본다. 스털링을 ‘your self’로 인도했던 것과 대조되는, 그는 자기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였다. 스털링이 어릴적 데리고 도망친 새끼양과 달리 그는 자기 발로 직접 울타리를 탈출한 양이었다. 한니발이라는 양의 침묵은 스털링과 빌이라는 양과는 다르게 쌓아두었던 비명을 지를 준비였다.


 <양들의 침묵>의 관점으로, 우리는 모두 양이다. 살기위해 비명을 지르고 때때론 숨기위해 침묵을 지키기도 한다. 침묵하지 못하고 울부짖는 양들은 사회부적응자이고, ‘싸이코패스인 것이다. 당신이 지금 침묵하는 이유는 비명을 멈추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숨기위해 침묵하는 것 인가?ⓒ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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