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2013.05.09 00:30

overwinter 조회 수:3020

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에 대해 몰입하고 집중하는 경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하나의 인간, 한번의 삶 아니겠습니까. 니체의 말처럼 한번만 산 것은 한번도 살지 않은 것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다른 인간의 생각은 분명 '나'라는 또 하나의 필터를 거친 뒤면 그 중 몇개 건질만한 메시지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더욱 지은이의 삶의 역사에 아주 많이 기대고 있기 때문에 공감대는 더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읽기로 마음먹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목차 내용이 주는 담백함이었어요. 특히 좋았던 제목의 목차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위로가 힘이 될까?'. 그렇지. 어떻게 살지 생각하기 전에 왜 살아야하는지 얘기해봄직하지. 그래. 사실 제일 힘빠지게 하는 말이 '힘내'라는 말이지. 

김연수님이 그랬더랬죠.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위로도 좌절도 참 부지런히 열심히 주고받아요 우리들. 슬픔이 주는 쾌락이 있다는 말은, 멋있어보이려고 하는 말만은 아니라는 생각. 기쁨에 대한 감정보다, 괴로움을 더 열심히 드러내고 표현하는 우리는 참 다들 변태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 그런가. 간만의 장바구니에 이 책이 들어왔습니다.
 





자유 의지

삶에 대한 참 많은 말중에 제일 저를 멍하게 만들었던 말은 '그냥 살고 그냥 죽는거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니까 괴롭고 힘든거다'라는 맥락의 말이었습니다. 네, 듀나게시판의 어떤 글의 리플로 봤던 것 같아요.. 우리를 괴롭히는 말들 중에 '성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성공성공. 공부를, 돈벌이를, 인맥관리를, 재산관리를, 자식농사를, 성형수술을, 잘 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분명 '성공'이라는 단어가 주는 갑갑함이 있습니다.

저는 요즘 '행복'이라는 단어에서도 조금, 그런 갑갑함을 느낍니다. 행복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인상을 받아요. "아니, 그렇게 우리가 불행하단말이야?" 싶어요. '행복'을 무지하게 대단한 경지로 여기는 건 둘째치더라도,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같은 소박한 메시지조차 공책에 꾹꾹 눌러써가며 배우려고 하는, 그 반짝이는 눈빛들이 무서워져요. 집중할수록 더 멀어지는 건 아닌가 하고요.

이 책에서도 자주 성공적인 인생, 행복한 삶, 품격있는 삶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공자님말씀마냥 인생에 무슨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이렇게 삶에 있어서의 성공, 행복, 품격을 추구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에서는 '인생에 무슨 정답이 있'다는 전제하는 건 아닌지. 하고 다른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 전체에 대한 반발심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이기도 하고, 워낙 정력적으로 사는 지은이와 저의 차이겠죠. 그리고 이런 메시지보다 좋았던 건 사실 삶에 대한 지은이의 태도 때문이에요. 개개인의 '자유의지'를 인정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바탕에 있어요. 그래서 모든 이야기가 참 착하게(?) 다가오고, 잘난체 하는 투도 없어서 좋았더랬죠.



과학

위로보다, 힐링보다, 힘이 되는 건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실험과 관찰, 연구를 통해 가다듬고 가다듬어져 세상에 나오게 된 법칙과 원리가 주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과 신뢰감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의 준비기간이나 투자량만 봐도 이건 비교가 안되는 것이지요.
.... 그랬더랬죠.



일과 놀이, 사랑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삶이 이 세가지로 보통은 이루어진다. 라고 다른 책에 있는 이야기를 다시 인용합니다. 일과 놀이가 분리되기도 하고 같이 하기도 한다는. 

개인적으로.
놀이로서의 글쓰기, 혹은 일인 동시에 놀이가 되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더욱 이것에 몰두해보고 계획도 더 새워볼 생각입니다. 더 재미있게 잘 써서, 어딘가에 주기적으로 실리게 된다면, 그것이 일이든 놀이이든, 삶이 더 재미있어질거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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