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배틀스타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 [2004] – 존재와 구원에 관한 우주서사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명이 있은 이래 항상 철학의 궁극이었던 이 질문을 인간이 아닌 다른무엇이 물어 왔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이 따위의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는 걸까

BattleStar Galactica(이하 “BSG”)라는 SF 미드는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와는 다른, 알지 못하는 멀고도 다른 은하의 코볼 행성계, 그곳에서 우리와 똑같은 다른 인류가 지구보다 앞선 눈부신 문명을 창조하였지만 그 창조물들의 정점에 서있는 인간형 로봇사일런의 배신으로 인류와 기계간의 끝 모를 전쟁이휴전에 돌입한지 언 40, 수많은 전투를 뒤로 하고 이제 박물관의 한켠을 차지할 우주전함 갈락티카의 퇴역식을 준비하는 아다마 함장과 선원들을 비추면서 길고 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로봇과 인류와의 전쟁, 우주전쟁이 이야기는 그 흔해 빠진 SF의 시작과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는 하마터면 내 기억 저편 아득히 잊혀가는 70년대의 BSG (21세기의 BSG 20세기 오리지날 BSG의 리메이크입니다)를 떠올리며 21세기의 BSG를 덮어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십줄 가까워오는 이 나이에도 가슴 설레이게 만드는 스타워즈 EP4 “New Hope”와 함께 SF의 늪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78년의 BSG였지만 흐지부지 했던 그 결말도 그렇거니와 83년 미니시리즈의 실망스러운 기억으로 인해 많은 아쉬움이 남아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 이거 아니다... 이건 제가 알고 있던 20세기 BSG가 아닌 새로운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20세기 BSG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복제인간이라는 새로운 모티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이 창조한 전투머신들이 인간을 배신하고 반란을 일으켜 (이때부터 인간들은 이 토스터기계들을 사일런이라 부릅니다.) 20년간의 전쟁을 치루었고, 이후 40년간의 휴전이 지속되던 어느날, 사일런이 휴전을 깨고 12개 콜로니 코볼 행성계를 기습 파괴해버리자, 고향별을 잃어버린 인류는 전설속 13번째 콜로니인지구를 찾아 멀고 먼 여행을 떠나며 사일런은 이들을 말살하기 위해 추격을 시작합니다.

 

하지만라는 물음에 20세기와 21세기는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

사실 20세기 BSG는 대표적인 선악구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20세기 최종편이었던 Starbuck Return에서 어쩌면 21세기 BSG의 모티브를 다소 남겨두었는지도 모릅니다만, 20세기 BSG는 지구를 향해 도망가는 인류와 이를 말사하기 위해 추격하는 기계인간 사일런의 평면적 이야기입니다. 허나 21세기 BSG에서는 이들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는 사일런과 인류를 같은 무게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매우 복잡한 네러티브를 형성합니다.

 

뼈속까지 똑같은 모습을 가졌음에도 만들어진 인간사실 아무리 진화된 로봇이라도깡통에 감정이입을 요구하기 어려웠던지, 21세기의 사일런은 눈부신 진화(?)를 통해 그들 중 일부는 마침내 인간의 모습을 갖게 됩니다. – 따위에게 과연 구원은 존재할 수 없는 걸까인간에 의해 창조된 로봇은 신의 축복도 아니 인간의 축복도 기대해서는 안되는 걸까? 그러면 정치적 불가피”,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사탕발린 구실로 매일 매일을 불신과 반목은 물론이거니와 서로에게 살육을 도배질 해대는 인간들은 과연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 걸까과연 인간의, 인간다움의 정의는 무엇일까이런 수많은 물음들을 73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던지면서 인류와 사일런 모두는 구원의 장소로 믿고 있는 지구를 향해 나아갑니다.

 

자못 일부에서는 미 백악관과 오바마 대통령을, 모세의 출애굽기를, 심지어 이슬람과 기독교간의 종교적 충돌과 구원의 문제를 연상시키는 것은 물론 불교의 윤회사상까지를 아우른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시종일관 인간이라는 종족 그 자신과 인간관계의 본질 그리고 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은 SF장르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1978년 오리지날의 기본구도와 등장인물들을 바탕하였지만 (실제로 70년대 감독인 Glen A. Larson이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재미있게도 당시 아폴로역을 연기했던 리처드 해치가 여기에서는 톰쟈렉이라는 좌파리더이자 부통령으로 연기합니다) 복제인간의 등장, 스타벅, 부머의 여성 설정 그리고 다른 수많은 조연급 캐릭터들을 매회 에피소드의 중심으로 세움으로서 보다 풍부한 네러티브를 형성하였으며 특히 SF에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CG등 특수효과는 Handheld shot zooming등 불안정하면서도 현장감 넘치는 촬영기법을 우주전투씬에서 빼어나게 사용했던 영화 Serenity(또는 오리지날인 드라마 Firefly)를 뛰어넘습니다. (시즌 3 ep4에서 갈락티카 모함의 대기권 점프인 점프아웃 장면은 개인적으로 CG활용의 귀감이 될만하다 봅니다)

 

2003 12 4부작 미니시리즈 시즌0Scifi 채널에서 방영한 것을 시작으로 2004.10 시즌1(13ep), 2005 시즌2(20ep), 2007.5 시즌3(20ep)를 종결했으며 마지막 시즌인 시즌4 2008. 4.4 프리미어를 시작으로 2009 320에 전시리즈가 종영되었으니 거의 5 4개월의 장정인 셈입니다.

이외에도 중간중간에 2006 Webisode라고 해서 인터넷 번외판 에피소드 3편을 2006(The Resistance), 2007(Razer Flashback), 2009(The Face of the Enemy)가 릴리즈 되었으며 시리즈가 종결된 뒤인 2010년에는 사일런 내부에서의 갈등을 그린 “The Plan”(제임스올모스 감독)이 극장판으로 상영된 바 있습니다.

 

2005년 타임지, 롤링스톤 선정 최고의 드라마의 영애를 차지하였고 사일런이면서 갈락티카 전투조종사로 고뇌하는 Sharon Boomer역을 한국계 캐나다 배우인 Grace Park이 맡아 로스트의 김윤진에 이어 코리안 우먼파워에 새삼 흐뭇하기도 했던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편향일지 모르겠으나 그 어느 누구보다도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날이 선 카리스마와 부하에 대한 따듯한 사랑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걺어지고 고뇌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한 인간인 아다마사령관을 소화해낸 에드워드 올모스의 연기는 감탄을 넘어 존경의 마음을 품게 만듭니다. (알고보니 블레이드러너에서 이탈리안인지 스페니쉬인지 말을 쓰는 가프형사역이 이분이시더군요)

 

사실 시즌 클로징이 다가오면서 이 광활한 우주역사물의 끝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지구와의 조우를 어떻게 풀어갈지 내내 궁금했었는데 참으로 BSG다운 결말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남겨주었습니다.

 

저는 개인 취미로 천체관측을 좋아합니다. 아마 이런 취향이 고스란히 장르적 취향으로 연결된 듯 합니다만, 가끔식 먼지 묻은 천체망원경을 꺼내어 밤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BSG가 던져준 화두들을 다시 생각해내곤 합니다. 인간은 정말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 것일까신은 인간을 어떠한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는 걸까

 

PS.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일종의 프리퀄 Webpisod였던 Razer Flashback의 다음이야기를 다룬 Battlestar Galactica : Blood and Chrome 시리즈가 올해중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40년 사일런전쟁중 첫 10년이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합니다. Spin-off이었던 Caprica의 실망을 만회시켜줄 수 있을지 너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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