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Conte d'été, 1996)
Eric Roh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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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즐기기 위해 해변으로 떠납니다. 그 중 가스파르는 브르타뉴에 혼자 도착하죠. 휴가를 온 것치고는 즐겁지 않은 표정이에요. 가스파르는 브르타뉴 해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혹은, 구경하는 듯하며 목적을 알 수 없이 돌아다녀요. 그런 그는 주로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고 다니죠. 해변에서 수영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고, 해변도로를 거닐고, 방에서 기타도 치죠. 할 일이 없어보이지만 분명 뭔가를 하고 있어요. 특히 방에서 혼자 기타를 칠때 입은 회색 티셔츠는 가스파르의 알 수 없는 표정과 알 수 없는 브르타뉴 여행의 알쏭달쏭한 이유와 잘 어울려요. 사실 가스파르가 브르타뉴에 온 이유는 그의 여자친구 레나때문이에요. 레나는 가스파르의 여자친구이지만 가스파르는 레나의 남자친구가 아니죠. 그는 그녀에게 그저 주변 남자 중 한 명일 뿐이에요. 그런 레나는 가스파르를 남겨두고 언니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며 브르타뉴에 있는 디나르 해변에 잠시 들릴지도 모른다는 밑밥을 흘리는데, 그걸 가스파르가 냉큼 물어버린 거죠.


 

홀 로 수영하러 나온 가스파르에게 마고가 말을 걸어옵니다. 마고는 웨이트리스인데 레스토랑에서 봤던 가스파르를 알아본거죠. 둘은 이야기가 제법 잘 통합니다. 가스파르는 클럽에서 솔렌도 만나죠. 솔렌은 적극적이에요. 아마도 해변의 로맨스를 기대하던 가스파르에게 솔렌이 그 주인공일지도 모르죠. 그게 가스파르의 속마음이니까요.


 

가 스파르는 레나에게 브르타뉴에서 만나면 단둘이 우에상섬에 가자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마고와 솔렌에게도 했죠. 레나가 안 올거란 생각이 들자 여기저기 찔러보는 거겠죠. 그런데 생각치 못했던 레나의 등장으로 가스파르는 난처해집니다. 결국 세 여자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다가 도망치듯 그곳을 떠납니다.


 

말 머리에서 가스파르를 회색과 연결시켰었죠. 이렇게 되면 결국 회색이 가지는 중도와 실용성을 가스파르는 성실히 실현해냈군요. 그렇다면 세 여자는 어떨까요. 마고는 빨강, 솔렌은 청색, 레나는 흰색. 세 여자들의 성격에서 인상적인 색에서 엿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세가지 색은 프랑스 국기를 이루는 삼색이죠. 프랑스 국기의 파랑-하양-빨강은 자유-평등-박애의 뜻을 가지고 있어요.


 

우 스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어울리는 면이 있어요. 솔렌의 파란 Jean패션은 젊음과 반항 그리고 자유의 상징이죠. 솔렌의 가스파르에 대한 자유로움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함으로 표현되죠. 그런 솔렌을 대하는 가스파르 역시 망설이지 않고요. 이 부분에서 솔렌과 마고의 차이점이 나타나요. 마고는 가스파르와 가장 말이 잘 통하면서 서로 이성적 감정의 경계를 늦추지 않죠. 가스파르와 마고의 관계에서 유대감을 가장 잘 볼 수 있어요. 그건 마고가 가지고 있는 가스파르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열정이 아닐까요. 그래서 영화는 솔렌보다는 마고와 가스파르의 관계 속에서 리드미컬한 전개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결국 가스파르는 제 할 일을 우선으로 훌쩍 떠나버리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를 배웅했던 것 역시 마고였고, 떠나는 배 위에서 홀로 마고를 위한 연주를 하며 끝을 맺죠.

아, 그리고 레나에 대해서는 뭐랄까 모든 남자에 대한 공평한  평등이랄까요. 레나에게 애인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지금 자기의 팔짱을 낀 누군가예요.. 가스파르는 마침 거기 있었던 남자였구요. 야속한 연애 스타일이긴 하지만 연인이 있는 상대를 짝사랑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레나의 방식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연인이 있다고 접근 기회마저 못 갖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물론 이건 프랑스의 평등 정신과 전혀 상관 없어요.


 

에릭 로메르의 영화에서 우연히 연결고리를 찾아 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프랑스’라면 에릭 로메르의 프랑스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 좋았어요. 에릭 로메르의 <여름 이야기>로 프랑스의 여름을 만끽 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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