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극장을 찾는 이유는 현실을 잊기 위해 찾기도 하지만 아픈 현실의 역사를 맛보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특히 한국전쟁영화의 아픔은 우리 형제가족의 아픔이고 동족의 살육전 이야기 이다. 장훈 감독의 고지전은 우리가 듣고 많이 봐왔던 우리의 전쟁이야기를 7,80년대 임권택감독의 반공영화에서 강제규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까지 최근까지 변화된 한국전 이데올로기를 다른 시각으로 전쟁의 아픔을 전하고 있다.

부산의 최후의 방어선인 포항근처로 물밀듯이 내려오는 인민군 공격에 악어중대원들은 후퇴상황에서 비공식 아군 사살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마지막 죽음을 눈앞에 두고 벌어지는 최후의 결전까지 필요충분조건으로 까지 작용을 한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며 싸우는 악어중대원들, 마약을 맞지 않고는 전쟁을 치르지 못하는 포항사건의 장본인 신일영(임시중대장). 포항사건은 악어중대의 집단적 트라우마적인 상황으로 내몰면서 마약같이 부대원들을 취하게 만든다.

집단마약 같은 포항사건 때문 일까? 고함소리와 폭파소리만 전쟁영화인가? 이런 의문이 들게 만드는 인물이 있다. 김수혁(고수)은 영화 시작부터 전쟁달관자처럼 보여줬던 대사로 인해 불안한 출발을 보여준다. 김수혁(고수)을 결정적으로 변화 시킨 장면이 플레쉬백으로라도 포항사건 정도의 모티브를 기다렸는데 절대 없다. 그냥 울분에 찬 고함소리만 메아리 칠뿐이다.

김수혁(고수)이 강은표와 헤어진 후 전쟁머신이 된 것은 포항사건 뿐이라는 것이 되고 만다. 즉 부대원들과 차별이 안 되는 설정이다. 오죽했으면 신하균의 강은표역의 서포터 연기가 고맙게 여겨졌을까? 영화 “가을의 전설” 트리스탄역의 브렛비트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전쟁 킬링머신이 될 수밖에 없는 역을 전설처럼 해낸다. 위장된 얼굴 눈빛부터 살인적이다. 대검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적군 얼굴가죽 벗기는 씬은 소름 그 자체였다. 태극기 휘날리며 에서 장동권도 그렇다. 그러나 김수혁은 그런걸 보여주지 않고, 고함치는 대사만 난무할 뿐 이다. 그런 한씬만 넣었어도 고수 연기와 김수혁의 전쟁병기 설정의 개연성은 최고치를 달렸을 텐데 말이다. 불편한 장면은 이뿐만 아니다. 수혁의 팔 잘린 어린 꼬마에게 분노의 찬 말을 내뱉는 씬은 과연 전쟁이니 당연하고 후련했을지는 생각해 볼일이다. 수혁의 상관 사살은 너무 쉽게 이뤄진다. 반즈의 엘리어스 사살(플레툰)같은 사건은 그렇게 남용하는 게 아니다. 지휘관들이 있는 작전회의 중 헤드샷 이라니 조폭영화 갱스터무비가 아닌가 착각이 들정도로 어이없는 장면이었다.

핸드헬드 촬영의 남용 역시 눈살을 찌 뿌리게 한다. 고지전은 크레인 촬영이 영상의 솔직함을 위해 어필하지 않았을까? 물론 핸드헬드는 “라이언일병 구하기” 이후 영화감독이라면 유혹의 산물이다. 고지특성상 경사진 곳은 크레인으로 안정감 있는 그림으로 갔어야 했다. 전투장면 역시 임펙트 강한 장면이 없어 돈 들여 찍은 전투장면 기억나는 장면이 별로 없다. 야단법석인 화면이었다. 그러나 과욕을 부린 부분도 있지만 이질적인 김옥빈(차태경역)의 저격수 차용은 신선했다. 저격수 위장복의(톰벨린저 주연의 스나이퍼를 생각해보면) 정글복장을 숲속의 은폐 시퀸스보다 단순 인민군복장으로 바위 뒤 엄폐를 택했으면 더욱 한국적으로 설득력 있었지 않았을까?

이 영화에서만은 흔한 한국전쟁영화만의 울분을 절재 할줄알았는데 역시, 울분으로 점철된 대사의 영화였다. 이제는 정제된 분노의 한국전쟁을 보고 싶다. 마지막 차태경(김옥빈)으로 저격 당한 이후 죽기 전 김수혁의 대사들은 잠시 과거의 한국전쟁영화 매너리즘으로 회귀하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4개의 에피소드(휴전회담,포항사건,에록고지,최후결전)를 연관성으로 묶고 자연스럽게 끌고 가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 것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그 노력은 에록고지를 뺏는 것만큼이나 힘이 달렸다. 이제는 정제된 울분을 한국전쟁영화에서 찾아야 할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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