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모든 것은 이 아이에게서 시작되었군요.

 

 

'...아니, 뭐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일곱 살 짜리라도 여자는 우습게 볼 수 없으니까요.'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모모코>에서 나온 말인데, 정말 어린 아이라도 여자는 우습게 볼 수 없더군요.

아,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전형적으로 로리콤에 바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소미(김새론)의 힘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지요.

 

김새론의 어여쁨이야  <여행자>에서 익히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 이 아이의 이목구비에는 특별한 것이 있어요.

 

눈. 흔히 눈자위가 눈 안을 꽉 채우는 눈이라고 불리는, 검고 큰 동자가 가득 찬 눈. 그 눈만 보아도

이 어린애에게 매혹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져요.(캐릭터 대일밴드에 넘어간 그 태국 조직원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닙니다)

 

그리고 입매,입매가 특이하다고 그전에도 생각했었지만 큰 화면으로 보니까(게다가 맨 앞자리서 봤어요;)

그 입매의 독특함이 새삼 다시 느껴지더군요. 마치 잘 드는 칼로 섬세하게 베어낸 듯한 입매예요.  특히 입 끝부분.

 

신비한 듯 아이다운 교태가 있고, 그러면서도 딴세계 아이같기도 하고, 호소력 있는 인상을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소미의 대사가 다소 어색한 감이 있어도, 이 아이에게 매혹되는 극중인물에게

마구마구 공감이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저런 아이가 내 앞에서 저렇게 말한다면, 저 역시 가슴 깊이 죄책감이 찍혀지고,

또 그 죄책감이 씻어내질 것 같았어요.

 

 

 

 

2.이 영화는 <피라냐>처럼,제게 어쩐지 기독교적으로 느껴졌어요.

 

듀나님은 태식(원빈)이 본격적으로 악한 자들을 소탕하러 나갈 때 복근을 드러내고 머리를 미는 부분에서 나르시시즘을

읽어내셨다지만,또 그런 요소가 어느 정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저는 무척 실용적으로 생각했어요. 그 수북하게 덮인 앞머리를 두고 무슨 복수를 할 수 있겠어요.

격투라는 것은 두 눈이 환히 열려 시야가 넉넉하게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니, 싸움하기 편하게 자르고 깎을밖에요.

그리고 복근이야...'나 아직 죽지 않았어!나는 소미를 구해낼 수 있어!'하는 자기암시용으로 드러냈다고...좋게 좋게...

 

 

빈느님이라 불릴만큼 잘생겼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적 매력으로서의 원빈의 미모보다는

어쩐지 조각미남, 예수상 같은 느낌이 더욱 살아요.

모든 악한 자들을 다 소탕하고 났을 때의 그 허무한 표정, '다 이루었다'식으로 감아버린 눈.

 

 

3.동행은 본격적인 소탕 작전에서 '우 잔인하다'소리를 냈지만,

저는 소미엄마의 장기가 다 빼내어진 시체, 굴러다니던 소미(?)의 안구를 포르말린에 담은 병, 소미가 개미굴에 막 다다랐을 때

시체 같은 모습으로 멍하니 소미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 등이 훨씬 더 잔인하고 끔찍했어요.

특히, 중간에 형제 보스 중의 한 놈이 끄나풀을 데리고 클럽의 룸에서 놀면서 여자에게 술에 약을 타 먹이잖아요.

그런 식으로 소미 엄마도 파괴되어 후에는 그 지경(마약을 훔쳐내고)에 이르렀다 생각하니

흔히 사람들이 악이라고, 어둠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빠지는 계기는 너무도 사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훨씬 더 무서웠어요.

그 사소한 계기에 비해 당해야 하는 업은 너무 끔찍한 것들뿐이라 더 무서웠고요.

 

 

그래서 소탕 작전에서 잔인하게 손이 동강나고 내장이 찔리고 하는 따위의 장면은 별로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시원하다 싶을 만큼.다만 태식이 잔챙이들을 그렇게 공들여(!)죽일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진짜 나쁜 놈들을 진짜 잔인하게 죽여주길 바랬어요.

 

제가 너무 영화를 권선징악적으로 보았던 것일까요?

 

 

 

4.저는 필요 이상으로 공감능력이랄까, 뭐하게 말하면 신파에 빠지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비평 등에서 말하는 소미와 태식의 사건 전 관계의 밀도가 부족하다든가 등에 저는 그렇게까지 공감하진 못해요.

원빈의 아내가 처참하게 죽는 장면에서, 그 모습을 눈앞에서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원빈의 절규가 너무도 절절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그후 소미를 구출하기 위해 일을 벌이고, 악당들에게 훈계하고 할 때도

대사(구천 운운)가 너무 구식이라든가 덜 어울린다든가 하는 평이 떠올라도 그에 공감할 수 없었어요.

일단, 맞는 말이잖아요!!!!!

 

그리고 그 부분이 나오기 전 개미굴 아이들의 생활과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 말의 진지함에 토를 달 수가 없더군요.

 

 

 

 

 

 

5.저는 그 개미굴이 실제로 한국에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더 무서운 건,정말 그런지도 모르지요,대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다행스럽게도 현실에서 참고를 얻었다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범죄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 그 만화방 할머니는 윤소정씨인줄 알았어요.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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