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켄위니

2012.11.05 22:25

ML 조회 수:2942

 

《프랑켄위니》는,장인이 된 Tim Burton 감독이 스스로의‘근본’을 어루만지고 자극할 목적으로 만든 영화입니다.그냥 대놓고 그런 영화에요.흑백 화면에,조용하고 괴짜같은 남자 아이 주인공에,괴물들까지 나오는걸요.상업적으로도 어린이 관객보다 기성 Tim Burton 관객들을 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예전만 못하다’소리나 듣고 앉아있는 전설이 다시 예전으로,자기 자신을 있게 만든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하는 작품이니,〈가위손〉이나 〈크리스마스 악몽〉같은 영화들을 그저 하나의 영화가 아닌 ‘추억’으로 가슴에 품고 있는 관객들은 개봉 소식을 많이 기다렸을 겁니다.저도 그랬고요.


흑백 Animation인데 3D인 영화입니다.‘최첨단 기술과 향수의 만남’같은 촌스런 문구가 떠오르지만,보고 있으면 영화의 기술적 선택이 단순히 ‘흑백 영화를 3D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가벼운 질문 끝에 나온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어요.중간 중간‘아,흑백 영상물만 있었던 시기엔 사람들이 흑백 화면을 보고 이렇게 느꼈겠구나’싶어지는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단순히 화면이 흑백인 것 가지고는 그런 느낌 내기 어렵죠.

 

제작 목적과도 맞아 떨어집니다.‘흑백’이라는 화면이 주는 상징성은 그 자체로 ‘Tim Burton 의 근본’를 의미하고,‘최신 유행’인 3D화면은 ‘21세기의 눈으로 그 세계를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하죠.무엇보다,이런 저런 의미와 상징을 떠나서,그냥 근사합니다.그것 만으로도,작품이 흑백 3D여야만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기술 외적으로는 아쉬움이 큽니다.Tim Burton의 세계를 확실하게 짚어 주기는 해요.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싶더군요.선량한 주인공이 부당한 집단 폭력을 당하고,괴물을 사랑하는 미녀가 등장하기는 합니다.하지만 이미 우리는 Tim의 걸작들을 수차례 보아 왔고,그의 세계를 알고 있습니다.구태여 다시 짚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뻔하고 밋밋해요.한식 본연의 맛을 느끼겠답시고 맨밥 먹는 기분이랄까요.

 

‘처음으로 돌아가보자’는 감독의 결심이나,‘Tim Burton 세계의 민낯을 보여주면 어떨까’하는 제작자들의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전 저명한 악기 연주자들이 애들 교본에나 나올 연주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좋아합니다)다만,〈프랑켄위니〉의 작품성이 한 예술가의 근본을 담아낼 만큼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 정도는 해도 될 것 같군요.‘기본 맛’을 내는 것이 더욱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래도,이 영화를 그저 그렇게 본 저 역시 Sparky의 매력 만큼은 부인하지 못하겠군요.자기 무덤을 자기 발로 찾아가 킁킁대고 낑낑대는 그를 보세요.아,얼마나 이상하고 아름답습니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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