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를 두 개 묶었냐, 라고 물으신다면... 본문을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별 큰 이유는 없어요. ㅎㅎ

 

 

✳ 영화 이야기라지만 굳이 영화 이야기만 하지 않으며, 스포일러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왜 읽냐고 묻겠다.


     영화 대학살의 신을 보는 내내 나는 불편해 죽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스스로가 웃는 것조차 신경질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어떤 재치 있는 연기를 보았을 때보다도 웃음이 나왔지만 편한 웃음이 아니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냉소는 전에 누군가 보여준 움베로토 에코 책의 한 부분 같았다. 정치적 공정함과 예민함, 무례함, 이기심으로 가득 찬 그 좁은 집의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비져나온 모습을 비웃는 로만 폴란스키이다. 개인적으로는 2:2식으로 흐르는 싸움보단 개개인의 개성이 더 날카롭게 뻗어나가 모두가 모두를 찌르는 양상이 되었으면 더 재미있었겠다 싶었다. 그런 차이에서 감독과 내가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거장이 힘을 그렇게 실은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사실 이 영화를 이야기할 게 딱히 있는 건 아니다. 연기는 죽이고 연출은 적절하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은 그 무자비한 씬으로 유명하다. 터널에서의 강간씬. 혹자는 대체 왜 저렇게까지 연기자가 연기를 해야 하며, 카메라맨이 저런 것까지 찍어야 하는 것인지를 물을 것이다. 허나 나는 그 의문 자체가 감독의 의도와 맞아떨어지지 않나 싶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대체 왜 여기까지, 이러한 선에까지 우리가 다다랐던 것인가 회의한다. 즉, 그러한 끔찍한 묘사 자체가 감독이 이 무간도인 세상의 돌이킬 수 없는 무엇인가를 형용화한 것일테다. 나는 그 씬을 보면서 사실 모니카 벨루치가 더럽게 고생했겠다 싶은 안타까움만이 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겠지만 그 영화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잔혹한 보복행위, 끔찍한 강간 피해 뿐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 오묘한 풀밭에서의 평화를 감독은 비정하게 보여준다. 얼마나 잔인한 상황 속의 잔인한 대사인가?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만큼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저주도 없다.

     내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 두 영화를 동시에 묶은 것은 이 두 영화에서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던 화제, 인간의 이기심을 추출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살의 신이 끝날 때 즈음인가. 네 명의 학부모는 이실직고한다. 그들이 처음부터 신경쓴 것은 아무것도 없었노라고. 그들이 모인 것은 아이의 폭력이라는 표면적 이유였다. 그러나 술이 밝혀준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쓰는 것은 그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화난 이유도 사실 정말 아이가 당한 폭력 때문은 아니다. 모두 자아에 대한 몰입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쉽게 비약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누군가가 자기 걸 건드려서 빡친 것이다. 감히 어째서 왜 내 걸?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인고로 그러한 부딪힘은 생각보다 일상적이다.

    '돌이킬 수 없는'에서 내가 사실 가장 중요시하게 본 부분은 강간씬도 멜로씬도 아니고 맨 처음 부분이다. 여자의 전 애인과 현 애인이 여자를 강간한 그 남자를 찾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결국 남자(아마 범인도 아닐)를 죽이는 그 부분 말이다. 참 흥미로웠다. 그런데 나는 의문이 들었다. 저게 당연한 인간의 감정인가? 아 물론 돌로 쳐죽여버리고 싶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공격적인 행위가 과연 여자를 사랑하는 온전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냐 나는 절로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남자라면, 아픈 여자를 간호하고 여자가 괜찮은지 확인한 후 여자의 반응에 더 치중하고 집중할 것이다. 그게 '그녀를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화나서 그 남자를 죽이러 돌아다니는 것이라면? 법 없던 세상에서는 정의일지 모르겠으나 그런 분노와 증오의 이성을 상실한 분출이 사랑의 단면 중 하나란 말인가?

     그가 분노한 이유를 말하자면, 앞에서의 네 명의 학부모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것이 침략당했는데,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건드린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도 사실 어떻게 보면 요새 이런 비슷한 일에 휘말려 있었고, 네 명의 학부모와 두 명의 남자와 같은 처지였다. 이 거친 세상에서 지켜낸 나만의 세상, 그런데 누가 내 세상에 그 더러운 발을 내밀어 짓밟혀놨단 말이야. 내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데. 내 세상에 멋대로 허락없이 들어온 네가 뭔데 무슨 권리로 내가 사랑하는 걸 건드리지? 사랑, 사랑이 애초에 무엇인가? 사랑이 보장해주는 것이, 곧 소유란 말인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낀다는 이유가 나의 감정에 더 집착할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정말 남을 생각하는 것인가 나를 생각하는 것인가, 그 문제는 자기 기만의 강력한 힘에 의해 꽤 자기 위장이 잘 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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