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셸리 Shelley <부천영화제>

2016.07.31 18:44

Q 조회 수:924

셸리 Shelley  


덴마크-스웨덴, 2015.     

 

A New Danish Screen/Profile Pictures/Backup Pictures/Film i skåne/ Solid Entertainment Production. 화면비 2.35:1, 1시간 32분. 


Director: Ali Abbasi 

Screenplay: Maren Louise Käehne 

Cinematography: Nadim Karlsen, Sturla Brandth Grøvlen 

Music: Martin Dirkov 


CAST: Ellen Dorrit Petersen (루이스), Cosmina Stratan (엘레나), Marlon Kindberg Bach (시구어드), Kenneth Christensen (시몬), Björn Andresen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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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특별전의 작품들도 하나 정도 더 리뷰하고 싶었지만, 워낙 다른 일들이 많아서 결국 이 한편이 부천영화제 최후의 리뷰가 될 것 같다. 트위터나 블로그의 다른 분들의 리뷰와 별로 겹치는 작품들이 없어서 다행이다. 


[로즈마리의 아기 (악마의 씨)] 이후로 임신과 출생에 관련된 공포영화도 꾸준하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까지도 주류 (특히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대놓고 언급하거나 부정적인 각도에서 접근하기를 극도로 꺼려하는, 또한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한 제 1 세계에서는 점차 복잡한 사회-경제관계에 얽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임신을 원하는 욕망과 임신과 출산의 기계적 과정 사이의 괴리라던가-- 사안인 이상, 계속 여러 나라에서 호러영화의 제재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일까. 이번에는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합작한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무엇이 찍혀있는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롱 테이크의 덴마크 (또는 스웨덴?) 의 호변가의 울창하게 수풀이 우거진 자연경관의 미디엄 샷이 신경을 긁는 전자음악 스코어와 함께 펼쳐지는 도입부는 조나산 글레이저의 [Birth] 를 연상시키면서 또한 베르이만의 차가운 정서적 톤을 상기시키는 전형적 "북구형" 스타일이다. 전체의 만듦새도 핸드헬드 카메라와 고의로 관객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점프컷, 그리고 방 구석마다 어두움의 포켓을 만드는 자연조명 풍의 비주얼 등 북구 영화계의 장르적 컨벤션을 답습하고 있는 듯 하다 (이걸 보면 [소르겐프리: 격리된 마을] 의 보 미켈센 감독이 자기네 영화계의 주류적 스타일에 의식적으로 반항해서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심증이 굳어진다). 


주인공인 엘레나는 루마니아의 고향에 어린 아들을 맡겨놓고 덴마크 (스웨덴?) 에서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20대의 젊은 여성이다. 그는 호변가의 외딴 오두막에서 지내는 (그러나 돈은 많은 듯한) 시구어드와 루이즈 부부의 집에서 일하는데, 신경증적인 느낌이 들고, 레오라는 영기 (靈氣)로 병리를 대하는 할아버지 기도사에게 치료를 받는 루이즈와 시간을 지내다 보니 점점 친해진다. 남자들이 얼마나 못됐고 그런 대화를 같이 하고 나체로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고 하면서, 격의가 없어진 루이즈는 어느 날 엘레나에게, 루마니아에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을 만한 보수를 한번에 지급할 테니 병원에 냉동보관 해놓은 본인의 난자를 대리임신 해 줄 것을 제시한다. 엘레나는 본인도 놀랄 정도로 선선히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처음에는 순조롭고 즐겁기만 했던 임신은 입덧이라고 생각했던 부작용이 점차 심해지면서-- 그리고 검은 개의 등장과 친구 부부의 아들이 뱃속의 아기에 취하는 적대적인 태도 등 심상치 않은 징조들이 나타나면서-- 그녀의 정신상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루마니아나 슬로베니아 같은 동유럽에서 온 젊고 어여쁜 여성들이 서-북유럽의 부르주아들, 경찰 등의 국가조직들 또는 조폭들에게 착취당하는 내용의 영화들은 90년대 이후 상당수 볼 수 있는데, 알리 압바스 감독은 초반부에 루이즈나 시구어드를 악하거나 감수성 부족한 인간들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엘레나에 대한 공감을 유발시킴으로써 점진적으로 휴먼드라마에서 호러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데에 있어서는 상당한 스킬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 작품 또한 많은 호러영화 데뷔작이 그렇듯이 모델로 삼은 고전 작품의 영향권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드 팔마 증후군" 이라고 부르면 드 팔마 감독의 팬 여러분들께서 심기가 불편하실런가), [셸리] 의 경우도 막상 대리모라는 제대로 천착했으면 지극히 흥미로웠을 제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로즈마리의 아기] 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기가 몸에 품은 아기에 대한 엘레나의 적개심이 과연 이상심리에서 발현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초자연적인 영향력에 의한 것인지 등의 서스펜스의 요소는 다소 어이없게 간단히 정리되어 버리고, "검은 개" 등의 [오멘] 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예조들도 자연주의적인 심리묘사를 기조를 한 영화의 접근 방식을 고려하면 덜 매끄럽게 덧씌워져 있다. 물론 기분 나쁘고 불안스러운 호러영화로서의 분위기는 끝까지 유지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뭔가 새로운 얘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또 그 얘기네" 라는 투의 기시감이 지나치게 강하다. 각본 단계에서 뭔가 더 고민을 했어야 한다는 느낌이다. 미켈센과 마찬가지로 알리 압바스 감독의 헐리웃 진출에는 도움이 될만한 수준작이긴 하다. 


배우들의 캐스팅은 잘 된 편이다. 부천영화제에서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블러처리는 설마 안 했겠죠?) 엘레나역의 코스미나 스트라탄은 정말로 임신중에 촬영을 한 것인지, 아니면 임산부 특수 메이크업이 엄청나게 리얼한 것인지, 배가 땡땡하게 부풀어오른 채 전라로 목욕탕에서 발작을 일으킨다는, 보고 있으면 어금니가 아파올 정도로 엄청 고통스럽게 보이는 맹렬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루이즈역의 엘렌 도릿 페터센도 Fist F*ck 을 배우가 진짜 맨몸으로 연기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합리적으로 따지자면 특수 메이크업이 개입이 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거의 하드코어 포르노적인 신 (지금 생각하니 [The Entity] 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기도 한다) 을 선보이고 있다. 보기가 거북할 정도로 수위가 높지만, 워낙 북구식 자연주의적으로 던지듯 찍어놔서 에로티시즘은 거의 느낄 수가 없다. 또한, 루이즈의 영적 고문 (顧問) 역으로 등장하는 키가 큰 푸른 눈의 할아버지가 알고보니 [베니스의 죽음] 에 등장했던 미소년 타지오 역을 맡았던 뵤른 안드레센이라고 한다. 와~ 아직도 살아계시다니…. 물론 예전의 미모는 번창한 수풀 같은 머리칼과 수염과 주름살에 가려져서 안보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흥미 있었던 요소는 덴마크-스웨덴 합작인데 대화의 대부분이 영어가 모어 (母語) 가 아닌 캐릭터들이 말하는 영어로 진행된 다는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이야기의 설정 자체가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 커플이 자기네 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 루마니아 가사도우미와 얘기를 하려니 피치 못하게 영어를 쓰는 셈인데, 어휘력이나 문장의 복잡성 등에 있어서는 루이즈와 시구어드의 영어가 더 "고급" 인 것이 역력하지만, 영어로 보여주는 연기에 있어서는 루마니아 출신 배우인 코스미나 스트라탄 (크리스티안 문주 영화에도 나왔다는데) 이 훨씬 자연스럽고, 매력이 있다. 


좀 더 제재의 유니크한 속성을 발전강화 했더라면 좋았을 한편. 이건 쓸데없는 한마디인데, "어려운 임신에는 제왕절개를 추천합니다" 는 산부인과 선전에 무척 도움이 될 만한 한편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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