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 배드

2010.09.23 00:34

milk & Honey 조회 수:4463

 

 

 

 

'슈퍼 배드’의 여자 아이들-마고, 에디트, 아그네스-은 버림받은 소녀들을 위한 보육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거리로 내몰려 할당량의 쿠키를 팔아야 하며, 고된 노동 후에는 원장실을 청소해야 합니다. 이 아이들의 유일한 소원은 “어서 입양이 되게 해주세요!” 그러나 이 보육원은 입양이 된 후 다시 파양이 된 아이들을 골판지 상자에다 집어넣고 그 안에서 기거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상자 겉에는 ‘the box of shame'이라고 크게 적어놓지요, 모두가 가면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이 마을에는 ’그루‘란, 뾰족코의 마왕같은 인간이 사람들을 빵빵 얼려버리고 각종 공공재 및 개인 소유물을 마구잡이로 파손하며 휘젓고 다닙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이 여기까지 읽으시면 이 영화를 지난 세기의 공포를 표현한 암울한 작품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몸보다 큰 머리, 저주받은 물건을 꺼내는 주머니가 달린 괴물고양이...그가 온다, 도라에몽!” 식의 싱거운 이야기일 뿐이랄까요.


이렇게, 어두운 현실이 깔려 있긴 하지만 영화는 더없이 밝고 화사합니다. 정말 나쁜 사람은 사실 등장하지 않구요, 고딕풍 호러 캐릭터에서 따왔음이 분명한 그루의 집과 고전적인 아날로그 장치들, 그리고 집, 비행선 등 이음새없이 매끈하게 설계된 최첨단 기기가 가득한 벡터의 디지털 장치들을 대비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수퍼 배드'의 횡과 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중심인물들은 비슷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요. 그것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결핍입니다. 주인공 그루는 달로 가고 싶은 욕망에 대한 공감을 어머니로부터 얻지 못합니다. 벡터는 정확한 서사는 없지만 엄청난 부를 소유한 아버지로부터 억압당하며 살아온 기크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 귀여운 마고, 에디뜨, 아그네스는 어린 나이에 버림을 받았지요. 


나머지 한 축은 어른이 된 제작자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앞의 결핍과도 연관이 되는 부분이라 따로 분류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자상하며 반성할 줄 아는, 또한 어린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표현하는 부모, 장난감과 신기한 장치들로 가득한 세상, 나를 따르는 요정들의 존재 등등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한편 이들이 이룬 각각의 가정은 어딘가 조금씩 조각이 빠져있습니다. 그루에겐 아버지가, 벡터에겐 어머니가, 세 명의 아이들에겐 부모가 묘사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 함께 하게 되는 가정의 최종형태도 양부모가 함께 한 가정의 모습은 아니지요. 제작자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이혼율이 높고 한부모가정의 비율이 높아진 현실에 맞게 제작된 것일 수도 있고 그닥 필요없는 캐릭터까지 그려 데이터의 양을 늘이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가족의 형태가 생물학적 혈연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반증임은 확실합니다. 이건 제겐 희망이기도 하구요. 외로운 현대인들의 판타지이기도 합니다.


 

 



 

 

* 우리말 더빙으로 봤습니다....웬만하면 더빙은 ‘전문성우’, 하다못해 훈련된 배우들이 담당하도록 합시다, 예?
* Miranda Cosgrove, Julie Andrews, Steve Carell의 목소리 더빙이 있었군요. 자막으로 한번 더 봐야 하나...(순서는 선호도순)

* 미니언들은 그대들이 가지십시오. 벋뜨 아그네스는 제 겁니다.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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