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카탈로그에 보탄으로 등장한 브린 터펠이죠)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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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린 터펠, 바리톤

 

보스턴 심퍼니 오케스트라

지휘: 제임스 레바인

 

보스턴 심퍼니 홀, 2010 10 2, 보스턴

 

 

오랫만에 쓰는 공연 감상문 되겠습니다

 

사실 보스턴 심퍼니 홀은 이번에 처음 가 봤죠. 제가 동부에 살면서 대부분의 음악 감상 활동을 뉴욕에서 했기 때문이기는 합니다만그렇잖습니까. 뉴욕에서 벌어지는 공연들의 스케줄만 따라가기도 벅차니까 말이죠. 그러나 앞으로는 심퍼니 홀도 자주 가고 뉴퍼트나 탱글우드에서 벌어지는 페스티벌들도 참석하고그럴 예정이죠. 물론 얼마나 시간이 되느냐가 관건이겠습니다만.

 

보스턴 심퍼니 오케스트라의 개막 공연이기도 했던 이날은 전부 바그너 레퍼토리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마침 요즘 바그너의 앨범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 듣고 있던 터라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죠. 바그너의 음악들을 집에서 듣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긴 합니다만저 같은 경우는 이 건물에 들어오면서 다른 입주자들을 거의 대부분 인터뷰했었죠. 내가 고전 음악을 좀 크게 듣는데 괜찮겠냐고다들 크게 신경 안 쓴다는 대답이 돌아와서 다소 안심하고 들어오기는 했습니다만, 그러나 그래도 바그너나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을 몇 시간씩 틀어대는 건 좀 그렇잖아요. 아직까지 별다른 불평은 듣지 못했습니다만. 이런 걸 생각하면 빨리 집을 사서 나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표를 사기 전에 프로그램을 보면서 든 생각은 뭐가 이렇게 짧아라는 것이었습니다. 서곡 세 개에 아리아 (라고 하면 사실 안 되지만 딱히 뭐라고 부를 말이 생각이 안 나서 그냥 그렇게 지칭하겠습니다) 세 개라면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잖아요.

 

이건 아마도 제임스 레바인의 요즘 상태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했습니다. 보스턴에서 시즌 7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분은 요즘 건강이 상당히 안 좋으시죠. 최근에 허리에 대 수술을 했고, 이번 공연 전에도 과연 그가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포디움에 설 것인가에 대해서 보스턴 주민들 사이에서는 말들이 많았으니까요.

 

다행히 이날 레바인은 무대에 등장해 주셨습니다. 다리를 절면서 힘겹게 등장하시는 모습이 상당히 안타깝더군요. 관객들은 따뜻하게 기립 박수를 쳐 주었고요. 일단 등장한 뒤로는 프로그램을 다 마칠 때까지 포디움의 의자에 앉아 계셨죠.

 

그래도 지휘는 여전히 굉장히 열정적이었습니다. 저러다 의자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할 정도로 조마조마한 장면들이 자주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오케스트라 역시 열심히 따라와 줬고요. 무대를 꽉 채울 정도로 단원 수가 많았던 현악 파트가 특히 훌륭했습니다. 무겁고 풍부하면서 화려한 소리가 굉장히 듣기에 즐거웠습니다. [발퀴레] [네덜란드인]의 복잡한 패시지들을 일사분란하게 연주하는 실력이 대단했고요.

 

다음으로 칭찬해야 할 것은 금관 파트이겠습니다. 특히 발퀴레의 기행장면에서 호른으로 시작해서 트럼펫, 트럼본, 튜바 파트가 하나씩 가세하는 장면은 굉장히 박진감 넘쳤죠. 이 부분에서 날카로우면서도 다이내믹한 현의 뒷받침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네덜란드인]의 서곡이 특히 굉장히 훌륭했죠. 이 작품은 바그너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제가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좋아하게 된 작품이라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정말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홀 안으로 바로 불러온 듯한 그런 연주였죠. 레바인의 템포는 이전에 비해서 확실히 좀 빠르고 다이내믹해진 면이 있습니다. 전 이 사람의 [니벨룽의 반지] 96년 바이로이트에서, 그리고 재작년에 메트로폴리탄에서 들었는데, 이 양쪽 사이의 해석의 차이는 엄청났거든요. 물론 그는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전에 주로 세부에 탐미적으로 집착하는 연주를 들려줬다면, 이제는 전체적인 구조를 넓게 파악하면서도 중요한 부분들을 남김 없이 표현해 주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죠. 음반 산업이 사양에 이르러서 더 이상 이런 훌륭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들 조차도 녹음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그러니까 더욱 실황에 열심히 참석해 주어야 하는 것이겠지만요.

 

생각해 보면 이 연주회는 메트로폴리탄에서의 레바인-터펠 콤비의 최근 [니벨룽의 반지] 프로덕션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베르 르파지가 연출한 이 프로덕션으로 메트로폴리탄은 최근에 개막 공연을 마쳤죠. 전 다음 주에 볼 거기 때문에 리뷰나 영상물 같은 각종 인터넷의 자료들은 열심히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만터펠의 목소리는 여전히 깊고 풍성하고, 발성은 정확하고, 표현력은 뛰어났습니다만, 이번 공연에서 과연 그가 최선을 다 했는지는 좀 의심스러웠단 말이죠. 특히 중음역에서 오케스트라에 묻혀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종결 부분의 고음을 포르테로 처리하는 부분들에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나와 주었습니다만, 전 이 사람이 이 보다 훨씬 잘 하는 공연들도 봤단 말이죠. 그래도 역시 네덜란드인의 아리아는 명불허전의 공연이었습니다.  성악 연기 뿐 아니라 무대에서 거의 이 역을 재현해 내는 연기자로서의 브린 터펠의 진면목이 나오는 부분이었죠.

 

앵코르는 한 곡 있었습니다. [탄호이저]저녁별의 노래였죠. 사실 마지막의 커튼 콜 부분에서 힘겹게 무대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레바인이 안타까워서 더 이상 앵코르를 요청하기도 뭣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즌에 레바인은 보스턴에서 말러의 교향곡 2, 5, 9번을 연주하고 그 외의 몇 차례의 다른 콘서트들도 있습니다만, 메트로폴리탄의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와 더불어 과연 이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네요.

 

심퍼니 홀의 음향은 듣던 데로 정말 좋았습니다. 구석구석 소리가 잘 울려펴지고, 피아노와 피아니시모의 정교한 뉘앙스도 잘 살려줍니다. 성부간의 균형도 잘 맞춰주는 듯 하고요. 앞으로 자주 이용할 홀이라 안심했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이번 시즌부터는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에 좀 더 집중하게 될 듯 합니다만, 그래도 가끔 뉴욕으로 원정 여행을 떠나게 될 듯 합니다. 당장 10월에는 앞에서 언급한 [라인골트]와 마지막 주에 르네 파페가 타이틀 롤로 등장하는 [보리스 고두노프]가 기다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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