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조선 X파일, 기찰비록

2010.09.19 19:43

유로스 조회 수:4970


[기찰비록]이라는 드라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은 김종일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드라마의) 외전 격인 장편소설"을 연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조선 X파일'이라는 부제목과 '외계인'이라는 소재 때문에 관심을 가져서 찾아본 것인데, 실제로 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5D MARK2 로만 찍었다는 화면이 무척 인상깊기도 했다. 



총 12부작이고 이제 5부까지 방영되었으니 절반 정도 온 셈인데, 처음 4부까지는 외계인 이야기를 하다가 5부는 예언능력자, 6부는 귀신들린 집(물론 이것도 나중에는 과학적인 접근으로 미스터리가 풀리는 셈이지만. 드라마와 웹툰은 스토리가 동일하다. 세세한 부분은 드라마가 낫다)을 소재로 하면서 점점 다루는 소재를 확장해나가는 듯하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점은 시대극(사극)이면서 SF/미스터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촉발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극중의 주인공들은 사건의 전모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으며, 또한 우리의 상식 상에서도 이해는 가능하나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망설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상황 자체에서 생기는 긴장감. SF와 미스터리를 오가는 데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어떻게 과거를 다루는 '사극'이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흔히들 오해하는) 'SF'일 수 있을까에 대한 재미있는 대답으로써, [기찰비록]은 사극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여타의 '퓨전사극'이 닦아온 카메라워크와 구도의 자유분방함을 기술 발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며, 영미권과 일본의 드라마에서 다양한 소재를 흡수해온 한국의 드라마 발전상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동안 해외 드라마를 흉내내며 (주로 현대극의)다양한 장르적 소재를 그대로 차용해온 것과 달리, 역사적 사실에서 전기(傳奇)적 소재를 끌어들이고 이를 최대한 매끄럽게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스토리의 현대화로만 나아가던 퓨전사극의 방향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과연 지금의 '팩션' 열풍, 조선사극 유행이 외국의 팩션, 혹은 빅토리안 미스터리/모험소설 등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지는 않는지, 이 땅에서 지어져 내려온 풍성한 전기(傳奇)의 요소들을 그저 썩히고만 있지는 않은지, 왜 아직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작가들이 기존 사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밖에 없는지.



그저 기술의 발전과 케이블 드라마의 참신한 시도로 인해 나온 과도기적 작품으로 보아넘기기 아쉽다. 분명 이 작품은 '과도기'일지 모르나, 기술적 완성도와 시나리오의 참신함과는 상관 없이 '의미있는 시도' 이상의 아기자기한 재미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이 작품이 '작은' 드라마, 실험적인 드라마여서가 아니다. 특히 주인공 커플의 미묘한 관계를 잘 살리는 부분들은, 여러 참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드라마 초반부터 천편일률적으로 주인공의 짝짓기에 매몰되곤 하는 여타의 퓨전사극들이 보고 배울 일이다. 사실 어떨 땐 외계인 이야기보단 이 귀여운 커플의 밀당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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