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내 마음 (2008) ☆☆1/2

 

 

2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이제야 저와 같은 일반 관객들에게 다가온 [불타는 내 마음]는 완전 제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언정 예상보다 웃기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주인공을 ‘초절정 찌질남’이라는 걸 대놓고 인정하긴 하지만 그는 가까이 있기엔 좀 그래도 사랑스러운 주인공이고, 그의 연애 이야기에는 여러 번 웃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등장하곤 합니다. 아마 저보다 바로 옆에 앉아서 같이 보곤 있던 젊은 커플 관객이 영화에 더 재미있어 했겠지만, 연애는커녕 누구 뒤를 쫓아볼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 온 채 30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저마저도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는 점에서 본 작품은 [콜링 인 러브]와 같은 식상한 로맨틱 코미디들보다 낫습니다.

 

 

우리의 못난 찌질이 주인공 이병열(최요한)은 고시 공부를 매달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는 다른 데에도 매달리고 있습니다. 커피전문점 종업원인 박보람(김미희)에게 반한 그는 보람에게 불타는 자신의 짝사랑을 고백하고 싶지만 이는 자신이 그리 좋아하지 않은 카페 아메리카노를 무려 100잔이나 마신 후에서야 그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에겐 애인이 있었고 이러니 엄청 좌절한 그는 제발 그녀와 애인이 헤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그의 기도는 마침낸 응답되는 듯합니다. 그의 바람대로 정말 그녀는 애인과 헤어졌거든요.

 

 

하지만, 불행히도 보람은 뭔가 특별한 게 있는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500일의 썸머]의 여주인공 수준은 아니지만 그녀 주위엔 늘 남자들이 맴돌기 마련이고, 그러니 병열이 환호하기도 앞서 그녀에겐 금세 또 다른 애인이 생겨버렸습니다. 고시 불합격 소식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좌절감 강한 이 소식에 병열은 또다시 기도를 하고 심지어 깨지라고 인터넷 저주를 거는 우스꽝스러운 시도까지 동원하기도 합니다. 글쎄, 지성이면 감천이였는지 저도 모르지만 드디어 3년 만의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짝짝짝.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야기의 절반이고 다른 절반은 3년 후의 그들 이야기입니다. 그 때와 달리 보람은 직장도 가지고 된 가운데 돈을 벌고 있지만, 불행히도 고시 공부에서 대기업 취직으로 목표를 병열은 여전히 합격을 하지 못한 가운데 방에 틀어박힌 백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한데 그는 누구와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지난 3년간의 불타는 사랑 때문인지 아니면 스트레스 탓인지는 몰라도 그의 이마 위의 삼림 면적은 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고, 어쩌면 더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제 캠퍼스에서 그런 일 때문에 심각해 하는 학생들을 여러 명 만난 적이 있는데 20대인 그들에게 이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고 그보다 더 나이가 좀 든 병열에게도 그렇습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갈 지는 연애 경험이 없으시더라도 금세 예상할 수 있으실 겁니다. 연애가 이어진 지 꽤 됐고 병열의 신세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니 권태감이 생기는 가운데 이야기상의 반복 개그인 병열의 두발 상태도 있으니 둘의 관계는 삐걱거립니다. 이 와중에서 여전히 변함없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병열이 보람을 웃게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보람에겐 자신의 의도와 달리 남자들에게 엉뚱한 생각을 갖게 만드는 그 특별한 능력입니다. 그러니 이들의 관계가 결국 어떻게 돌아가게 될 지 궁금한 것도 그런데 좁은 공간에서 그들 둘만 있는 게 아니게 된 동안 일은 복잡하게 돌아가 버리지요.

이야기의 후반부를 보면서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다]가 자동적으로 연상되었는데, 본 영화는 감독/각본가인 최원섭의 단편영화 [보람이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다]를 장편 영화로 확장시킨 겁니다. 영화는 병열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원작 단편영화 제목이 암시하듯이 보람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 부분은 이야기에서 여러 개의 웃음보 터트릴 만한 코미디들을 만들어 냅니다. 부분적으로 타이밍을 놓친 편이 있지만, 보람과 첫 애인이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다가 겪는 일이나 절정에서 단순한 다툼이 괴상하게 꼬여가는 모습은 재미있더군요. 필름 속도를 빠르게 해서 허겁지겁한 분위기를 만드는, 자칫하면 엄청 유치할 수도 있는 기법을 비교적 잘 사용한 것도 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의 중요 결점은 단편 영화를 장편 영화로 확장으로 하는 과정에서 흔히 겪곤 하는 문제입니다. 이야기를 늘이고 채우다보니 그다지 잘 잡혀지지 않은 가운데 페이스에 문제가 생기곤 했고, 그러니 여러 번 웃었음에도 불구 전 그 사이에서 인내심이 떨어지곤 하면서 시계를 쳐다보곤 했고 그러다가 다시 또 웃곤 했습니다. 이병열은 호감 가는 주인공이이고(네이버 영화에서 검색해보니 그의 프로필 사진은 후반부의 병열과 가까웠습니다) 박보람은 남자들을 끄는 매력이 있다는 설정을 완전 설득력 있게 하지 않지만 그와 다른 남자배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상식 있는 가운데 물러서지 않는 주인공으로써 좋습니다. [불타는 내 마음]은 웃었지만 동시에 좀 더 정리를 할 필요가 느껴지는 영화이고, 본 작품이 다운로드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도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머리 빠질 정도로 기다리지는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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