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눈동자 El secreto de sus ojos.

 

아르헨티나-스페인, 2009. ☆☆☆★★★

 

A 100 Bares/Canal Plus Espana/Haddock Films Production, in association with INCAA, ICO, ICAA, Television Espanola, Television Federal, Tornasol Films. Distributed in North America by Sony Pictures Classics. 2시간 9분, 화면비 2.35:1

 

Music: Federico Jusid, Emilio Kauderer

Special Effects Makesup: Mariela Aracena, Cecilia Larrea, Mauricio Leon, Alex Matthews, Silvana Vega

Production Designer: Marcello Pont Verges

Cinematography: Felix Monti

Based on a novel by Eduardo Sacheri

Screenplay: Eduardo Sacheri, Juan Jose Campanella

Director: Juan Jose Campanella

 

CAST: Ricardo Darin (벤하민 에스포지토), Soledad Villamil (이레네 메넨데즈 헤이스팅스), Guillermo Francella (파블로 산도발), Carla Quevedo (릴리아나 콜로토), Javier Gordino (이시도로 고메스), Pablo Rago (리카르도 모랄레스), Mario Alarcon (후에스 포르투나 라칼레), Rudy Romano.

 

 

먼저 수입사에서 붙인 것인지 하여간 한국 제목 마음에 안듭니다.  [그들의 눈속의 비밀] 이라고 직역하면 안될 이유가 뭘까요?  [비밀의 눈동자] 라는 제목을 들으시면 마치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 같은 강파르고 폭력적인 영화를 기대하실 우려가 있습니다만 (수위가 아주 높은 폭력적인 장면은 몇 번 나오긴 합니다—특히 한 너무나 어여쁜 여성이 정말 잔인하게 발가벗기우고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경고드립니다. 단 작자측에서 절대로 착취적이 아닌 방식으로 철저하게 이 여성에 대해 공감의 시선을 두고 이 신을 찍었다는 것은 제가 자신있게 확인해드릴 수 있고요) 그런 걸 기대하고 보시면 크게 실망 하시게 될겁니다. [본 얼티메이텀] 이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도 살인사건에 관한 영환데, 라고 생각하시더라도 [비밀의 눈동자] 는 그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잡는 것은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을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범인을 잡는 과정의 면밀한 묘사, 특히 때로는 씁쓸한 유머, 다른 때에는 관객의 덜미를 콱 잡아채는 긴박감과 함께 펼쳐지는 에스포지토 검사와 그의 동료 산도발의 수사의 묘사는 지극히 우수합니다. 감독 후안 호세 캄파녤라는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했는데 바로 [로앤 오더 SVU (성범죄전담반)] 과 [CI (크리미널 인텐트- 뉴욕 특수 수사반)] 을 감독한 바로 그TV 감독이셨더군요! 그렇게 놓고 보면 이 “여검사 상관- 이상주의 검사- 알콜중독이지만 머리가 비상한 검사보” 라는 설정의 굉장히 “미드” 적인 세밀한 (클로스업으로 연기자들의 미묘한 내면 연기를 잡아내는) 연출이 아하 하고 납득이 가지요. 그러나 도중에서 운동장 (어떤 운동장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 운동장에 검사들이 가게 되는 추리 과정의 묘사가 영화 안에서 제일 재미있거든요. 그러나 추측하시기에는 전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이것이 아르헨티나 영화라는 점을 고려하신다면 말이죠) 에서 꽉 들어찬 관중 사이에서 벼락 치듯이 시작되는 추격전은 거의5분 넘게 원테이크로 진행됩니다만 핸드헬드 카메라로 어떻게 저걸 카메라 짊어지고 찍었나 싶을 정도로 아드레날린의 수위가 지붕을 꿰뚫고 올라가요! [사람의 아이들] 의 알폰소 쿠아론이 보여준 ‘카메라에 피 튀기는’ 롱 테이크만큼 입을 딱 벌리게 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대단합니다.

 

그러나 [비밀의 눈동자] 는 요즘 미국영화의 감각처럼 들입다 질주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 챕터마다 완전히 화면을 깜깜하게 암전시킨 채로 상당히 오래 두면서 관객들도 긴 호흡으로 숨고르기를 하면서 따라 올 것을 요구하는 영화지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얘기가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있고, 정치-사회적인 매듭이 하나씩 맺어질 때마다 주인공들이 그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비밀의 눈동자] 는 [박하사탕] 의 범죄스릴러적 응용판이랄까 그런 이미지을 염두에 두시고 보시는 편이 훨씬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물론 [박하사탕] 에서 쓴 것 같은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서사와 같은 눈에 띄는 장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의식이랄까 캐릭터들의 고통을 관객과 나누는 방식에 있어서는 (훨씬 더 매력적인 배우들이 연기하는 로맨틱 트래저디--코메디가 아닌—적인 외연에도 불구하고) 이창동영화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지요.

 

[비밀의 눈동자] 의 주제는 여러가지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만, 역시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처참한 독재의 과거를 겪은 아르헨티나 영화인지라 그 뼈아픈 과거가—역시 광주사태가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깊이 투영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전혀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라는 최악의 논리로 기여히 만들어내고야 마는 “독재” 라는 것이 두 쌍 남녀의 사랑을 개미를 잔인한 어린애가 킬킬거리면서 손가락으로 눌러 죽이듯이 짓밟아 버리는 비극이 이 작품의 큰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그 부조리에 의해 얼마나 사람들이 다치는가를 풀어내는 방식은 역시 미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아마도 “정의”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되었을 때 단순히 “복수” 가 “정의” 보다 우선한다는—소위 미국 “카우보이” 식의 ^ ^-- 신념을 믿고 사시는 분들은, 캐릭터들의 가슴속에 한없이 슬픈 응어리를 오래도록 남기기만 하고 실제로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 의 내용을 보시고 “에이 별 재수없는 또라이들을 다 보겠네” 라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실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 반대로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으면 저렇게까지…” 라고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입장을 말씀드린다면 전 날라리 카톨릭 교도로써 그 반전의 주인공의 심정에 크게 공감하는 바가 많았습니다만… 역시 너무나 처참했습니다… 시라도 산페이의 사극 만화나 쿠로사와 감독의 [칠인의 사무라이] 에서 시무라 타카시 선생이 곧 벌어지려는 승부가 너무나도 뻔한 결투를 보고 “무에키 (無益) 다!” 라고 뇌까리시는 그 심정이었어요. “당신의 사랑은 너무나 너무나 존경스러워요 그러나 이 해결책은 무에키에요!” 라고 화면에다 대고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허탈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슬퍼지더군요.

 

 “미드” 의 정수를 제대로 흡수한 영화 답게 연기자들의 세밀한 연기—마이클 케인 선생님이 언제 말씀하셨다시피 무대의 연기는 칼로 수술하는 것이고 영화의 연기는 레이저로 수술하는 것이라고 할 때 그 후자처럼 정말 디테일이 뛰어난 연기— 가 주목되는 작품인데 주인공 커플 이레네와 에스포지토보다도 희생자의 평범한 남편을 연기한 리카르도 모랄레스와 알콜중독자 검사보 역의 기예르모 프란첼라의 조연이 빛납니다. 전자의 경우는 겉으로는 거의 무미건조할 정도로 평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아주 미세하게 내면적 갈등을 드러내야 하는 연기를 참 잘 해냈다고 보는데, 유감스럽게도 나이든 것을 보여주는 노쇠 메이크업이 좀 꽝이더군요. ^ ^ ;;; 이부분은 미국에서 딕 스미스 제자같은 분을 수입해다가 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후자는 코믹 릴리프인것처럼 나왔다가 사실은 영화의 미스테리의 열쇠를 푸는 장본인이자, 또 주인공에게 얼마나 중요한 친구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그런 막대하게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프란첼라 연기자님이 압도적인 호연을 보여주십니다. 전 전혀 몰랐는데 이분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코메디언 겸 TV 스타로 아주 유명한 분이라는군요. 역시 [밀양] 의 송강호씨 배역 같은 필이 납니다. 저로서는 이분의 알콜에 쩔어서 씨니시즘과 정의감 사이에 치어서 다 죽어가는 명연기를 감상한 것만 해도 충분히 영화 티켓 값 했다고 봅니다.

 

소위 말하는 기가 ‘쎈’ 영화의 팬들보다는 음… [박하사탕] 이나 [파주] 같은 좀 문학적이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스며나오는 작품들을 좋아셨던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흠 별로 ‘부천’ 스럽지 않다고요? ^ ^  영화가 좋으면 됐죠.

 

PS: 인터넷에 의하면 이 작품이 아르헨티나에서 대 히트를 쳤는데 역사상 두번째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합니다. 그러면 제 1위는? 허걱… ;;; 1975년에 만들어진 [늑대인간 나자리노!] ^ ^ 한국에서도 히트를 쳤던 추억의 명화 (몽화?) 입죠. [썸머타임 킬러] 처럼 라디오에서 주제곡을 주구장창 틀어주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난 이게 아르헨티나 영환줄 시방 처음 알았네… 한국에서 (아마도 상당히 의심스러운 화질의) 디븨디로 나와 있는 것 같던데 한번 사볼까나… 미국에서 출시될 가능성은 아주 적어보이니. 그런데 역대 흥행 1위가 겨우 3백4십만표… ;;; (아르헨티나 인구는 4천만)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라틴 아메리카나 유럽이나 아프리카 영화인들이 한국을 볼진대 “영화대국” 이란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죠.

 

PS2: 여자 주인공의 성은 “헤이스팅스” 고 동료가 소개할 때 하바드나온 재원… 어쩌구 하자 본인이 코넬대학교 나왔다고 수정합니다만 도중에 "함부로 못건드린다" 라고 그러는 거는 아버지가 미국인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군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벤하민” 인데 혹시 유태인? 그런 알게 모르게 “따” 적인 요소가 두 사람을 더 가깝게 해준 것일지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2685
81 [영화] 이끼(2010) - 스포일러 [2] [1] 개소리월월 2010.08.05 4996
80 [영화] 인셉션 (스포) [1] 노을 2010.08.04 4520
79 [영화] 인셉션 [3] [2] milk & Honey 2010.08.03 5503
78 [영화] <인셉션>과 꿈의 질감에 대한 잡생각 (스포일러) [1] [1] 바오밥나무 2010.08.03 4497
77 [영화] 하녀(2010) [3] brunette 2010.07.31 4594
76 [영화] 하녀 (1960) [2] [1] 레옴 2010.07.29 6952
75 [영화] 원빈의, 원빈에 의한, 원빈을 위한 영화 [아저씨] [2] [1] taijae 2010.07.28 5659
74 [음반] 100 Miles From Memphis - Sheryl Crow [4] [26] abneural 2010.07.28 3891
73 [영화] <AK 100> 쓰바키 산주로(椿三十郎, 1962) [2] [25] oldies 2010.07.27 4830
72 [영화] 인셉션 Inception [6] [195] 곽재식 2010.07.25 9846
71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 [4] [2] 푸른새벽 2010.07.25 5191
70 [책] Postcards from Penguin : One Hundred Book Covers in One Box (펭귄북스 커버 엽서) [9] [211] 닥터슬럼프 2010.07.23 8127
69 [만화] Peanuts, 짝사랑 대백과 [9] [26] lonegunman 2010.07.22 13438
68 [영화] 살인범(2009) [1] 아.도.나이 2010.07.22 3783
67 [영화] 인셉션 Inception 제 1 부 (스포일러 없음) [11] [1] Q 2010.07.21 9685
66 [영화] 아들(2007) [1] 아.도.나이 2010.07.20 4021
» [영화] 비밀의 눈동자 El secreto de sus ojos <부천영화제> (스포일러 없음) [4] [1] Q 2010.07.16 5334
64 [영화] 애견인들에겐 최고의 선물, [마음이 2] [1] [1] taijae 2010.07.16 4792
63 [영화] 요리사 도둑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2] Apfel 2010.07.16 4513
62 [영화] <AK 100> 요짐보 用心棒 [8] [2] Q 2010.07.13 58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