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존스라는 남자

2016.01.23 10:10

herbart 조회 수:527

 

*Title: <존스라는 남자(A Man Called Jones)>

*Writer: 줄리안 시몬즈(Julian Symons)

*Publication Year: 1947

*Genre: Traditional Mystery

*Awards And Recommendations: None

*Publication in Korea: None

*Rating: ★★★☆



가면 벗기기 퍼즐



- 줄리안 시몬즈의 『존스라는 남자』-

   이처럼 장르 전체를 온전히 체현한 인물이 있을까. 줄리안 시몬즈는 추리소설의 상승기에 태어나 전성기 막바지에 작가로 데뷔했으며, 그 중심이 범죄 소설로 옮겨간 90년대 초반까지 서른 편 이상의 범죄, 추리소설을 집필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범죄 소설의 발전 과정과 미래를 정리한 다수의 비평서를 통해 한 장르의 세련된 대변인으로 활약했으며, 덧붙여 장르의 대표작과 숨겨진 작품을 발굴, 소개하는 편찬자로서의 임무도 훌륭히 수행하였다. 범죄, 추리소설 분야에서 그의 업적은 아직도 영,미 양국의 추리작가 협회 상에서 소설, 평론, 공로상 부문을 모두 탄 작가가 시몬즈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그는 그 이름 자체가 장르의 역사인 인물이다.



-줄리안 시몬즈-



   가면이란 것은 시몬즈가 작가 생활 전반에 걸쳐 집요하게 다루었던 테마이다. 평번한 얼굴 뒤에 인간이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 반대로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추악한 가면을 쓸 수 있는지는 작가 시몬즈가 늘 골몰하던 관심거리였다. 오죽했으면 한 작품의 제목을 죽음의 가장 어두운 얼굴(Death’s Darkest Face)로 삼았을까. 작가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존스라는 남자는 이러한 가면이라는 주제와 전통 본격 추리소설장르의 구조적 매력이 잘 결합된 수작이다.

   하그리브스 광고 회사의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는 파티가 창립자 E.H. 하그리브스의 저택에서 열린다. 축사가 한 참 진행되던 때, 하그리브스 가문의 장남 라이오넬이 도서관에서 총에 맞아 살해당한다. 살인 무기로 쓰인 권총과 범인이 남기 노란색 장갑이 저택 근처에서 발견되고, 이는 곳 존스라는 수수께끼 사나이의 소유물인 것으로 드러난다. 특정 인물이 변장한 것이 분명한 존스라는 인물은 왜 자신이 범인이라는 흔적을 암시하고 다니는 것일까. 피해자의 숨겨진 아내, 창립자의 과거, 다양한 인물들의 증오 관계가 얽혀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이어서 창립자 E.H. 하그리브스이 독살당하고 사건과 관련된 한 여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담당한 블랜드 경감은 범인의 아주 사소한 몸짓 하나에서 진상을 파악하게 된다.

 

   존스라는 남자는 작가의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다. 시몬즈는 전역 후 전업 작가로 전환하기 전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살려 두 편의 장편 미스터리를 발표한다. 하나는 작풍의 변화를 알리는 231이었고, 하나는 습작 기간의 끝을 알리는 본작 존스라는 남자였다. 이 작품에서 시몬즈는 광고 세계의 세세한 생활과 작업의 디테일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대신, 설득력 있고 타당한 배경으로서 소재를 십분 활용한다. 작가가 말하는 광고와 거기에 매달리는 인물들의 유사점은 결국 몇 가지로 요약된다. 몇 가지 특징만으로 전체를 결정지어 버리는 피상성, 겉과 속이 다른 위선, 그리고 껍데기 뒤에 남은 공허함. 소설 초반 위선적인 등장인물들의 가면을 하나 둘 벗기고, 그들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작가의 과감함이 대단하다. 가면을 벗겨가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실 살인자만큼 나쁜 인물이기도 하고, 죽도록 얄미운 인물은 사실은 평범한 가장이고, 탐정은 미인에게 솔직하게 반응하는 순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소설의 제목이 존스라는 남자라는 것도 흥미롭다. 결국 존스는 가짜고 실체가 없고 거짓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제목으로 삼음으로서 이 소설은 결국 실존하는 자들에겐 쓰고 있는 가면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가면만 있는 존재는 껍데기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전통 후더닛으로서 이 소설은 범인이 범인임을 알리고 다닌다는 대담한 착상과 그 추진력을 끝까지 밀고나가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본격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작품의 절반은 로스 맥도널드 식의 인간관계 파헤치기를 중점으로 삼았지만, 두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고 나서부터 긴박하게 변하는 작품의 톤과 탐정 수사의 서스펜스가 대단하다. 순박하고 인심 좋은 블랜드(Bland)가 와일드(wild)한 탐정으로 바뀌는 장면에서는 아찔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탐정이 폭로하는 장면의 당연히에서 그렇지만으로 바뀌는 반전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일본 본격 추리소설처럼 지나치게 많은 장치를 구사했지만, 그 장치들 모두 적당히 튀지 않고 미궁처럼 보이는 수수께끼 풀이에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소설 중에 블랜드는 많은 경우 돈, 아니면 섹스 때문에 살인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하드보일드의 격언처럼 여겨지는 이 말은 사실 전통적인 본격 추리소설에서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전의 황금기 작품들이 돈과 섹스를 최대한 감추어 두려고 했다면 시몬즈는 이 작품에서 이 요소를 거리낌 없이 내세운다. 전통 추리소설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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