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

2016.03.17 17:34

eltee 조회 수: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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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매트릭스]는 인간 대 기계의 싸움을 그린 영화라고 알려져있고 그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이라기엔 애매하다. 마치 [터미네이터]를 인간 대 기계의 싸움을 그린 영화라 쉽게 말하는 것만큼 부정확하다고 하면 적절할 것이다. 그럼 [매트릭스]가 실질적으로 다루고 있는,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비인간적인(소위 '기계같은') 체제에 대한 저항을 그린 작품'이라고 말하겠다.

주인공 토마스 앤더슨은 회사원으로 먹고 살면서 사이버 세계에서는 '네오'라는 이름으로 간간히 해킹 정도만 하며 살아가던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지 넷에서 반체제인사(종북)인 모르페우스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국정원)민간 사찰을 당하게 된다. 정부조직의 대응에 황당함을 느끼면서 모르페우스와의 접촉을 더욱 진행하게 된 그는 결국 현재의 매트릭스 시스템이라는 것이 개인을 배터리 삼아 방전될 때까지 소모하는 것(이 부분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체제에 대한 너무나도 노골적인 은유이다)이라는 걸 깨닫고 반체제 활동에 눈을 뜨게 된다. 만일 영화가 그리려는 것이 인간과 기계의 싸움이었다면 매트릭스의 구속에서 빠져나온 네오는 다시 매트릭스로 들어갈 필요가 없이 현실세계에서 기계를 상대로 총질을 하면 된다. 하지만 모르페우스는 그를 굳이 훈련시켜서 다시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가 매트릭스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한다. 그 이유는 [매트릭스]에서 실제로 주인공이 타도해야 할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주요악당인 요원들만 봐도 그렇다. 우선 스미스가 모르페우스를 심문하는 장면을 보라. 그의 말과 행동방식은 기계라기엔 너무나 인간적이지 않은가? 그가 단순히 기계처럼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정부요원이 아니라 반체제인사를 증오하는 열정적인 체제수호자라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 네오와 요원들의 추격전은 어떠한가? 그 장면이 그토록 급박하고 무서운 건 요원들이 괴물같은 능력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들 중에 누구라도 요원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체제순응자들은 언제라도 요원같은 사람들이 반체제인사들을 탄압할 때 단순히 동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탄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매트릭스 내에서는 요원들을 아무리해도 물리칠 수 없고, 일시적으로 쓰러뜨린 것 같아도 실제로 죽은 건 그냥 일반인들이었으며 요원들은 금방 또다른 사람이 변해서 다시 나타난다. 이건 결코 요원들과의 전투 혹은 전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매트릭스 시스템 그 자체이며 그걸 뒤흔들지 않고는 문제의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 즉, [매트릭스]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서도 해킹이라는 소소한 일탈 정도만 행해오던 개인이 어떻게 반체제인사가 되고 나아가 시스템 자체를 전복시키고 혁명을 일으키는가에 대하여 그리는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혁명을 일으킬 것인가? 영화에서는 이렇게 그린다 : 막바지에서 네오는 탈출을 감행하다 스미스에게 총을 맞아 죽는다.(일단은) 그 뒤에 트리니티의 키스를 받고 부활한 네오가 시스템에 대한 초월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총알의 움직임을 멈추고 스미스를 아예 원자단위로 분해해버리는 위용을 보여주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매트릭스의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전화통화 후 하늘을 날아가는 것으로 끝. 하지만, 네오의 부활부터 하늘을 비상하는 엔딩까지는 그냥 판타지이다. 현실에서의 모르페우스같은 좌파 운동가들이 꿈꿀 법한 몽정같은 이상을 네오는 할리웃 영화 주인공이라는 강력한 버프에 힘입어 영화상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현실에는 그런 초월적인 구원자(The One)가 존재하지 않고 나타날 수도 없다. 이 영화의 엔딩과 함께 흘러나오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Wake up]은 어쩌면 영화의 결말과는 다른 현실에 대해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는 그런 구원자 비슷한 존재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들은 모두 살해당했으며 사회체제에 대한 혁명은 구성원 개인 스스로의 각성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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