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리턴스 Cherry Returns 那年夏天你去了


홍콩-중국, 2016.    


A Sil Metropole Organization/EDKO Film/Tianjin Chinese Entertainment/Shanghai Film Group/Yatai Weilai Entertainment Co-Production, 1시간 29분, 화면비 2.35:1 


Director & Screenwriter: Chris Chow 周隼 

Cinematography: Jimmy Wong 

Producers: Matthew Tang, Karen Tsai, Wang Tian-Yun 

Music: Yamamoto Yoki 


CAST: Song Jia宋佳 (위엔 징) Gordon Lam 林家棟 (등 형사), Cherry Ngan 顔卓霊 (위엔 잉), Hu Ge胡歌 (후드를 쓴 남자), Chen Kuan Tai 陳觀泰 (아버지), Josephine Koo顧美華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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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그런대로 괜찮게 보고 나서 대충 검색을 해보니 평이 굉장히 안좋아서 조금 놀라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의 도우반 (Douban 豆瓣)사이트까지 들어가봤는데 별 두 개 이상 준 리뷰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 확실히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한편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후진 한 편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중국에서 작년에 공개된 판본은 부천에서 상영된 판본보다 약 5분가량이 짧은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체리 리턴스 (중국어 원제 [그해 여름에 넌 어디에 갔다온거니] 가 난 더 마음에 드는데)] 는 인도네시아 영화 [인터체인지] 와 함께 부천영화제 아시아 장르 프로덕션 네트워크 (NAFF) 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라서, 요번 부천에 걸린 것은 일종의 개선 상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검열 당국 기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프로덕션 초기 단계에 구상되었던 작품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개봉작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심증이 있다. 그러나 뭐 내가 각본을 읽어본 것은 아니니, 확언을 할 계제는 아니다. 


[체리 리턴스]는 [무인 곽원갑] 과 전지현 주연 [블러드] 의 각본을 쓴 크리스 초우의 감독 제 2작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연출자로서의 실력은 상당히 모자라는 듯하다. 느릿한 줌업을 통해 긴장관계를 묘사하려는 의도는 괜찮은데, 이러한 스타일리스틱한 터치가 진부하고도 반복적인 방식으로 원용되고 있다. 각본 자체는 최소한 내 입장에서는 평가해주고 싶다. 아이디어는 별 거 없지만 캐릭터들의 동기를 이러한 장르의 홍콩영화에는 보기 드물게 깊이 파헤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젊은 관객분들에게는 지루했을 지 모르지만, 나는 첸 쿠안타이/진관태와 조세핀 구/고미화가 연기하는 위엔 집안의 부모와 어린 시절 동생을 잃어버리고 그 죄책감때문에 아동심리학자가 된 주인공 징 (송지아) 과의 연대와 갈등이 뒤섞인 관계의 전개에, 나름 감명을 받고 공감하면서 봤다. 보통 이런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묘사가 극도로 정형화되어 있거나, 아니면 아예 골격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하기 마련인데, 이 한편에서는 유괴된 동생 체리 (앵두의 앵[櫻] 자라서 영어자막으로는 “체리” 라고 나오는데, 영어로 쓰고 보니 동정 [童貞] 과 관련된 체리의 영어 의미가 떠올라서 좀 불쾌하다. 초우도 각본 쓸 때 이 표현을 계산에 넣고 썼는지 약간 궁금하다) 가 귀환한 다음의 가족들의 심리묘사의 비중이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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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장점은 이 한편이 의외로 튼실한 미스테리 장르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인데, 실질적인 범인인 캐릭터를 데우스 액스 마키나식으로 막판에 끼워넣지 않고, 관객들한테 충분히 진상을 갈파할 여지를 주고 있다. 문제는 초우의 연출 방식이 지나치게 설명적이어서 (플래쉬백에 비가 오는 것 같은 영상처리를 한다던지 하는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구식” 인 스타일의 한편을 만들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단지 진정 그런 의도였다면 내가 제작자라면 뜯어말렸을 것 같다. 상업적으로 고려할 때 자기 발등에 도끼를 찍는 행위였을 것이다) 각본의 수수께끼가 점차 해결되면서 긴장과 기대가 고조되는 효과를 별로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굳이 다른 영화와 비교하자면, 자우메 (“하우메” 가 아닌가보다) 콜렛-세라가 감독한 [오펀] (2009) 과 같이 놓고 봤을 때, [체리 리턴스]는 각본의 퀄리티를 놓고 보자면 [오펀] 보다 못하지 않고, 사실 개연성이나 심리적 동기의 납득이 되는 설명 등에 있어서는 후자보다 우수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인데, 막상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긴장감과 스릴에 있어서는 [오펀] 에게 압도당하고 있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역시 당국의 간섭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체리의 가족의 동기와 심리적 갈등에 대해서는 많은 손이 가 있는 반면에, 체리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심리적 트라우마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어두운 동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념적인 형태로 (체리의 내면에 대해서 아예 “불가지론” 적인 선택지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고, 어차피 플래쉬백을 통해 “왜 그랬는가” 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밖에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영화를 좌우하는 연기는 사실 송지아가 연기한 징이 아니고 여덟살때 유괴당했다가 12년만에 살아돌아온 작은 딸 체리 역을 맡은 응안 쵝 링 (안탁령) 이 도맡아 하고 있는데, (이 “응안 쵝 링” 이란 발음표기는 검색하다 발견한 것이다. Ngan 는 솔직히 “응안” 은 아니지만, 한국어로는 발음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을 듯) 난 이 작품 이외의 영화에서는 본 일이 없는데, [카페 6] 이라는 타이완 작품에 주연을 맡은 이후로 한국에도 팬 베이스가 있는 것 같다. 하늘하늘한 모델형 배우가 아니고, 어딘지 모르게 티꺼운 감상을 뱃속에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안드로이드적 매력이 마음에 들고, 연기 실력은 솔직히 제대로 발휘했는지 모르겠지만, 체리 역할에는 적역이다 (치아 때문에 그런지 60-70년대 일본 여배우 같은 인상도 준다). 배우와 역할의 영어 이름이 같은 것이 우연의 일치 같아보이지는 않는데, 이미 쵝 링을 캐스팅할 것을 염두에 두고 초우 선생이 캐릭터를 상정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후반부에 머리를 짧게 깎고 중성적인 스타일로 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아무튼 여러모로 매력적인 젊은 연기자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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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더 좋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운 심정이 강한 한 편이지만, 이런 기똥찬 활동사진을 이제부터 만들거니까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잔뜩 폼을 재는 액션신이나 무술 신 예고편 릴들을 무작위로 이어 붙여서 개봉한 것 같은 [적도] 같은 영화들도 중국시장에서 3천만불이 넘게 벌었다는데, [체리 리턴스] 정도면 나한테는 돈 아까운 생각은 안들게 재미있게 봤다. 그러나 일반 한국 관객분들께는 추천은 유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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