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블롭 (1988년도판) The Blob

2015.03.08 22:17

Q 조회 수:2886

 

더 블롭 The Blob


미국, 1988.       ☆☆☆★★ 


An Andre Blay-Elliott Kastner Production, distributed by Tri-Star Pictures 화면비 1.85:1, 35mm, Technicolor, Spherical Vista Vision, Ultra Stereo (for Blu Ray, 5.1 DTS-HD).

1시간 35 분. 


Directed by: Chuck Russell

Screenplay: Frank Darabont, Chuck Russell 

Based on an earlier screenplay by Theodore Simonson, Kay Linaker, Irvin H. Milgate 

Executive Producer: Andre Blay 

Producers: Jack H. Harris, Elliott Kastner 

Cinematography: Mark Irwin 

Production Design: Craig Stearns 

Special Makeup Effects Tony Gardner 

Creature Effects Designer: Lyle Conway 

Visual Effects: Dream Quest, Hoyt Yeatman 

Editing: Tod Feuerman, Terry Stokes 

Music: Michael Hoenig 


CAST: Kevin Dillon (브라이언 플랙), Shawnee Smith (메그 페니), Candy Clark (프랜 휴이트), Jeffrey DeMunn (겔러 보안관), Donnovan Leitch Jr. (폴 테일러), Joe Seneca (메도우스 박사), Paul McCrane (브리그스 보안관보), Art LaFleur (미스터 페니), Beau Billingslea (모제스 우슬리), Del Close (목사), Jack Nance (의사), Sharon Spelman (미시즈 페니), Ricky Paull Goldin (저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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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스케이프] [엠 스트리트의 악몽 3 (나이트메어 3)] 의 각본가로서 나름대로 장르 팬들사이에 이름을 알린 이후 감독으로서도 잘 나가다가 [스코피온 킹] (2002) 이후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한무렵 전의 준예 (俊銳) 척 러셀이 1988년에 역시 각본가로 시작한지 얼마 안된 시절의 프랭크 다라본트 ([쇼생크 탈출], TV 시리즈 [워킹 데드]) 와 함께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것으로 많이 알려진 옛적의 B 급 괴물영화 [더 블롭] 을 리메이크하였다 (왠지 모르지만 1958년판은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물방울] 이라는 타이틀로 올라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물방울' 은 좀 그렇지 않나...).


SF 나 호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척 하면서, 사실은 20세기중에 만들어진 “옛날” 영화는 아예 본 적도 없는 인터넷이나 미디어의 끄적이들이 그 무식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절호의 떡밥중의 하나가 오리지널과 리메이크판 [블롭] 이다. 시놉시스만 읽거나 그냥 아무 맥락도 없이 스크린샷이나 포스터를 잘라다 보면 그야말로 허접스러운 영화겠거니 하고 지레짐작을 하기 쉬운 설정이요, 스토리 (라고 부를만한 뭔가도 사실은 부재한다)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기자들이나 평론가라고 이름 걸어놓은 작자들이 “옛날 영화 [더 블롭] 에서 나오는 종류의 한심한 괴물에 비교해도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 이라는 식으로 최근에 나온 저질 CGI 헐리웃 스펙타클들을 깎아내리는 데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둘 다 동원하곤 했는데, 다시 말하되 이런 식의 글쓰기는 자신들의 무식함을 만천하에 까발기는 것 이외의 결과를 가져다 주기 힘들 것이다.


제대로 좀 말해보자. [더 블롭] 은 헐리웃에서 고안해낸 괴물 중에서는 그 효율성과 카리스마(?) 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엘리트 그룹에 속한다. 그냥 아무거나 붙잡아서 녹여서 흡수해버리는 붉은 색의 거대한 젤리 덩어리가 헐리웃이 생각해 낸 중 가장 뛰어난 괴물 중의 하나라고? 그렇다니까 그러네!


지금 우리 시점에서 돌아보자면 1958년 오리지널의 냉전체제적 맥락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무한성장하는 젤리 덩어리가 미국인들의 “공산주의 (빨갱이) 의 침입” 이라는 잠재의식적 공포의 대상에 대한 멋들어진 메타포로써 기능했을 가능성에 대해 고찰을 포기하기 힘들다. 물론 실제 영화를 보면 이 젤리 덩어리 괴물의 우수성은 그때까지 무수하게 만들어져오던 싸구려 저예산 호러영화의 “우주에서 온 괴물” 공식에서 거의 모든 불순물이 제거된 “순수한 프로토타이프” 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괴물은 무슨 공산주의 철학을 가지고 미국의 고딩들을 세뇌하려는 것도 아니고, 원자력 관계 과학시설이나 군사기지를 사보타주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몸에 닿는 것마다 다 먹어치워서 몸을 불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거의 자연현상에 가까운 존재이다 (어빙 밀리게이트라는 다른 데에서는 들어본 일이 없는 분이 냈다는 오리지널 아이디어에서는 이 괴물은 심지어 유기체도 아닌 “녹아버린 운석 [Molten Meteor]” 로 묘사되었었다고 한다).


아무리 나이를 젊게 쳐줘도 십대로는 보이지 않는 스티브 맥퀸이 (솔직히 말해서 맥퀸은 분위기도 그렇고 거의 모든 출연작에서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인다) 답답한 어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1958년판도 나름대로 스릴도 있고 영화사에 남을만한 호러 장면도 시전하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한편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1988년판을 선호하는 편이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무지와 편견-- 그중에서도 제일 바보같은 편견 중 하나인 “옛날 영화일수록 특수효과의 질이 나쁠 것이다” 라는 편견— 때문에, 별 이유도 없이 무시당하는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다. 21세기 들어와서는 호러장르의 대가로 여겨지고 있는 프랭크 다라본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더 미스트] 만큼 강렬한 괴기성은 부족할 지 몰라도 괴물의 흉포성과 그 강렬한 임팩트라는 점에서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리메이크판 [더 블롭] 에서도 미국 남부의 (아마도? 로케이션은 루이지아나에서 했다고 하는데) 별 볼일없는 중소도시에 운석이 낙하하고, 그 운석이 깨지면서 나온 젤리 모양의 물체가 팔에 달라붙은 홈레스 노인을 우연히 틴에이저 커플이 만나게 되는 도입부는 오리지널에서 오십보 백보다. 문제는 노인의 팔에 붙은 괴물의 행태인데, 노인의 하반신을 싸그리 녹여버린 것을 위시해서, 빠르게 하수구를 통해 도시를 장악하고 주민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1958년판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 작품의 젤리 덩어리 괴물은 단순히 슬금슬금 쏟아져 다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중력의 방향성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다시피 능동적으로 촉수와 위족 (僞足) 을 뻗어서 먹이감을 잡아들이고, 때로는 사람의 뻘건 혓바닥, 핑크색의 녹아버린 캔디 등의 괴이한 형태들로 자유자재로 변형하면서 활동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효과적인 것은 리메이크판의 녀석은 몸이 실제로 반투명한 젤리 상태를 하고 있어서, 삼켜버린 먹이가— 즉 등장인물이-- 반쯤 녹은 상태로 소화되는 모양이 고대로 비추어 보인다는 설정이다. 으악~ 기분나뻐! (세기의 떨거지 장르영화감독 스티븐 소머즈가 만든 [딥 라이징] 에 나오는 사람 잡아먹는 칠성장어 얘기 꺼내지는 마시라. 그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들 위에 덮어씌워 그린 것 같은 거지 발싸개같은 CGI 가 “괜찮은” 특수효과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괴물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 중 하나인 “하수도 도망” 신에서 여주인공 메그를 애타게 (?!) 잡아먹고자 하는 블롭이 스스로의 몸을 기다랗게 늘여서 하나의 “목청” 으로 빚어내는 신에서는 거의 러브크래프트적인 (쇼고스!) 신비로움까지 느껴질 정도다.


아닌게 아니라, 아마도 프랭크 다라본트의 영향이라고 미루어 짐작되지만, [더 블롭] 리메이크판에서는 아주 작정을 하고 50년대 미국 SF 호러영화의 공식들을 분쇄해 버리려는 시도가 여러군데 보인다. “괴물에 잡혀먹혔다” 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딱 벌린 아가리에 들어가는 것 까지만 보여준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깨버린 것을 위시해서, “어린 애는 (아무리 관객 입장에서 보면 때려잡고 싶게 재수없는 놈이더라도) 절대로 괴물에게 잡혀 죽지 않는다” 등의 여러 공식들을 아주 즐거이 짓밟아버리고 계시는데, 그러다가 보니까 관객들이 이미 상당히 감정 이입을 한 캐릭터까지도 콱 죽여버림으로써, 쇼크효과는 달성했을지 몰라도, 정서적 거부감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보이긴 한다 ([더 미스트] 를 마지막까지 보신 분들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아실 것이다. 물론 그 영화처럼 니힐리즘에 가득찬 엔딩으로 끝나진 않으니 안심하시길).


주역인 케빈 딜롱, 쇼니 스미스 둘 다 자연주의적이고 헐리웃 글래머가 넘쳐나지 않는 스타일의 연기를 피로하고 있으며, 캔디 클라크, 폴 맥크레인 ([로보캅]에서 산업폐기물 드럼통에 빠져서 가장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악당) 등의 조역들도 인상적이다. 척 러셀 감독 연기지도를 못하지 않는다. 스토리상 약점이라면 후반부에 등장하는 “정부기관의 음모” 앵글을 들 수 있겠다. 물론 30년전과는 달리 정부기관에 대한 씨니컬하게 변한 태도가 반영된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블롭의 출신 성분 (?) 까지 이런 태도에 결부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냥 우주에서 뚝 떨어진 정체불명의 우주 생명체로 충분하지 않았나.


어쨌거나, 단순히 공포영화의 색채를 띤 SF 라는 측면에서 벗어나서, 미국이 본산지인 creature feature 즉 괴물영화 (일본의 “특촬영화” 와는 겹치는 점도 있지만, 역시 다른 개념이다) 의 역사를 논할 때 빼먹으면 섭섭한 수작이다.


DVD 가 출시되었다가 절판이 된 지 꽤 오래되었는데, 영화음악 전문 사이트 Twilight Time 에서 2014년에 블루 레이로 내놓았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오랜 파트너였던 마크 어윈 촬영감독의 심오한 비주얼 테크닉을 만끽할 수 있고, 또한 스톱 모션등의 고전적 특수효과가 사용되는 장면의 불완전한 “이음매” 들이 파악 가능한 고화질 화면과 마이클 회니그의 전자음악중심의 스코어와 척 러셀 감독의 코멘터리 해설이 첨부되어 있고, 영어 자막도 지원하는 (아마도 다른 회사에서 출시하려고 준비해두었던 것 같은) 특별판 블루 레이로, 구하실 수 있는 분들께는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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