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젤리온 극장판 Air/진심을 그대에게   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劇場版 Air/まごころを君に

 

일본, 1997. ☆☆☆★

 

A Production I.G./GAINAX Film. Distributed by Toei Films (Japan), Manga Entertainment (U.S.A). 1시간 27분. 화면비 1.78:1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츠르마키 카즈야 鶴牧和哉

각본: 안노 히데아키

촬영감독: 시라이 히사오 白井久男

설정 디자인: 키세 카즈치카 黄瀬和哉, 안노 히데아키, 츠르마키 카즈야

에바 시리즈 디자인: 혼다 타케시 本田雄

음악: 사기스 시로오 鷺巣詩朗

 

 

이드님의 리퀘스트 [The End of Evangelion] (뭐가 어쨌다는지 알 수 없는, 궁시렁거리는 일본어 제명보다 이 영문제목쪽이 훨씬 더 적절하고 호감이 갑니다-- 본문에서는 그냥 [엔드] 라고 호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쓰겠습니다. 늦장을 어마어마하게 부렸는데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신세기 에반젤리온] 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아예 이 글에 접근조차 하지 않으시겠지만) 께 그걸 설명한 여력은 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좀 배려성이 부족하지만 [신세기 에반젤리온]이라는 시리즈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에봐는 또 뭐고 사도는 또 뭔지등에 대해서는 각자 확인하시기 바라고요.  [엔드] 에 집중해서 쓰여진 본문 중에서 조금씩 짚어나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현시점에서 전설처럼 남아있는 [에봐] 의 명성에 대해서는 비판, 폄삭 그리고 재평가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시의 자료들을 조금만 일별하더라도 사실 아니메이션계의 중요인물들을 포함한 적지 않은 수의 공론화주도자들이 90년대 당시에는 [에반젤리온] 에 대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비판적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자면 [에봐] 의 명성중 상당한 부분은, 불합리하고 편집증적인 설정과 전개를 전면에 내세운 스파이 시리즈로 시작해서 카프카의 간을 빼먹는 초현실주의적 엔딩으로 끝나는 60년대 최고의 컬트시리즈 [프리즈너]와 마찬가지로, 막판까지 찌질스럽고 짜증나는 남자 아색기캐릭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지의 온갖 컴플렉스가, 뻥하고 터지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어느정도는 해소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랐던 시리즈 팬들의 면상에 3단 돌려차기를 날리는 난해하기 그지없는 “결말”로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종영 직후에 주절거린 말들을 좀 주의깊게 읽어보면 본인이 무슨 예술적 신념을 뚜렷이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만든 거라기 보다는 신지를 중심으로 극중 캐릭터들의 정신-감정 상태에 자신을 한없이 몰입시킨 때문에 이런 결과를 빚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에봐] 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가이낙스(회사) 가 수습하기 힘든 정도로 벌여놓은 큰일이 되었었고, 일본 대중문화에서는 겁이 더럭 나게끔 내용적으로나 구도상으로나 확장되던 시리즈물이 어처구니없고 바보같은 결말을 맞이해서 거의 억지로 종결되는 예는 많이 있었습니다 (뭐 한가지만 예를 들자면 만화판 [타이거 마스크]. 실존하는 미국인 레슬러 도리 펑크 주니어와 맞붙어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쟁취하려는 순간에 아무 맥락도 없이 교통사고로 죽습니다. 만화계의 역사에서 아마도 제일 머리가 안돌아가는 또라이 “주인공 소년” 켄타는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 다테 나오토가 타이거 마스크라는 것을 모른채 이야기는 끝...). 아마도 “시시껍절하게 그렇고 그런 결말” 로 끝나게 되는 것에 대한 본인의 반감과 불안이 덕테이프로 칭칭감은 압력솥 수준일 것이었다고 추측됩니다. 좀 불쌍하죠. 아마 거의 발광상태에서 (자기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해놓고 나중에 보면 이러구러 갖다 붙이기로 해석이 가능하게 되는 거죠. 학자나 미디어 평론가들이 그런 건 다 알아서 해주니까. ^ ^ (개인적으로 제가 읽은 가장 혹독하면서도 정당한 [에봐] 비판론-- 특히 울트라 찌질아색기 신지와 “소녀 엄마” 레이의 관계에 대한 “15세에서 정신성장이 멈춘 아저씨 소위 말하는 크리에이티브들의 여성관” 비판론을 중심으로 한— 은 사이토오 미나코 평론가가 쓴 일련의 글들입니다. 이분이 [극장판] 을 따로 다룬 글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조금만 여성주의적 비판을 하면 "꼴X미" 어쩌구 늘어놓는 분들께는 일독을 권합니다. 뇌일혈로 쓰러지라구)

 

 

그래서 이 괴상망측한 [에봐] 시리즈의 결말을 다시 리메이크한다는 수고를 거쳐서 제작한 것이 [에반젤리온 극장판] 인데, 이것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게 다 뭐하자는 것이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결말” 이죠.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에반젤리온] 같은 시리즈가 아니메 팬들사이에서 일으킬 수 있는 (이러한 팬덤의 정서에는 일본, 미국, 유럽, 한국이 따로 없습니다. 아니메는 축구나 올림픽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살다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반[일/미/중 기타 알아서 삼입] 또는 친[일/미/중 기타 알아서 삼입] 에 관한 무슨 언설들을 항상 접하고 살아야 하는데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국국민이 정말 행복하게 사는 날은 이런 소리들을 심심하면 해야지만 되는 강박적 인식체계를 가지지 않고-- 즉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진짜 “주체적인 인식” 을 가지고-- 살게 되는 날일 것이라는 겁니다. 아무튼) 하이레벨텐션 팬덤의 반응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이랄까, 공포감을 느끼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에반젤리온] 전 시리즈도 열심히 찾아서 본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드님 덕택에 난해하달까, 과격하달까, 말이 도무지 안된달까, 그냥 헛웃음이 나오게 바보스럽달까,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에봐] 의 극장판 엔딩을 정좌를 하고 새삼스럽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아니 뭐랄까 의외로...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군요.

 

말도 못하게 찌질스러운 녀석들이 (거친 표현 죄송합니다) 뒈져 없어지거나 하는 방식으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말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아니메이션이란 이래야 한다” 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영상에 찍혀 나오는 것들을 편견없이 조감하면 “뭐가 뭔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간단히 말하면 두가지입니다. [엔드]는 기본적으로는 세계의 종말로 끝나는 얘깁니다.“사도” 박멸이 본 시리즈의 기본 줄기를 이루는 서사였다면, 최후의 사도인 카오루가 죽임을 당하면서 그 서사는 일단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엔드]에서는 그 이후에 젤레인지 뭔지 하는 비밀결사 (에봐와 그 파일럿들을 육성한 네르프와의 관계가 어쩌고 저쩌고... 이런 사항들은 어차피 알아봤댔자 이 작품을 “이해” 하는 데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 은유로서가 아니고 실제로 성경에 나오는 묵시록적인 “세계의 종말” 을 가져오려는 시도를 벌이게 되고 (“써드 임팩트" 인지 뭔지) 그걸로 세상은 진짜로 종말을 맞이합니다.

 

예 그래요. 우리 모두 다 죽어요. 아니 죽는게 아니라... 레이가 신으로 군림하게 되는 새로운 세상, 내지는 인류가 레이로 다 통합되는 단체생물 같은 존재가 되는 거죠.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는 척 하고 설명을 늘어놓는데 무슨 하드 SF적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설정은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 SF척하는 설정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웃겼던 것은 A.T. 필드입니다. Absolute Terror Field! 울트라맨 80년도 시리즈에 나오는 U.G.M.Utility Government Members 의 약자라는 설명과 맞먹습니다). 아무튼 선과 악의 구도 이딴거는 저만치 패대개쳐버린 채 막 나가는 엔딩이라는 것을 일단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것은 이 [에반젤리온] 은 영지주의적인 (Gnostic) 기독교 신앙을 완전히 절대적인 “하느님” 의 존재와 하느님이 그 대답으로서 존재하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를 쏙 빼놓고 순전히 미적인 (aesthetic) 감성으로만 받아들인 사람이 만들어놓은 도시 말이 안되는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서구에서 기독교 신앙을 아무리 철저하게 까고 싶은 사람이라도, 아니 그런 사람이면 더 그럴수록, 이렇게 모든 부분에 걸쳐서 천사, 십자가, 대속의 피 등의 기독교적 아이콘을 무절제하고 파행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기독교적인 “내용” (아버지 하느님, 구원 등) 자체는 쏙 빼먹고 넘어가는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알리바이 심리의 작동을 무릅쓰고 만들어야 할 겁니다. [에반젤리온] 은 그런 시점에서 보자면 2세기에 걸쳐 기독교를 그렇게 열심히 받아들였으면서도 근세에 들어오면서 철저하게 기독교를 타자화시키고 그 역사를 자신들의 정체성에서 지워냈던 일본에서만 가능했던 “예술작품” 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두번째 이슈인데, 이 인류 종말로 이어지는 원대한 설정이 도대체 어디로 가냐하면, 신지라는 정말 약간만 과장해서 인류가 만든 모든 만화/아니메이션의 캐릭터중에서 가장 질알맞게 찌질스러운 소년캐릭터의 내면적인 세계에 그대로 투영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도 많은 의미에서 “일본대중문화” 만이 할 수 있는 도무지 말이 안되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독교 문명에 대해 비판적이고 근대사회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고 어쩌고 하고 늘어놓았다고 해도 확 돌아버리지 않고 제정신이 박힌 서구의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창의적 예술가라면 이렇게 극단적인 찌질스러운-- 한 2분 정도만 그 하는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목을 콱 비틀어버리고 싶은 충동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제가 지금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눈살을 찌푸리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한테 오시면 제가 덕테이프로 의자에 고정시켜드릴테니까, 눈 감지 마시고 [엔드] 의 도입부에 나오는 신지가 몸에 튜브가 여기 저기 박혀서 인사불성이 되어 있는 아스카를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하고 못살게 괴롭히면서 뗑깡을 부리는 장면을 한 세번 정도만 연속으로 보시도록 하세요. 제가 장담하는데 네번 정도 보게되는 시점에서 인체유탈의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캐릭터의 내면적 세계를 아무런 아이러니의 센스도 없이 탐색하기 위해서 인류를 멸망시키지는 않거든요!

 

이 신지라는 녀석이 원하는 거는 뭘까요? 정신분석학적인 썰은 풀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 녀석이 도무지 정상적인 성관계를 할 능력이 없는, 성에 대한 공포때문에 사지가 얼어붙은 아색기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그런 면에서는 전혀 “난해” 하지 않습니다. 신지가 원하는 것은 아스카와 짝이 되어서 성관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열 때문에 음모를 못 보여준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지만 실제로는 음모가 공포스럽고 두려운 일본 아저씨들처럼) “처녀 엄마” 레이와 융합되는 것이죠. [데빌맨] 때에도 얘기했다시피 일본 대중문화에서 줄기차게 등장하는 “합체”라는 개념은 사실 섹스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과 하나가 되는 것이고 자신의 자아를 상대방에 동화시키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엔드] 에서는 이런 장면이 에봐에 타고 사도를 폭력적으로 신체손상을 가한다는 식의 은유적 표현을 거치지 않고 직설적으로 그려집니다.

 

밑의 스샷을 보세요.

 

 

 

자기가 사랑하는 여성의 몸에 그냥 합쳐지는 것.

 

이건 섹스의 은유가 아닙니다. 섹스를 하면 그야말로 온 세상이 파멸하고 자아가 와해되어 버리는 (린다고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어린 남자 아색기의 공포와 그것과 표리를 이루는 욕망을 묘사한 것이죠.

 

그럼 이러한 인식이 [엔드]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평가하는 데에 어떤 기준을 부여해 줄 수 있는가? 저는 [엔드] (TV 방영분의 엔딩은 또 별개의 논의로 치고) 의 좋게 말하자면 초막장으로 과격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한없이 찌질스럽고 자폐적인 엔딩이 지닌 일종의 예술작품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엔드] 가 아니메이션이라는 사실도 잊고, 무슨 일관성과 철학적인 내용을 가진 SF작품이라는 해석도 포기하십시오. 그리고 그냥 부조리하고, 모순적이고, 웬만한 서구 예술가 정도는 절대로 자신의 쪽팔림과 “상식” 을 넘어서서 도전하기 힘든 종류의 초월적으로 괴상한 이미지와 음악의 조합이라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감상하는 겁니다. 그렇게 접근한다면 영화상 별로 찾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한편이라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오히려 안노 히데아키가 시리즈의 여자 주인공들을 실사판으로 모사 (模寫) 한 것 같은 존재들을 평이한 토오쿄오의 거리에 박아넣고 뒷모습을 찍어 보여준다던지, “이게 지금 너네들의 모습이지? 나도 안다” 라고 말하듯이, 알쏭달쏭해 하는, 또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극장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모습을 마치 자신의 영화의 관객들에게 거울을 비쳐주는 것처럼 팬하는 카메라로 찍어낸 다던지, 그런 장면들을 왠지 캥기는 것처럼 삼입하는 자세에서 그의 작가적 결기의 부족함을 느꼈는데요. 본인의 의도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에봐] 와 관련된 모든 담론이나 사항들에 대한 작가의 알리바이 주장처럼 다가왔습니다.

 

공감이 안가는 건 아니지만요. 그러러면 신지처럼 절라 찌질한 캐릭터를 만들지 말던가. 레이는 그런 웃기지도 않는 “코스믹 마돈나” (일본친구들 뭐가 마돈난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마돈나 마돈나 찾고 참 내....) 로 만들어서 수습도 못하게 확장시키지 말던가. 이제와서 아 이건 내가 먹고 살려고 만든 아니메이션인데 진짜 쪽팔리게 왜들 그러십니까, 그런다고 그게 먹히나?

 

아무튼 [신세기 에반젤리온]은 기독교가 버젓이 정치적-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당장 대대적인 헐리웃 실사영화로 리메이크될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는 아닙니다. 리메이크가 성사안되는 좋은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것을 유니크하게 만드는 모든 요소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그러한 요소들은 “미쳐버릴 것 같은 찌질함과 섬세한 아름다움의 공존” 이라는 식으로 상호모순적인 것들입니다) 들을 철저하게 탈색시킨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고, 누가 그런 머절한짓에 1억 몇천만달러를 들어붓겠습니까? (그래도 누가 또 미친척하고 만들어줄지도... ^ ^;;;)

 

결론을 말하겠습니다. [엔드] 는 [신세기 에반젤리온] 이라는 프로젝트의 종말로서는 그렇게 불합리한 선택은 아닙니다. 아니, 그 불합리성이야말로 환상적으로 찌질하고 가장 안좋은 의미로 “애니스러운” 한 캐릭터에 중심을 맞추어 끌고 가면서도 우주적으로 확장되는 원대한 스토리가 이르를 수 있는 도달점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그래서 [엔드] 가 훌륭한 예술작품이냐.

 

 

글쎄요. 전 그렇게까지 좋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엔드] 에는 진정으로 파워풀한 예술작품이 지닌 자기의 세계관, 철학 그리고 태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요. 전 이 애니가 아름답다, 멋있다, 심지어는 감동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까지도 동의할 수 있습니다만, 위대하거나 훌륭하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컬트아이템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되기에는 모자란다고 할까요?  물론 [에반젤리온] 전편을 통털어서 얘기하자면 역사적 위상도 고려해서 더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사족: 필립 K. 딕의 소설중에 무한증식해서 결국 인류를 다 폭파-흡수해버리는 레이와 비슷한 설정이 나오는 단편이 하나 있습니다. 딕 전집에 실렸던 것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그 소설에서도 천사가 존재하는데 주인공의 걸프렌드를 잘못해서 천사들이 태워죽여버립니다. 주인공은 그녀의 “복원” 을 위해 계속 노력해서 결국 성공합니다만, 무엇인가가 잘못되어서 수십억 전 인류가 전부 그녀의 모습으로 “복원” 되고 막판에는 주인공도 “그녀” 로 동화되는데서 끝나죠. 물론 여기서의 무한복제되는 여성이란 순전히 우주적인 공포의 대상이죠. 그런 면에서는 [에봐] 가 딕의 단편보다 “진보적” 이라는 주장도 하려면 할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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