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라이더스 Knightriders


미국, 1981.     


A Laurel Film Production, Distributed by United Film Distribution Company. 화면비 1.85:1, 35mm. 2시간 25분


Written and directed by: George A. Romero

Production Design: Cletus Anderson

Cinematography: Michael Gornick

Editor: George A. Romero, Pasquale Buba

Music: Donald Rubinstein


CAST: Ed Harris (빌리 데이비스), Gary Lahti (앨런), Patricia Tallman (줄리), Amy Ingersol (리넷), Christine Forest (앤지), Tom Savini (모건), Ken Foree (리틀 존), Brother Blue (멀린), John Amplas (어릿광대), Martin Ferrero (본템피), Cynthia Adler (록키), Donald Rubinstein (음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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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ies 님의 리퀘스트 [나이트라이더스] 갑니다.


[나이트라이더스] 는 '헐리웃' 이라는 시장바닥에서 걸어놓은 상표로 결코 수렴될 수 없는, 일반 한국인들의 상상을 가볍게 초월하는 엄청나게 넓은 저변을 지닌 미국영화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한편이다. 이 아름다운 활동사진에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에 70년대 미국 호러영화의 거장으로 등극하게 된 조지 로메로 감독이, 로널드 레이건과 부시 부자의 장구한 공화당 지배의 지옥문이 열리는 바로 그 역사적 시점에 두 발을 단호히 딛고 서서, 지역사회에 바탕을 두고 도덕적인 강박에서 자유스러운 방식으로 모든 존재하는 영화적 주제와 부대낄 수 있었던, 지난 이십년간의 필름메이킹의 세계를 떠나보내는, 그러한 아쉬움과 결연한 심정이 가득히 담겨있다.


[나이트라이더스] 는 간이 콩알만해지는 스턴트 액션과 자본가와 공안권력에 맞서 이상을 지켜내는 공동체의 가치를 구가하는 멋진 드라마가 적절히 버무려진, 기똥찬 “웰메이드 독립영화” 이지만 (“웰메이드” 는 “독립영화” 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제발 이런 저차원적 이분법 게임에 놀아나지 마세요!), 그 기본적인 골격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아서왕의 전설이라는데에서, 또한 유럽신화덕후 (?) 들의 관심을 끌만한 면모도 지녔다. 아서왕 전설의 현대화라는 주제를 놓고 보더라도 (넓게 그물을 치자면 [스타 워즈] 까지도 그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미국영화중에서는 가장 훌륭한 범례중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자, 호러 작품의 아우라를 물씬 풍기는 칠흑같은 까마귀의 눈망울이 클로스업에 잡힌다. 까악하는 일성을 내뱉고 푸드덕거리며 나르는 까마귀. 카메라는 그 검은 새의 시점에서 미끄러지듯이 질주하지만, 이내 안개에 둘러싸인 호반 (湖畔) 에 아내와 함께 누워있는 한 벌거벗은 백인 남자가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킨다. 까마귀는 그의 꿈속에 나타난 파멸의 징조이다 (라고 그는 믿는다). 늘씬한 칼을 잡은 벌거벗은 사내는 아내의 도움을 받으면서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차려입고, 번쩍이는 왕관을 머리에 쓴다. 소프트 포커스로 잡아낸 영상은 후대의 [엑스칼리버] 처럼 옛 신화의 세계를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내와 여인은 울창하게 우거진 수풀에서 말을 한마리 끌어내다 타는 대신에, 이내 두두두두하는 굉음과 더불어 오토바이를 타고 아스팔트도로로 달려나온다.


데뷔한지 얼마 안되는 젊은 시절의 에드 해리스가 연기하는 빌리는 중세기의 기사들을 본딴 여흥을 제공하는 일종의 곡예단의 단장 (“임금님”) 이다. 이 곡예단은 식민지시대 윌리엄스버그처럼 시대고증을 철저하게 해서 과거의 삶을 재현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스티로폴이나 고무로 얼기설기 만든 갑옷과 오토바이를 타고 기사들끼리 결투를 벌이는 투의, '재미' 를 우선하는 그룹이다. 캘리포니아의 소도시를 전전하면서 그때그때 지역 축제 등의 문화산업등에 엉겨붙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멤버들은 항상 돈에 쪼들리며 살아간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전속력으로 부딪히고 서로 망치나 칼로 때리고 박는 스턴트 액션을 벌이면서 몸으로 때워서 고생을 하는 반면에는, 한마당에 몇백불정도, 운이 좋아봐야 천 몇백불가량의 수입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곡예 바이커 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빌리는 그러나 영화 출연 (!) 등의 상업적 타협을 철저히 거부하고, 공연 허가를 해줄 수 없다느니 있다느니 하면서 푼돈을 삥뜯으려고 접근하는 구역질나는 오직 (汚職) 경찰들이나 지역관료들에도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한다. 특수메이크업의 마법사 톰 사비니가 연기하는 “흑기사” 모건 (모가나 르 페이의 남자판이지만, 원 전설의 모드레드와 모가나의 캐릭터가 합쳐진 인물로 볼 수 있겠다) 과 그의 패거리들은 이런 상황에 불만이 많으며, 빌리의 권위에 도전할 궁리를 하고 있다. 멀린 (하바드대학에서 구전 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흑인 스트리트 아티스트 “브라더 블루”) 과 앨런 (“호수의 기사” 랜슬럿에 해당하는 금발머리 주인공) 그리고 “왕비” 리넷은 사사건건 고집불통인 빌리와 충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이상주의를 옹호하고, 분열의 위협에 시달리는 곡예단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상업주의 (헐벗은 섹시 모델들과 화보 촬영을 찍는 시퀜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와의 결탁에 기울어지는 모건과 그의 일파의 도전에 맞서 앨런과 멀린이 빌리를 지켜내려고 하는, 아서왕의 전설에 바탕을 둔 큰 뼈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오토바이 액션이 펼쳐지는 소도시 공연의 메카니즘을 더할나위 없이 리얼하게 보여주는 시퀜스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그루피 처녀 줄리와 앨런의 로맨스, “까마귀의 문장” 을 지닌 기사의 등장을 두려워하는 빌리의 심리묘사 등의 에피소드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발빠르게 펼쳐진다.


이 “나이트라이더” 들의 묘사를 보자면 사상적으로나 미적으로나 마이클 만, 리들리/토니 스코트 형제들의 영화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비까번쩍하는 8-90년대적 “도회적 세련됨” 에서 일부러 저만치 떨어진 위치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먼지가 풀풀 나고, 어딘지 모르게 남루한 것이, 비주얼과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싼티” 가 나는데, 흥미있는 것은 이러한 “싼티” 가 영화 자체의 디자인이 저급하게 느껴지는 “촌티” 와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메로 감독의 영화를 만드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배우들의 연기지도나 화면 구도의 블록킹등의 기본적인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예술적인 편집에 항상 감탄하게 되는데, [나이트라이더] 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그의 좀비 3부작과 흡혈귀 영화의 걸작 [마틴] 에서 보여준 것보다도 더 놀라운 편집 실력을 능히 감상할 수 있다.


오토바이 액션 장면이 전편을 통해 크게 세 번 벌어지는데, 모두의 모건, 앨런 등의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명료하게 전개되는 액션 신, 중반에 유쾌하게 시작했다가 혼란스럽게 벌어지는 대난투극, 그리고 후반부에서 빌리의 왕위를 놓고 모건파와 앨런파가 벌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결투 이렇게 세 가지 액션 신이 저마다 그 다른 성격을 확연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해 줄 뿐 아니라, 그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코레오그래피에도 불구하고 어느 캐릭터가 어떤 무기를 들고 뭘 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전혀 혼동되지가 않도록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다. 촌철살인적이지만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고 있는 각본상의 유머 (아는 사람이 보면 기가 차게 웃기는 말론 브란도 흉내내기도 포함해서), 70년대의 별로 잘 산다고 말할 수 없는 캘리포니아 시골 소도시의 풍광의 묘사 등의 사회사적으로 흥미로운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리얼하고 자연주의적인 요소가 아서왕의 전설을 불현듯 상기시키는 신화적인 측면 (멀린이 하모니카를 뿌루룩 하고 불면서 “옛날에 이런 왕이 있었지... 자기 아들이 자길 죽이러 온다는 예언 때문에 갓난애들까지 몰아서 물에 빠뜨려 죽이고...” 하면서 블루스 연주자 같은 리듬으로 빌리에게 “간언 [諫言]” 을 하는 장면 등) 과 전혀 충돌되지 않고 조화롭게 얽혀 있는 것이 또한 놀랍고도 신기하다.


로메로는 해리스가 박력 넘치게 묘사하는 빌리의 이상주의에 깊이 공감을 하면서도, 그의 이상주의가 필연적으로 현실 사회와 동떨어진 강박적인 사고의 양상을 띄게 되는 비극도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는 철저한 냉전주의자였고 베트남전에 미국을 연루시킨 책임도 피해갈 수 없었던 존 F. 케네디의 허무하고 슬픈 죽음 이래로 캐멀롯의 전설은 60년대 이후의 미국의 예술가들에게는 비극적인 아우라를 띠고 다가올 수 밖에 없었고, [나이트라이더스] 의 캐멀롯도 결국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2시간 반에 걸친 치밀한 서사의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악당” 인 모건도 포함해서... 알고보면 이 영화에는 “악” 이 존재하지 않는다. 멤버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자본가 프로모터 본템피도 나름 인생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유일한 “악” 이라면 빌리가 나중에 관객들에게 음청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면서 줘 패주는 경찰색기 정도? 한국 영화에는 “구조적 악의 고발” 은 잔뜩 있어도 왜 이런 종류의 카타르시스가 부족한지 영화인들은 좀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의 열성적인 연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게 따라가고 보면, 은연중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빌리와 그 친구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공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신화의 세계로 급속히 진입하는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때 쯤 되면 자신들의 대뇌피질을 강타하는 감동의 회오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결국 마지막 15분 가량동안에는 극장의 거의 모든 관객들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목이 메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난 [나이트라이더스] 를 극장에서 본다는 희귀한 경험을 했는데 (이제는 상영용 프린트가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톰 사비니가 콧수염 달고 연기하는 거 킥킥거리면서 볼려고 온 하드코어 호러영화 팬들이 완전히 영화에게 평정당해서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훌쩍훌쩍 울면서 관람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나이트라이더스] 는 1981년에 공개된 영화지만 [백 투더 퓨쳐] 로 대표될 수 있는 80년대적 감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그 “꼰대적 빨갱이 감성” 이 무척 못마땅하실 분들도 계시리라. 그분들의 심정도 난 이해를 한다.  그러나 [나이트라이더스] 의 성취는 악몽같았던 공화당의 문화투쟁 (Kulturkampf) 이 일단 그 기력을 소진한 오바마시대에 와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하는 디테일에 관한 코멘트들: 약도의 스포일러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 작품을 가까운 시일내에 보고 싶으신 분들 (Shadow Factory 에서 출시된 블루 레이 내지는 Anchor Bay 에서 나온 디븨디를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께서는 스킵하셔도 된다.


1) 각본상 단 한가지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앨런이 리넷에 대한 사랑/충성심 때문에 (다시 말하자면, 아서왕의 전설의 플롯을 따라가야 하는 의무감때문에) 줄리와의 로맨스를 스스로 깨버리는 전개였다. 줄리가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로메로가 그녀의 중-하류층 삶의 끔직한 (가부장적) 폭력성을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준 탓에, 그녀를 다시 그런 삶으로 회귀시켜버린 앨런이 나쁜 놈으로 다가오게 될 정도다.


2) 캘리포니아 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캘리포니아에는 “르네상스 페어” 라는 일발성 축제가 가끔 벌어지는데, 60년대 초반에 교육 목적으로 학교에서 시작되었던 것이 한국의 지역문화 축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역공동체가 벌이게 되었다는 역사가 있다. [나이트라이더스] 와 아주 흡사한 분위기고, 실제로 르네상스 페어 코뮤니티안에서도 “중세기 역사와 똑같이 재현해야 된다” “아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다” 라는 노선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이해하기로는 르네상스 페어는, “테마파크” 로 상징되는 대자본의 지방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식민화와 기업화의 압력에서 잘 비껴나간 것으로--- 즉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주도하는 “생활문화” 의 일부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조지 로메로의 절친인 스티븐 킹과 그의 아내 타비타 킹이 카메오 출연을 한다. 핫도그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저거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가짜라고!” 라면서 야지를 놓는 고약한 관객 역할. ^ ^


4) 에드 해리스는 [나이트라이더스] 출연 경험에 대해 항상 좋게 얘기했는데, 자신의 감독 데뷔작 [폴록] 에 로메로의 팀 작곡가인 도날드 루빈스타인을 고용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뭐가 잘 안되었는지 결국 그의 음악을 쓰지는 못했다고. 그러고 보니 에드 해리스 [크립쇼] 에도 출연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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