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드: 첫번째 습격 Serbuan maut

 

인도네시아-미국, 2011. ☆☆☆★★

 

A Pt. Merantau Films/XYZ Films/Celluloid Nightmares Production. Distributed by Sony Pictures Classics. 화면비 1.85:1, 1시간 41분

 

Written, edited and directed by: Gareth Huw Evans

Cinematography: Matt Flannery, Dimas Imam Subhono

Production Design: Moti D. Setyanto

Special Effects Makeup: Jerry Octavianus

Sound Design: Fajar Yuksemal, Aria Prayogi

Fight Choreography: Iko Uwais, Yayan Ruhian

Music: Mike Shinoda, Joe Trapanese (해외 개봉판)

 

CAST: Iko Uwais (라마), Joe Taslim (자카), Yayan Ruhian (미친개), Doni Alamsyah (안디), Pierre Gruno (와히우), Ray Sahetapy (타마), Tegar Satrya (부오), Iang Darmawan (고팔), Eka Rahmadia (다구), Verdi Solaiman (부디).

 

 

개리스 휴 에반스라는 (이름의 스펠링으로 봐서 웰쉬계인가 했더니 정말 웨일스 태생이고 영화만들기 전에는 웰쉬언어를 가르치는 강사일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인은 인도네시아 무술 실랏에 푹 빠져서 자카르타에 둥지를 튼 분입니다. 아시아 영화계에 이런 분들 많죠. 홍콩영화에 백인 악역으로 등장하곤 하던 분들 중에도 아마 중국무술 하다가 눌러앉았던 분들 상당수 있겠지요.

 

이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장편영화를 여러편 만들었는데 4년전에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실랏하는 청년 이코 우와이스를 데려다가 찍은 [메란토] (2009) 가 부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고는 해서 제법 국제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란토] 는 [옹박] 과 마찬가지로 그 세련되지 않은 서사와 다소 촌스러운 영화의 만듦새가 오히려 매력으로 기능하는 한편이었습니다. [옹박] 과 차별되는 점이라면 실랏이라는 무술을 자랑스럽게 “홍보” 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서 또한 수마트라섬 촌락공동체의 순박한 가치체계를 옹호하는 이념적 자세에도 불구하고 “향토적 민족주의” 의 결기가 비교적 덜 느껴졌다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이것은 에반스감독이 인도네시아인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인도네시아와 타일랜드의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인도네시아 영화를 여러 편 보면 볼수록 홍콩 및 타일랜드 그리고 한국영화와 확실히 다른 무엇인가가-- 일종의 “다문화적 포용성”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인 듯 싶습니다).  실랏은 남미의 카포에이라와 마찬가지로 몸을 굉장히 낮춘 상태에서 공격이 가능하고, 또 손 발을 다 써서 상대방을 가격하는 무술인데 (실제로 보고 있으면 권법 [拳法] 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무술 잘 아시는 분들께서 의견이 있으시겠죠), 우와이스와 본편의 무술 감독인 야얀 루히안의 유파는 “실랏 하리마오” 라고 해서 호랑이 움직임을 본뜬 거라 합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세계 전반적인 상업영화의 판도를 오감하면, 구식 홍콩영화에서 흔히 보는 애크로배틱한 액션은, 어떤 경우에는 “폼” 을 확실히 파악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근거리에서 몸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서 치고 받는 동남아시아적 액션에 밀려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엄청나게 띨띨한 한편이지만 드류 배리모어 나오는 [찰리스 엔젤스] 에서 배리모어가 갑자기 방~ 하고 어색하게 공중에 뜨면서 홍콩식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던 게 기억나네요. [와호장룡] 이 히트치고 하던 그 무렵에는 이런게 유행이었죠.

 

요즘 들어서는 [배트맨 비긴스] 에서 보여준 풀콘택트 파이트신이 KFM 이라는 무술에 기본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아니면 [아저씨] 에서 나온 것 같은-- 가까이서 치고 받기가 헐리웃 대작에서도 주류인것 같습니다 (이 KFM 라는 거는 이스라엘의 모사드나 그런 데서 가르치던 크라브 마가에서 파생되었답니다만, 크라브 마가는 “무도” 나 스포츠는 아니더군요.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서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급소를 공격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냥 사람 때려잡는 기술입니다. 뭐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고). 아무튼 [레이드] 에서는 무슨 한때의 쿵후영화의 우아한 몸날림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살벌한 인체 손상과 저러고도 어떻게 무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스턴트액션의 연속이니까요.

 

로저 이버트 같은 분들은 완전히 골이 텅 빈, 나쁜 의미로 그저 움직이는 목표라면 뚜드려 부시는 저차원적 비데오 게임같은 영화라고 경멸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지만, 글쎄요. 전 비데오 게임 잘 모릅니다만 최소한 [레이드] 에서 우와이스나 다른 스턴트맨들이 죽을 각오를 하고 벌이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액션을 “당신도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런 게임이 실제로 나온다면 게임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여간 전 비데오 게임과 닮았느냐 어쩌냐 하는 그런 문제에는 별로 관심없습니다.  제가 볼때에는 [레이드] 의 경찰과 깡패 캐릭터들의 디자인이 정교하지 못하고, 그 플롯과 설정이 지극히 도식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슨 [트와일라이트] 시리즈나 프랭크 밀러의 [300] 각본이나 그런 것에 비해서 그렇게 마구 저차원적으로 떨어진다고도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물론 [레이드] 는 [와호장룡] 은 아닙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훌륭한 예술 영화도 아닙니다 ([스카이폴] 이나 [다크 나이트 라이즈] 는 훌륭한 예술영화고요. 전 지금 이 작품을 [아무르] 나 [멜랑콜리아] 하고 비교하고 있는 것 아닙니다. 이 점 오해 없으시길). 그러나 [레이드] 는 자신이 성취하려고 나섰던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할 뿐 아니라, 이런 종류의 작품을 보러 들어선 관객들의 예상을 완전히 넘어서는 지점에서 일종의 감동을 선사하는 그런 한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레이드] 의 강렬한 액션신은 확실히 성룡이나 견자단 (전 이연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도 취향의 문제) 등이 그들의 최고 경지에서는 보여주는 매혹스러운 율동과 육체적 한계에 대한 도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보는 사람을 오금을 저리게 하는 파워를 충분히 과시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말해서 그 파괴력이죠. 핸드 헬드 카메라로 배우들이 잘못 팔이나 발을 휘두르면 카메라가 맞아서 팍삭 으깨질 것같은 착각을 수시로 줄 정도로 접사해서 찍어내는 과격한 폭력장면들은 극장에서 관객들과 같이 보면 그 강도에 완전히 압도되어 헐헐하고 창백한 얼굴에 어이없는 웃음보를 터뜨리거나 완전히 찍소리도 못내고 화면을 응시할 수 밖에 없는 강도를 지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격성에도 불구하고 [레이드] 를 보고 난 저의 감상은 세계적인 발레단의 수준적인 공연을 보고 났을 때의 감상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한편의 정신적인 에센스-- 에반스, 우와이스 그리고 실랏의 달인 루히안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 은 “미친개” 캐릭터가 한 캐릭터와 일대일로 맞붙기 직전에 권총에서 탄창을 빼면서 짐짓 뇌까리는 대사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이것 (총질) 은 패스트 푸드에서 음식 시켜다 먹는 것 같은거지.”

 

루히안이 자기보다 족히 20 킬로는 더 몸무게가 나가 보이고 거의 머리 하나가 더 큰 상대방을 때려눕히고 마치 호리호리한 로데오 카우보이가 황소를 잡아 거꾸러뜨리듯이 목을 분질러 죽이는 장면을 보면 그 육체에서 우러나오는 기력에 압도될 뿐만 아니라,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장쾌함을 느끼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그러한 기분은 후반부에 거의 숨돌릴 틈새도 없이 계속 벌어지는 과격한 파괴장면까지 이어지고, 특히 루히안과 우와이스가 맞붙는 클라이맥스의 파이트신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여기서는 우와이스와 그의 같은 편 (이것이 누군지 밝히면 스포일러: 이 캐릭터는 약간 개평이지만 그가 엘레베이터안에서 자기 꼬붕을 느닷없이 칼로 주살하는 장면의 임팩트는 아주 좋았습니다) 이 우리의 공감을 사는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악당인 루히안이 이기기를 바라게 되는 묘한 감정이 불끈거리고 일어납니다. 마침내 파이트가 종결되고 카메라는 바닥에 쓰러진 패자를 잠시 응시합니다만, 그 시선에서 만든이들의 깊은 감정 이입과 더불어 분명히 감동을 느낀 것은 저 뿐이었을까요?

 

[레이드] 의 가장 큰 약점이라면, 저는 오히려 아마도 폐쇄적인 분위기를 가져오는 심리효과를 지나치게 의식한 선택이었을 제한된 팔레트의 영상을 지적하고 싶은데, 경찰 특수부대가 들이닥치는 아파트가 상상을 초월하게 지저분한 것은 그렇다 치고, 영상 자체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구석이 별로 없는 것은 좀 문제더군요. [와호장룡] 과 마찬가지로 소니 픽쳐즈 클래식스에서 출시한 정품 블루 레이는 서플로 꽉 차있고, 일면 고급으로 만들어놓았던데, 그걸로 보나 유튜브에 걸린 영상으로 보나, 극장에서 보나 다 똑같이 칙칙한 보라빛 멍 (다쳤을때 드는 멍) 색깔의 그림이라는 건 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네요. 사운드는 물론 블루 레이가 끝내주지만 판본들의 화질의 차이가 그렇게 의미가 없습니다.

 

한가지 음악팬들 입장에서 관심이 있을 수 있는 요소는 [레이드] 의 해외공개판 (아마도 한국에서 공개된 버젼도?) 에는 지금 굥장히 잘 나가는 [링킹 파크] 밴드의 마이크 시노다와 잭 트라파니즈가 작곡한 음악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인데, 소니의 블루 레이에서도 여기에 관한 서플이 전체 양의 거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평균 한국 영화에 달리는 음악과 미국 중저예산 영화에 달리는 프로 스코어 정도의 차이를 예상하시면 될 것 같은데, 효율상으로는 그냥 여러 소스에서 가져와서 짜집기한 것 같은 원래 음악도 나쁘지 않습니다 (80년대 이탈리아 호러 스코어 같아서 약간 깨는 측면도 있긴 하더군요 ^ ^). 단지, 마이크 시노다의 음악이 더 “무드” 를 잡는 일을 더 많이 하고 특히 클라이맥스의 사투 부분에서는 캐릭터들의 액션보다는 관객들의 서서히 고양되었다가 쭉 탈진되는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굉장히 좋습니다.

 

[레이드] 는 과시적으로 뻐기면서 또는 코메디 섞어가면서 촐싹거리고 만든 영화가 전혀 아니고 그 미쳐 날뛰는 것 같은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조촐한 (?) 한편입니다. 이러한 한편을 아무리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투견장에다 카메라 디리밀고 찍어댄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야만적인 활동사진으로 보시는 것은 관객이나 평론가분들의 자유입니다만, 저에게 있어서는 웬만큼 잘 만들어낸, 프로 연기자들이 실력을 그런대로 피로하는 구미의 수준작 스릴러나 액션영화보다 압도적으로 임팩트가 큰 작품이었고 별점평가도 그 사실을 반영합니다.

 

사실 무술영화의 계보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한편이고, 이 작품을 성룡이나 이연걸 주연작들과 비교 평가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의외로 우리가 이러한 몸을 써서 폭력을 휘두르는 활동사진에서 볼 수 있는 “저열” 하고 “착취적인” 배경을 초월해서 일종의 유려함과 장쾌감을 선보이는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래 “무술영화” 라는 서브장르가 지향하는 아젠다를 도시액션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방향에서 실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얼굴에다 2 센치 정도 떨어진 자리에서 권총을 빵빵 쏘고 단도로 거침없이 찍고 베는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그점은 넘겨짚지 마시도록. 무슨 브래드 피트 나오는 그런 명품을 기대하시고 보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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