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벤지: 사랑 이야기 復仇者之死

2011.07.23 03:36

Q 조회 수:4463

 

리벤지: 사랑 이야기 Revenge: A Love Story

 

홍콩, 2010. ☆☆☆★★

 

A 852 Films/E.T.A. Incorporated Production. Distributed by Lark Film Production (Hong Kong). 화면비 2.35:1, 1시간 30.

 

Director: Wong Ching-po 黃精甫

Screenplay: Wong Ching-po, Leung Lia-yin 梁禮彦

Original Story: Juno Mak 麥浚龍

Cinematography: Jimmy Wong 王金城

Music: Dan Findlay


CAST: Juno Mak (/진걸), Aoi Sora 蒼井そら(), Anthony Lau 劉永 (두형사), Chin Shi-hou 錢小豪 (제프), Wong Shee Tong 黃樹棠 (영감), Tony Ho Wa-chiu 何華超 (궉화)

 

 

또 한편의 좋은 의미에서 예상을 뒤엎은 부천영화제 출품작이다. 보기 전에는 뭔가 찐득찐득한 캐릭터들의 이상심리에 초점을 맞춘 그런 사진을 예상했었지만- 그런 영화도 전혀 싫어하지는 않는다- 막상 보고 나자 상당히 드라이하고 비 감상적이고 철학적인 한편이더구만. 거기다가 다 보고 나니 박찬욱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어쩌면 이창동감독의 [밀양] 에 대해서도) 에 대한 일종의 영화적 화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이 [리벤지] 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부정적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잘라서 말하기는 힘들다.

 

인터넷에서 좀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복구자지사] 라는 발음하기 민망한 한문타이틀로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나본데 물론 Penis Restoration Company 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이런 썰렁개그가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으니 써놓고도 별로 쪽팔리지도 않는다) 문자 그대로 복수에 대한 얘기이고, [복수는 나의 것] 처럼 좀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중층적인 복수에 관한 서사라는 방식을 취하는 대신에 서민의 입장에서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제재를 가져다 약간만 과장한 방식으로 단숨에 밀어붙여서 묘사한다. 여러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복수” 라는 행위를 고찰하고 실행하면서 슬픔과 저주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복수는 나의 것] 에 비하면 이 영화의 복수자는 한명이고 영화의 구조도 먼저 범죄상을 보여주고 그 이유를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서 추급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직선적이다.

 

맥준용 (역시 인터넷 검색해보니 주노 막은 광동팝의 대스타라고 한다) 이 연기하는 범인이 두 경찰의 가족을 습격해서 임부의 배를 갈라서 태아를 꺼내고 남편들은 하나는 실종 다른 하나는 끓는 물 욕조에 넣어서 삶아 죽이는 모두의 묘사는 지극히 잘 구현되어있다. 실제 범행의 행위는 거의 보여주지 않고 (따라서 하드 고어적 영상을 기대하신 분들은 실망하실 것이다) 이상한 각도에서 발끝 등 신체의 일부만 보여주면서 점차 진상을 노출시키는 스타일은 고전으로는 로만 폴란스키 요즘 예를 들자면 데이빗 핀처의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 얼핏 과잉인 것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 대니얼 핀레이가 작곡한 인더스트리얼-테크노 음악도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범인 진걸은 제프와 궉화 두 형사에 잡혀서 압핀으로 얼굴을 박는 등의 처절한 고문을 받지만 자물쇠로 채운 듯이 묵비권을 행세한다. 단지 알게 된 사실은 범인이 그들과 죽은 형사들을 포함한 팀원들에게 과거 죄를 뒤집어씌워진 일이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 뿐. 거기서부터 황정보 감독은 플래쉬백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범인이 만두 장사를 하는 집앞에서 지능장애인인 소녀 윙 (아오이 소라가 예쁘긴 한데 아무리 보아도 여고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과 사랑에 빠지는 경과를 보여준다.

 

이 둘에게 어떠한 일이 생겨서 이토록 가혹한 복수를 진걸이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되니까 쓰지는 않겠지만, 맥준룡이 연기하는 별로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 까까머리 청년의 범인의 상상력을 가볍게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복수에의 집념, 그리고 그 범인을 구해내기 위한 윙의 이것 또한 상식을 짓밟아 이기는 일종의 광기 어린 헌신이 무지막지한 포스를 가지고 관객들을 엄습한다. 난 엽기 호러 스릴러가 분명한 이 작품을 보면서 묘하게도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고전 [들개] 를 떠올렸는데, 나선형으로 회전하면서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총알 같은 기백이 전 화면을 통해 방출되는 느낌이 [들개] 의 권총을 잃은 주인공의 강박적인 범죄자 추적을 연상케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촘촘하게 짜여진 아름다운 그물에 옥죄어 죽는 것 같은 [복수는 나의 것] 의 강렬한 압박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리벤지] 는 나름대로의 공력을 발산하면서 관객들을 이야기에 끌어들인다.

 

2막에서 복수를 위해서라면 자기 몸을 대패로 깎이는 목재처럼 소모시키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 같은 진걸과 형사들이 맞붙은 후, 영화는 3막에서 [밀양] 과 대비할 수 있는 철학적/신학적 이슈를 끄집어 내서 복수자와 복수의 주요 대상을 일대일로 맞붙이는 데, 그 궁극적 해결책은 [밀양] 과는 물론 다르고, 보는 관객의 입장에 따라서 완전 타당하고 순리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로 허망하고 거의 비겁하다시피 한 모범답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단지 [복수는 나의 것] 처럼 처량황당괴기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보통 헐리웃 영화에서 이런 결말을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좋게 봐주고 싶기도 하지만 이미 복수에 관해 앞서 나간 선행 작품들이 있다는 것이 걸린다. 한가지 확실한것은 “복수하는 자 그대의 무덤을 파라” 하는 복수의 부정에 대한 시각적 은유로 이해될 수도 있을 하얀 바닥에 흐르는 피를 (박찬욱적인) 부감샷으로 내려다보는 클라이맥스에서 표출되는 카오스와 울분의 에너지는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점이다. 거칠고 더러운 실제 홍콩 서민들의 생활을 결코 미화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색채와 구도에 굉장히 신경을 쓴 작품이고 피가 강물처럼 흐르는 장면에서도 광기어린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사실 [리벤지] 를 보면서 80년대에 운동권 학생들을 고문했던 남산의 모 기관원 이런 인간들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토막내 죽이고 염산에 녹여 죽이고 하는 왕년의 운동권 학생이 주인공인 엽기 살인 영화 이런 작품들은 왜 한국에서는 안나올 까 생각했다. 운동권 학생들은 정의의 편이라서? 글쎄다. 내가 보기에는 국산 호러 장르가 한국사람들이 카펫 밑에 쓸어넣고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터부 문제들을 다 건드려 보려면 아직도 멀고도 멀었다.

 

[리벤지] 를 보고 나서 그렇게까지 훌륭한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또한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울트라발광 슬래셔 괴작 [빅토리아 1] 에 비하자면 엽기성과 잔혹성에 있어서도 한참 뒤지고, 홍콩인들의 일반적 “상식”을 식칼로 푹 쑤셔버리는 세태비판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빅토리아 1] 가 한꺼풀 더 쎄다. 혹자는 김기덕 영화가 이런 식 아니냐고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리벤지] 는 김감독의 영화처럼 예술연, 깊은 사상을 담고 있음연, 하는 활동사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걸의 무지막지하고 몸으로 때우고 앞뒤 생각지 않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도 (남자들이 무슨 지랄을 했건 뱃속의 아기가 무슨 죄가 있나?) 토막내서 죽이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복수” 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슴을 치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닐까.

 

사족: 맥준룡씨가 이 영화로 부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축하합니다! 얼굴이 둥그러니 서글서글한 아오이 소라양과 함께 파티에 나왔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커플이더만. 실제로 봐도 맥선생의 눈빛이 아주 무섭다. 맹금류 같다.

 

사족 2: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부천 시상식에 대해 한마디 더. [광란의 타이어] 가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는데 내 반응은 피~ . 그런데 프랑스 대사관에서 감독을 대신해서 상 받으러 나오신 분이 거의 한 문장에 “씨네마 프랑세” 를 대여섯번씩 쓰시고 “프랑스의 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모든 젊은 영화학도들을 대신하여...” 어쩌구 그렇게 프랑스영화 만세 타령을 하시는데 좀 그랬다. 요즘은 한국영사관에서 나와서 감독 대신 상 받는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쪽팔리게 자국 자랑을 하지는 않지 않던가?

 

사족 3: 홍콩 저널리스트 분의 의견에 따르면 [리벤지] 가 중국 본토에서 공개상영될 가능성은 없을 거라고 하신다.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내는 엽기성을 문제 삼겠지만 진짜 이유는 물론 공안 경찰을 천하에 없는 악당으로 묘사했기 때문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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