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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린이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Quién puede matar a un niño?

 

스페인, 1976.      

 

A Penta Films Production. 화면비 1.85:1, 1시간 52분 (복원판)

 

Written and directed by: Narciso Ibáñez Serrador

Based on a novel by Juan Jose Plans

Music: Waldo de los Rios

Cinematography: Jose Luis Alcaine Production

Designer: Juan Gracia

Producer: Manuel Salvador

 

CAST: Lewis Fiander (톰), Prunella Ransome (이블린), Maria Luisa Arias, Antonio Iranzo, Lourdes de la Camara, Javier de la Cam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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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어 안쓰고 리뷰합니다.

 

[누가 어린이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는 이탈리아나 영국에 못지 않는 강력한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인 호러의 계보를 따질 적에 최고작품의 리스트에 거의 항상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설적인 명작이다. 영미권에 공개 당시에는 여러 부분이 삭제된 채 [저주받은 자들의 섬] 이라는 제목으로 걸렸지만, 내가 읽은 영화평들에서 보건대 일본에서는 아마 원본이 그대로 상영되어서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임팩트를 남겼던 가보다. 일본에서 수입한 서구영화는 일본말 제목을 번역해서 한국에 들여오곤 하던 시절이지만, 한국에 수입된 적은 없는 것 같다. 하기사 박정희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괘씸하고도 미쳐버린 내용이긴 하다.

 

디븨디의 시대가 되면서 호러-컬트 전문 레벨중 하나인 다크 스카이가 출시해준 덕택에 1시간 52분이라는 상당히 긴 상영시간을 깎아먹지 않고 고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 한편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호러영화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식은땀이 좍 흐르는 긴장, 공포감과 좌절감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의 설정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고 건전한 상식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약간 눈쌀을 찌푸릴 만한 아이디어다. 소수의 주인공들이 떼를 지어서 몰려오는 좀비들에게 한정된 공간에 갇힌후 어떻게 해서든지 공포를 극복하고 탈출을 하려고 애를 쓰는 기본 설정에서, 좀비들을 “어린이들” 로 대치하는 것이다. 어린애들이 깔깔 킥킥거리고 웃으면서 어른들을 칼과 낫과 호쿠로 난도질하고 찍고 베서 학살하는 거다.

 

사실 이 “살인마” 내지는 “좀비 어린이들” 아이디어는 이 한편이 유일하게 다룬 것도 아니고 (최근에도 [The Children] 이라는 영국-캐나다 영화가 [듀나님 리뷰도 여기 있음] 만들어진 바 있다) 가장 이러한 설정에서 뽑아낼 수 있는 공포를 착취적으로 잘 활용한 영화라고 주장하기도 힘들다. 이 작품의 공력은 장르적 클리셰에 거의 기대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이 느끼는 도덕적 딜레마와 고통을 그대로 전달해 주며, 또한 단순히 상황의 논리에서 빚어지는 스릴로부터 점차 확장되어서 마침내는 형이상학적 수준에까지 도달하는 낮은 저음의 공포를 빚어내는 만든 사람들의 기법과 화술의 우수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놀러온 특별하지도 않고 뭔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커플 톰 (루이스 피안더) 과 이블린 (프루넬라 랜섬) 이 주위의 추천을 통해 경치 좋다는 비교적 외딴섬인 알만조라에 (그러나 망망대해에 뽈록하고 솟아 있는 고도 [孤島]는 물론 아니고… 한국의 남해나 서해에서 통통선을 타고 왕래하는, 관광객 묵을 데도 다 있고 편의시설도 있는 그런 섬을 생각하시면 되겠다) 도착한다. (이 커플은 남유럽의 “영국관광객” 이라는, 넙치를 소금구이로 맛있게 요리하는 스페인 식당에 가서 “피쉬 앤 칩스” 없누 무슨 식당이 이렇담 하고 시비를 거는 그런 투의 스테레오타이프도 아니고, 남편은 스페인어도 간단한 의사 소통이 될 정도는 한다) 이블린은 임신해서 배가 부른 상태인데, 톰과 둘이서 일단 여관에 투숙한 연후 조금씩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만 무엇이 이 언짢은 분위기의 근본 원인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이 부분의 나르시소 이바녜스 세라도르 감독의 연출은 그다지 “호러영화” 적이지 않게, 평이한 일상의 디테일과 정보가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비일상적인 상황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조금씩 긴장의 정도를 높여나간다. 섬에 가기 전에도 이 부부는 해변에서 뭔가 불상사가 난 것을 목격하는데, 관객들은 이것이 범죄나 사고가 아닌 괴이한 살인사건이라는 것을 정보를 종합해서 유추할 수 있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이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음악이 지나치게 호러 영화적으로 “기분 나쁜 분위기” 를 유발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이러한 단편적인 “어긋남” 의 축적은 굉장히 효과적이다.

 

어른들이 어딘가 다 사라진 마을. 가끔가다 빼꼼히 얼굴을 보이고 말을 걸어도 배시시 웃기만 하는 소년 소녀들. 발광하는 것처럼 들렸다 꺼지는 독일어 무선 방송. 이러한 불안스러운 단편적인 묘사들이 관객들의 신경을 바늘로 꼭꼭 찌르듯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봇물이 터지듯 주인공들은 어린이들이 중년 후반의 아저씨 (아마도 얼굴을 빼꼼히 내민 소녀 한 사람중의 아버지) 를 거꾸로 매달아놓고 피냐타 (안에 사탕이니 뭐니 들어있는 당나귀인지 말인지 인형을 매달고 눈을 가리고 수박치기 하듯이 깨는 게임) 를 때리듯이 낫으로 눈알도 다 빠진 너덜너덜한 고기덩어리가 될때까지 후드려 패는 그런 호러 장면들의 난타에 얻어터지게 된다. 이런 묘사들은 그 연출의 무서운 절제력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 영화의 세라도르의 스킬에 비하면 엠 나이트 샤말란 같은 친구들의 연출이 단지 그 호흡이 길다는 차별성때문에 히치코크의 후예라는 둥 말도 안되는 칭찬을 듣는 것은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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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인공들도 어쨌건 자기 방어를 해야 되기 때문에 기관단총이니 뭐니로 일단 무장은 했지만 아무리 굶주린 들개떼처럼 칼과 낫을 들고 몰려오는 아이들이라고 해도 맨 정신을 가진 인간이라면 그들을 마구 좀비의 머리통에 총알을 박듯이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다. 막판에까지 몰린 주인공들이 어쩔 수 없이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이러한 막바지 상황의 연출도 기막히게 잘 되어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관객들도 그들과 더불어 자신들이 어처구니 없는 불행스러운 사태에 말려들어간 희생자가 아니라 마치 스스로 사악한 짓을 저지른 가해자가 된 것처럼 정신적 고통과 죄책감을 겪어야 한다. 이러한 답답하기도 하고 불쾌할 수도 있는 상황에 극명하게 리얼리티를 부여해서 묘사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며 이 점에 있어서도 [누가...?] 는 여타 호러 영화들보다 뛰어난 절제력과 강렬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바네스 세라도르 감독의 아젠다는 본론이 시작되기 전에 타이틀 롤과 함께 보여지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굶어 죽고 인체 실험을 당해 죽은 어린아이들의 뼈만 남은 시체,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어린 희생자들, 베트남 전쟁에서 전신 화상을 입은 채 벌거벗고 내지르는 소녀, 나이제리아에서 앙상하게 뼈만 남은채 눈과 입가에 파리가 구더기를 낳아도 아 소리도 못내고 죽어가는 어린이들 등의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뉴스와 도큐멘터리 영상들에서 이미 직설적으로 전달이 되고 있다. 이 섬에서 벌어지는 어린이들의 급작스런 살육행위는 20세기 내내 어른들에 의해 저질러진 자신들의 살상에 대한 보복 내지는 자위적 행동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주인공들이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오히려 제대로 된 의식의 소유자라는 것이 이들이 문제를 타개하는 데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은, 이러한 전쟁과 기아와 학대로 어린이들이 몇 십만 몇 백만명 단위로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것에 대해 이런 “제대로된 의식의 소유자” 들이 실질적으로 아무 변화를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먹물적인 해석을 하고 싶을 때 들먹이는 데 적합한 것이고 실제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의 어린이들의 “괴물” 로서의 파워는 해맑게 웃고 까불면서 눈을 퀭하니 뜬 채 죽어있는 젊은 여성 희생자의 옷을 인형의 옷 갈아입히듯이 벗기고 노는 그런 즉물적이고 “아무 생각 없는” 행태에서 나온다. 이러한 장면에서는 역시 어린이들의 어른들에 대한 응징이라는 측면보다는 어린이들이란 어른들 즉 “우리” 와는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종에 속한 별개의 생명체라는 (우리가 섬뜩하게 일상에서 느낄 때도 있지만 애써서 잊어버리고 마는) 이질감이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세라도르의 과장을 배재한 자연주의적인 연출이 오히려 더 그러한 인상을 강하게 가져다준다. 각본상으로도 입을 틀어막고 어헉 어떻게 저런 설정을 그대로 영화화 했을 수가… 라는 반응을 피할 수 없는 묘사가 아무런 여과 없이 나온다. 뜬금없는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이 작품은 정말 임산부나 신혼 부부커플 분들 내지는 어린 아기를 막 지금 키우시는 분들은 극력 피해가시기 바란다. 우울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소재라도 바보같이 못만든 영화라면 이런 경고를 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주인공 역으로 나오는 루이스 피안더는 [파이브스 박사의 부활] 과 [지킬박사와 하이드 누님] 등의 장르영화에 조역으로 나왔다가 곧바로 TV 로 활동분야를 옮긴 분이고 프루넬라 랜섬도 아주 젊었을 때 [Far From the Madding Crowd] 에 출연한 후 역시 TV 에서 주로 활동한 분인데 말도 안되는 도덕적 딜레마를 동반한 호러 상황에 갖힌 보통 커플을 아주 잘 연기해주고 있다. 아마도 스페인 관광여행 비슷한 목적으로 찍었을 지도 모르는—그러나 당시의 영국 영화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진짜 밥 굶지 않으려고 스페인까지 원정가서 찍었다는 것이 실제 사정이었을 수도 있다-- 이 저예산 호러영화가 이 두 분 커리어의 대표작으로 남게 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칼하지만 그런 것이 진짜 잘난 호러영화의 공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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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뒷맛은 씁쓸하지만 좋은 차 (茶) 가 그렇듯이 긴 여운을 남기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의 근본적인 모순을 생각하게 해주는 호러영화이며 (그런 면에서는 조지 로메로의 좀비 삼부작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좌파) 스페인 예술가가 생각해 낼 만한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현대 스페인 호러에서 흔히 보는 (반)카톨릭적 고딕 세계관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일본에는 [상아색의 아이돌] 이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소개된 세라도르의 다른 호러영화 [기숙사 La residencia (1969)] 가 빨리 근사한 화질로 미국시장에서 디븨디화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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