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벨벳위의 네마리 파리 4 mosche di velluto grigio

 

이탈리아-프랑스, 1971.  ☆☆☆

 

A Seda Spettacoli/Universal Production France Film. Originally distributed in North America by Crown International. 화면비 2.35:1, 1시간 42분.

 

Director: Dario Argento

Music: Ennio Morricone

Editing: Francoise Bonnot

Cinematography: Franco Di Giacomo

Producer: Salvatore Argento

Screenplay: Mario Foglieti, Luigi Cozzi, Dario Argento

 

CAST: Michael Brandon (로베르토), Mimsy Farmer (미나), Bud Spencer (곧프리), Jean-Pierre Marielle (지야니 아로시오), Aldo Bufi Landi (검시관), Calisto Calisti (카를로), Stefano Satta Flores (안드레아), Francine Racette (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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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동물 삼부작’ 의 최후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수정새] 는 물론이고 [아홉 꼬리의 고양이] 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보기가 힘든데, 정확한 이유는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일반인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판권과 배급권에 관련된 사정이 있겠죠. 이탈리아에 직접 가서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판권을 교섭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루 언더그라운드에서도 획득을 하지 못한 것으로 봐서 당시의 제작진도 더이상 판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만 어쨌든 재작년에 들어와서야 이탈리아 상업 에로 및 장르영화 타이틀을 전문으로 출시하고 있는 마이야 커뮤니케이션스에서 겨우 제대로 된 와이드스크린 화면비로 북미에 공개가 되었습니다.

 

[회색 벨벳위의 네마리 파리] 는 전의 두 편보다 더 루스하고 재즈의 재밍 세션처럼 스토리텔링이나 구조적인 필요를 무시하고 자유분방하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고딕호러적인 측면은 거의 없고 사이케델릭한 몽타주와 360도로 회전하는 정신없는 카메라처럼 현대적이지만 사실상 유행을 강하게 타는 작법에 의존하고 있고 그러한 측면이 결과적으로는 [네마리 파리] 를 [수정새] 나 [고양이] 보다 더 고리타분하게 보이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지요. 미스터리 자체는 재미가 없습니다. 아니 재미가 없다기 보다는 (딴데 정신이 팔려서?) 건성 건성 넘어가는 게 눈에 다 보여요. 범인의 정체는 아르젠토 자신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수정새] 의 범인을 더 한층 신경질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구상이고 따라서 그의 전편 두 작품을 본 사람들이라면 약간 허망할 정도로 간단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네마리 파리] 의 진정한 매력은 사실 영화 안의 논리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면서도 실제로 초현실주의적 묘사로 넘어가지는 않는 여러 종류의 비범하고 괴상한 터치들에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왜 캐릭터들이 저런 선택을 하는지 막상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지지만 영화를 보는 중에는 “저게 도대체 뭐여?”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동시에 몰입하게 되는 그런 괴이한 장면들 말씀이죠. 예를 들자면 범인이 나타날 때 마다 얼굴에 뒤집어 쓰고 있는 서수남-하청일 컴비의 하청일 얼굴 같은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기분 나쁜 가면이라던지, 기타 구멍안에서 (!) 바깥을 내다보는 카메라, 주인공 로베르토가 꿀 때마다 칼날이 자기의 목에 가까이 다가오는 아랍 왕국의 공개처형 장면의 꿈, 그리고 난데없이 유럽의 한 도시에서 아이스크림 핥으면서 쇼핑을 즐기는 젊은 아낙네들 묘사할 때나 적합할 것 같은 듣기만 해도 당뇨병에 걸릴 것 같은 모리코네옹의 멜로디가 걸린 채로 엄청나게 천천히 벌어지는 라스트 시퀜스의 잔혹 신, 이런 장면들이 영화의 내용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이 관객들의 대뇌피질에 수를 놓습니다. 간혹 그런 영화들이 있죠, ‘내용’ 은 양파 까듯이 까놓고 보면 처절하게 비논리적이거나 콩나물 ‘싹’ 처럼 아무런 알맹이가 없거나 그렇지만, 논리와는 상관 없이 특정 장면들이 (과잉스럽게 드러나는 ‘작가의 손길’ 도 포함해서)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 영화들 말씀이죠. 한국에도 있어요. 대표적인 예를 들라하면 김인식 감독의 [얼굴없는 여인] 정도가 적절하겠군요.

 

일부에서는 이 작품의 과도하게 연출된 (다르게 표현하자면 절제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살인 장면들을 높게 평가하기도 하는데 ([디프 레드] 에서 나오는 이빨을 모서리에 박아서 작살내는 꼴을 카메라가 바짝 따라다니는 수법의 ‘예행연습 버젼’ 이 이 작품에 보면 나옵니다) 전 그저 그랬습니다. [수정새] 나 [고양이] 처럼 타이트하게 편집이 되어 있지 못한 탓인지 (편집자가 프랑스사람으로 바뀌었더군요) 카메라가 깜짝 놀라는 움직임을 보여 주어도 전체 영화의 맥락에서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더군요. 지난 두 편에 비해 바야흐로 철저하게 촌티가 나는 코믹 릴리프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것도 감점 대상입니다만, [내이름은 튜니티] 등에서 테렌스 힐의 짝궁으로 얼굴이 익은 버드 스펜서가 “하느님”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해결사 비슷한 캐릭터로 나와서 (이 친구가 처음 등장할때 사운드트랙에서 갑자기 할렐루야 할렐루~ 야 하고 “성가” 가 울려퍼집니다. 끄응… 그리고 이친구가 ‘하느님’ 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름이 Godfrey 라서 그 애칭이 ‘God’ 이기 때문에랍니다. 풀썩…) 벌이는 수작은 한심하지만, 후반부에 로베르토가 고용하는 게이 사립탐정역의 장 피에르 마리엘르는 꽤 괜찮습니다. (물론 지독한 게이 스테레오타이프 입니다만, 2010년에도 여전히 [눈에는 눈] 처럼 드래그 퀸 캐릭터들을 줘 패주는 ‘주인공’ 들이 아무일도 없이 그냥 넘어가는 한국 사정에 비하면야)

 

제목의 [회색 벨벳위의 네 마리 파리] 는 [아홉개 꼬리가 달린 고양이]와는 달리 실제로 영화에 비주얼로 나옵니다만 그것을 가능케하는 ‘과학적’ 설정이 역시 [고양이] 의 ‘염색체 살인마’ 이론을 능가하는 말도 안되는 구라인데, 이 ‘죽은 사람의 눈동자가 카메라처럼 죽기 직전에 본 영상을 캡처할 수 있다’ 라는 구라는 의외로 유명해서 다른 영화에서도 써먹힌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마이야 커뮤니케이션스에서 출시된 디븨디는 리젼 코드 프리고 영어와 이탈리어판 트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만 자막이 전혀 없는 고로 이탈리아어에 유창하지 않으신 분들께는 이 트랙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이탈리아어의 트랙과 영어 트랙의 의미가 좀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는 군데가 좀 있기 때문에 자막이 설치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화질은 최근 재출시된 블루 언더그라운드의 [수정새] 보다는 한참 떨어지지만  DNR과 엣지 인핸스먼트 등 디지털 트랜스퍼에서 비롯된 문제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테크니칼러의 색조를 잘 살렸다고는 말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뭔가 서플이 많이 달린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예고편, 영상 갤러리 및 이탈리어가 아닌 영어로 된 오프닝과 엔드 타이틀이 전부입니다. 출시해 준 것은 고맙지만 디븨디 퀄리티는 미 (美) 가 잘 줄 수 있는 한도... 라고 써놓고 보긴 했는데 사실 이 디븨디보다 더 좋은 화질로 어딘가에 이 영화가 굴러다닐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고로 다리오 아르젠토 광팬여러분들은 어차피 돈내고 구하실 거면 망서리지 마시고 마이야 버젼을 지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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