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7년 문화잡지 '쿨투라' 봄호에 실렸던 것을 옮긴 것이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영화를 본 후에 읽기를 바란다.)

<현기증>, '영화'라는 유령에 홀린 한 남자의 이야기

2016년 8월 25일에 알프레드 히치콕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히치콕 트뤼포>가 국내에 개봉했다. 이 작품은 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 감독 중의 한 명이었던 프랑수아 트뤼포가 그가 존경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만나서 오랜 시간 인터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했던 '히치콕과의 대화'를 중심으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히치콕 트뤼포>의 개봉에 맞추어 CGV는 알프레드 히치콕 특별전을 개최했는데 이 특별전에서 히치콕의 대표작들인 <이창>(1954), <현기증>(1958), <싸이코>(1960), <새>(1963)가 상영되었다. 모두 유명한 작품들이지만 오늘날까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영화를 한 편 고른다면 단연 <현기증>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에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에서 10년마다 전 세계의 영화감독, 영화평론가를 비롯한 영화 전문가를 대상으로 집계하는 '역대 최고의 영화' 설문조사에서 <현기증>은 50년 동안 1위를 수성하고 있던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드디어 역대 최고의 영화의 자리에 올랐다. <현기증>이 이 리스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2년이었는데 2002년에는 2위까지 올라가더니 2012년에 마침내 1위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현기증>의 평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실 <현기증>은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그다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현기증>의 평가가 점점 높아진 것은 예전에는 필름으로밖에 못 보았지만 최근에는 DVD, 파일 등 다양한 경로로 <현기증>을 쉽게 볼 수 있게 된 매체적 환경의 변화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관음증'을 탐구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의 영화에는 자주 잉그리드 버그만, 그레이스 캘리 등 할리우드의 대표 금발 미녀들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영화를 구축하기 위해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점 쇼트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의 영화에서 관음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히치콕의 대표작들인 <이창>, <현기증>, <싸이코>가 특히 관음증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런데 관음증은 누군가를 훔쳐보는 행위를 동반하기 때문에 영화와 관련되어 얘기가 되곤 한다. 우리가 어두운 극장 안에서 은밀하게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는 누군가의 삶을 훔쳐보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기증>은 명백히 영화와 관음증과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한 남자가 신비의 여인을 미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장면들은 모두 남자가 여인을 바라보는 시점 쇼트와 그녀의 이미지와 그녀가 하는 행동을 바탕으로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남자의 반응 쇼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형식은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화면에서 나오는 내용을 보고 반응하는 방식과 닮아있다. <현기증>의 남자가 여인에 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여인의 정체에 접근해가듯이, 관객은 영화에서 주어지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나름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 쇼트-반응 쇼트의 구조는 <현기증>보다 4년 먼저 만들어진 <이창>에서 이미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창>에서 이웃집의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웃집이라는 공간과 관련된 관음증을 주로 다루고 있다면 <현기증>에서 관음증에 대한 탐구는 온전히 한 여인에게만 국한되어 이루어지는데 그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심리가 결부되면서 <이창>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현기증>이란 영화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스코티(제임스 스튜어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인 매들린(킴 노박)을 미행하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인 히치콕의 작품답게 빼어난 심리 스릴러이며 환상의 여인과의 사랑을 다룬 아름다운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또한 일종의 필름 누아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한 영화들 중에서도 손꼽힐만큼 탁월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정신분석학, 심리학 등을 동원하여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풍부한 텍스트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많은 평자들이 지적하듯이 바로 이 작품이 히치콕의 가장 개인적인 작업물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가 평생을 추구해온 영화라는 대상에 대한 고민들과 질문들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금발 미녀를 캐스팅해서 자신의 영화의 뮤즈로 삼았던 히치콕처럼 영화 속에서 스코티가 금발의 매들린에게 집착하고 심지어 쥬디에게 매들린과 동일한 의상을 입히고 동일한 머리 염색을 하도록 강요하면서까지 죽은 매들린을 되살려내려는 행동을 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그러한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환상의 인물인 매들린과 반대 지점에 있는 현실적인 인물인 밋지가 히치콕의 부인인 알마 레빌을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다. 마치 스코티가 매들린과 밋지를 오갔던 것처럼 히치콕도 영화라는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삶을 살았던 남자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은 모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히치콕과 연관시켜볼 수 있다. 밋지는 속옷 디자이너이면서 영화 속에서 초상화를 직접 그리기도 한다. 개빈 엘스터는 그의 실제 부인인 매들린을 모방해서 쥬디를 매들린으로 만든 인물이며 스코티도 엘스터와 유사하게 쥬디를 매들린과 동일한 이미지로 바꾼다. 쥬디 역시 매들린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메이커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이 영화에는 인물의 특성에서부터 이미지 만들기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이미 영화의 설정에서부터 메타적인 성격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네 인물 중에 영화라는 환상과 가장 결부되어 있는 사람은 바로 매들린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히치콕은 매들린을 색채와 카메라 움직임 등을 활용한 정교한 연출 기법을 통해 매혹적으로 시각화함으로써 강렬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스코티의 시점 쇼트를 통해서 매들린이 보여지는데 정교한 동일시의 기법을 통해 스코티가 매들린에게 매혹되는 동시에 관객들도 매들린에게 매혹당하고 만다. 앞서 언급했듯이 바로 이 지점에서 <현기증>과 <이창>은 다시 만난다. <이창>에서 시점 쇼트를 이용한 동일시 기법을 통해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 관객을 몰입시켰다면 <현기증>은 한발 더 나아가서 한 인물에게 관객을 완전히 홀리게 만든다. <이창>보다 더 심화된 형태로 관음증을 탐구하는 작품이 <현기증>인 것이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관음증을 탐구한다면 <이창>에서처럼 이야기의 관찰자의 입장에 서는 것에 비해 감정적인 차원에서 보다 밀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들린은 영화와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는 존재이다. 영화는 이차원적인 평면에 투사된 이미지를 삼차원적으로 받아들이는 착시 현상에 의해 성립한다. 그 착시 현상을 통해 우리는 스크린 속의 이미지를 하나의 세계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스크린 속의 주인공과 동일시하며 환상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일정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허상일 뿐이다. 한마디로 영화는 실체가 없는 유령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매들린은 이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매들린은 개빈 엘스터가 스코티를 속이기 위해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쥬디가 매들린으로 연기를 하고 있을 뿐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이렇게 태생 자체가 유령과 유사한 매들린은 극 중에 카를로타의 유령에게 홀린 것으로 설정되어 있기도 하며 실제로 히치콕에 의해 유령처럼 보이도록 여러 번 연출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히치콕이 매들린을 영화적 존재로 상정하는 듯한 장면이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 스코티는 매들린을 미행하다가 꽃집의 뒷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가 뒷문으로 들어갔을 때 주변은 어둡고 그가 꽃집의 출입문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스코티는 마치 어두워진 극장 속을 거닐고 있는 관객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스코티의 시점 쇼트로 그 출입문이 서서히 열리는 게 보여지는데 그 문이 열려서 화면이 이미지로 가득 차게 될 때 우리는 꽃집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매들린을 보게 된다. 그 쇼트는 영화의 사각 프레임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 순간 우리는 마치 매들린을 스크린 속의 인물로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화사한 꽃들이 가득한 이미지와 이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도 이 환상성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이 장면은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히게 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게 연출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매들린이 유령적 속성을 드러내는 증거들이 있다. 첫째, 매들린이 유령처럼 사라지는 장면들이 있다. 영화에서는 세 번이나 매들린이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의 사라짐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가 정확하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가 실제로 유령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맥키트릭 호텔의 방에 들어갔던 매들린이 그녀를 찾아서 방까지 찾아간 스코티의 눈에 띄지 않고 어떻게 호텔을 빠져나갔는지에 대해 영화는 어떤 실마리도 주지 않는다. 스코티의 집에서 매들린이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도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데 걸렸을 시간을 고려했을 때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숲속 장면에서 스코티의 시선을 이탈해서 갑자기 매들린이 사라지기도 한다. 둘째, 매들린은 이 영화 속에서 유령을 상징하는 녹색과 연관되어서 시각화된다. 매들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입고 있는 의상에도 녹색이 있고 그녀가 몰고 다니는 차의 색도 녹색이고 그녀가 방문하는 꽃집에도 녹색 물건이 있고 스코티가 쥬디를 매들린으로 만들었을 때 매들린으로 변한 쥬디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녹색 조명이 비친다.

이 영화는 오프닝 크레딧부터 매들린의 머리 모양, 종탑의 계단, 샌프란시스코의 구불구불한 도로, 절단된 나무의 나이테, 카메라의 움직임까지 온통 나선형을 구현하고 있는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이미지들로 인해 스코티와 동일시된 관객은 시각적 혼란을 느끼며 마치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스코티는 유령에 홀린 것으로 추정되는 신비한 여인을 시종일관 쫓아다니는데 정교한 시점 쇼트의 사용으로 인해 스코티와 동일시된 우리는 그 미로 속에서 당최 빠져나갈 수 있는 도리가 없다. 이 정도로 강한 환상성에 대한 경험은 우리가 일상을 탈피해 영화를 볼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게 일반적이다. 이쯤 되면 스코티는 흡사 영화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히치콕은 두 명의 인물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스코티와 개빈 엘스터가 그들이다. 즉 그들은 히치콕의 분신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스코티와 엘스터는 서로 상극인 인물처럼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두 인물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두 인물은 모두 자신의 욕망의 실현을 위해 쥬디를 매들린으로 바꾸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스코티와 엘스터는 일종의 ‘더블’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것은 히치콕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의혹의 그림자>, <열차 속의 이방인> 등 히치콕의 영화에서는 더블로서의 두 인물이 등장한다. <현기증>의 엘스터의 사무실 시퀀스에는 스코티와 엘스터를 대칭적으로 화면 양쪽에 위치시키고 있는 쇼트가 나오는데 이를 통해 그들이 더블임을 암시하고 있다. 개빈 엘스터는 극 중에 모든 사건을 계획해서 스코티를 그 계획에 동참시키고 결국 매들린을 자살로 위장해서 살해하는 데 성공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사실 엘스터가 계획한 음모는 모두 히치콕에 의해 계획된 것이기도 하다. 관객과 스코티를 동일시하게 만들어서 스코티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게 만든 것이 바로 히치콕이기 때문이다. 스코티의 집에서 스코티와 매들린이 신체적인 접촉을 하며 은밀한 시선을 서로 교환하는 순간 갑자기 전화벨을 울리게 해서 상황을 종료시키는 장본인도 히치콕이다. 이야기를 미스테리하고 긴장감 있게 계속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두 인물 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스코티의 고소공포증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보자면 스코티의 고소공포증도 이야기를 성립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로서 기능한다. 엘스터의 완전 범죄가 성립할 때까지 스코티의 고소공포증은 결코 치유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소공포증 역시 히치콕의 통제 하에 있다. 결과적으로 스코티를 존재하지 않는 매들린이라는 허상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서 그로 하여금 끔찍한 불행을 겪게 만드는 것도 히치콕 자신이다.

일반적으로 마치 엘스터처럼 히치콕에 의해 완벽하게 구축된 허구의 세계 속에 관객인 우리는 완전히 빠져 들어서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껴왔고 영화적인 경이로움을 경험해왔다. 보통은 히치콕도 이런 식으로 관객을 완전하게 좌지우지한 우월감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현기증>에서 히치콕은 이전과 다르게 한편으로 스코티를 통해서 자기 고백적인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 히치콕이 그 스스로도 결코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티는 쥬디를 통해 매들린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하지만 영화의 결말에서 쥬디는 종탑에서 떨어져서 죽고 만다. 결과적으로 스코티는 쥬디를 통제하는 것에 실패한다. 현실로 존재하는 쥬디가 사라짐으로써 스코티를 사로잡았던 환상의 존재인 매들린도 동시에 사라졌다. 스코티는 이제 영원히 매들린을 다시 재현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히치콕이 영화를 통해 이상적인 이미지의 재현의 욕망을 실현해온 인물이고 그 이미지를 본 관객을 그의 포로로 만들어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결말을 통해 그는 스스로 그의 욕망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현기증>에서 히치콕은 두 명의 분신을 통해 이미지에 대한 상호 모순된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 분열된 자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영화의 모호한 엔딩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스코티의 고소공포증은 치유된 것인가. 영화의 도입부에서 나오는 동료 경찰의 죽음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고소공포증은 죄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스코티는 자신을 구하려다가 죽은 동료 경찰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있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스코티가 쥬디와 함께 있을 때 그가 스스로 ‘해냈다’고 말하고 전에 올라가지 못 했던 종탑 위에 올라가는 데 성공하기 때문에 그의 고소공포증은 치유된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쥬디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는 쥬디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시 죄의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 죄의식으로 인해 그는 또 다시 고소공포증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또 다시 매들린과 같은 환상의 대상을 찾게 될 것이다. 어쩌면 스코티는 이런 과정을 무한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를 통해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현실로 돌아오지만 다른 영화와 함께 또 다시 환상에 빠진다. 이렇게 본다면 스코티가 마지막에 종탑 아래를 쳐다보면서 찾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가 아닐까. 그렇게 사라져버린 영화를 찾아서 우리는 끊임없이 미로 속을 헤맬 것이다. ‘영화’라는 유령을 쫓으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2686
780 [TV] 육백만 불의 사나이 The Six Million Dollar Man (로봇의 날/ 로봇 메이커의 귀환) [3] Q 2017.03.30 75215
779 [영화]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Color Out of Space (2020) Q 2020.03.01 47844
778 [영화] 콜럼버스 Columbus (2017, 존 조 주연) [1] Q 2017.08.23 41308
777 [영화] 리지 Lizzie (2018) (클로이 셰비니,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 [1] Q 2018.12.21 39321
776 [영화] 어스 Us (2019) [1] Q 2019.03.27 38951
775 [영화] 인비저블맨 The Invisible Man (2020) Q 2020.04.09 33527
774 [영화] 원더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1] Q 2021.01.19 28808
773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 The Bounty (1984) (멜 깁슨, 안소니 홉킨스, 대니얼 데이 루이스, 리엄 니슨, 기타 등등 출연) Q 2019.05.04 24159
772 [영화]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78) Q 2016.12.19 20561
771 [영화] 2011년 최고의 디븨디와 블루레이 열한편씩 스물두편 (15금 사진 있습니다) [5] [10] Q 2012.01.14 20554
770 [영화]여곡성(女哭聲, Woman's Wail 1986) [6] [31] 원한의 거리 2011.01.17 20440
769 [영화] 블랙 스완 Black Swan (나탈리 포트만, 마일라 쿠니스 주연- 스포일러 없음) [12] [33] Q 2010.12.05 14496
768 [만화] 셀프 - 사쿠 유키조 [5] [18] 보쿠리코 2010.11.05 14275
767 [영화] 새로운 딸 The New Daughter (케빈 코스트너, 이바나 바케로 주연) [34] Q 2010.06.22 14100
766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Dangerous Method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6] [26] Q 2012.05.12 13462
765 [만화] Peanuts, 짝사랑 대백과 [9] [26] lonegunman 2010.07.22 13438
764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8] [20] milk & Honey 2010.09.10 12592
763 [TV] KBS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정리판) [4] [1] 곽재식 2011.02.14 12068
762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백설공주와 사냥꾼 (스포일러 없음) [6] [215] Q 2012.06.12 1187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