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테리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손으로 쥔 머그컵의 열기도 다해가고 있을 때쯤 

한때 '미쓰에이 수지 성장금지법 추진연대' 공익소송으로 유명해진, 이기는 소송 전문 법률 사무소 '수지'측 사무장이 "오래 기다리셨냐"며 싱겁게 웃어 보이며 등장했다.

 

-- 노란색 리걸패드 연습장에 메모를 해가며 떠드는 사무장의 설명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머리에서 쥐가 나기 시작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10개월 동안 내 뱃속에 있던 아이를 내가 배 아파서 낳았는데…….

 

그놈과 관계를 가졌던 장소인 잠자리 모텔의 주인이 내 새끼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고추서 박사도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씨데 산부인과 병원장도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심지어는 한때 애기가 잘 들어서지 않아 절박한 마음에 백일기도를 했었던 복상사의 주지스님도 내 새끼에 대한 자신의 친권을 주장하고 있다.

 

다들 진심 존나 세게 명치를 때리고 싶은 것들이다.

나는 사무장의 설명을 계속 듣기만 했지만 20분간의 설명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자기가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잘 생각해 보라며 총총히 뛰어가는 사무장의 가방에선 핸드폰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나는 힘없이 그곳을 걸어 나왔다. 굳이 뛰지도 빠른 걸음도 아닌 느긋한 걸음걸이로 법률 사무소 건물들 사이를 걸었다. 중력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한 크기의 물방울들이 머리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한때 고시원에서 제공되던 푸르스름한 쌀밥과 삼일에 한 번씩 라면으로 연명하다 생리가 끊겼던 그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내게 큰 선심을 베풀듯 용돈을 쥐어주던 그놈도 이제와 내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

누가 나를 이곳으로 몰아넣었는가 하는 심정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현기증이 일어났다. 나는 빙글빙글 돌려지는 듯 했다.

 

소송을 진행할 돈도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나의 무기력과 무능함에 씁쓸할 뿐이다.

 













































































































내 직업은 시나리오 작가

내 딸의 이름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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