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자리비움

2010.08.31 21:58

아.도.나이 조회 수:5578

Keyword : 네이트온

 

"멍청한 녀석!"

 

이별통보를 한지도 꽤 시일이 흘렀고, 마땅히 대답을 듣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 결론나고만 우리 관계. 그 관계를 반영하듯 녀석은 내가 로그인할때면 언제나 자리비움 상태로 돌아섰다. 한 두번이면 우연의 타이밍이겠거니 하겠지만 매번 이런 식이었다. 아직도 이 녀석은 나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럴거면서 내 아이디를 왜 아직도 삭제하지 않는건지... 번번이 녀석의 태도에 화가 나서 나 또한 자리비움 상태로 돌려놓았다. 그러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생이 한마디 거든다.

 

"언니는 왜 이유없이 자리비움이야?"

괜스레 동생의 질문에 날카로운 반응이 튀어나온다.

 

"남이사!"

 

사람관계라는게 그런 것 아닌가. 어차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관계라면 적당히 거리를 두는 편이 서로를 위해 좋은거라고. 지난 8개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던 녀석에게 뜬금없이 이별통보를 한 것이 잘못이 될 수는 없는거라고. 항상 노란 원을 그리며 온라인 상태임을 알리는 관계보다 적당히 자리비움 상태인 지금이 어쩌면 서로에게 더 편한 것이라고. 

 

"근데 왜 짜증이야? 자리비움도 아니면서."

 

동생의 반격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의자 위에 걸쳐있던 수건을 내던져 동생을 방밖으로 내보낸 후에야 무거운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다시 자리비움을 온라인 상태로 바꿔놓았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한숨은 갑자기 물방울이 되어 아른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쏟아낸 한숨을 다시 들이마시며 감정을 추스려야만 했다.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대화명에 화살표를 가져갔다. 그리고 녀석을, 녀석의 아이디를 가까스로 차단시키고나서야 나는 침대로 달려가 베갯잇을 온통 적셔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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